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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비벼진 비빔밥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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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소재로 한 '신의 한수'는 의외로 기대작이었습니다. '스톤'에서 보여준 '바둑'이란 소재와 '감시자들'에서 꽤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정우성의 출연 그리고 '타짜'에서와 같은 긴장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잘만 나와준다면 '타짜'보다 더 재밌는 케이퍼 무비가 나오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시사회 이후의 반응도 크게 나쁘지 않았고 개봉 이후의 관객들 반응도 크게 나쁘지 않아서 한 번 봐야겠거니 했는데 묘하게 끌림이 없어서 시간을 미루다가 토요일 늦은 저녁에 터덜터덜 걸어가서 감상을 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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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정말 '타짜'와의 비교가 어쩔 수 없습니다. 전체적인 틀에서부터 구성까지 '타짜'와 비슷한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닙니다. '복수'라는 부분만 변경한다면 제2의 타짜라고 보아도 전혀 상관이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순수하게 본편 그 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비교를 한다해도 이미 만들어진 영화인데 비교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영화는 바둑기사인 주인공 태석(정우성)이 형을 따라 내기 바둑판을 갔다가 형의 죽음을 목격하고 본인은 한 쪽을 다치면서 감옥에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감옥에서 태석은 거물급 조직 보스를 도와주어 그의 도움으로 퇴소 후 복수를 위한 기반을 잡고 그를 도와 줄 인물들을 하나하나 섭외(?)하면서 본격적인 복수의 시작을 준비합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복수극의 형태를 보여주는 영화는 그렇기에 이야기에 대한 큰 재미가 없습니다. 누구를 섭외할 것인지 누구를 죽일 것인지 혹은 누가 죽을 것인지가 눈에 선합니다.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가서 어떤 결말을 맺을지도 관객들은 영화 시작 후 30분 정도만 지나면 파악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감독은 이런 이야기의 모자란 점을 이상한 곳에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이야기의 재미가 부족하거나 구성이 부족하면 연출적으로 모자란 점을 해소하든지 배우들의 연기 등으로 해소하는 등 영화의 큰 장르적 특성과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모자란 부분이 서로를 커버해 주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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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좋습니다. 정우성은 '감시자들'에서보다 더 농후한 연기를 보여주어 영화를 보는데 지장을 줄 연기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액션 연기도 훌륭하구요. 안성기는 두말 할 필요도 없고 김인권은 여전히 까불거리는 연기를 원래 모습인냥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시영은 그야말로 미모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정우성으로 남친이 오징어로 보이는 현상이 이시영으로 여친도 오징어로 보이게 만들 정도입니다. 캐릭터 자체도 나쁘지 않구요.


정우성과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살수 캐릭터의 이범수는 굉장합니다. 쌍놈 수준의 악역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범수는 선한 캐릭터보다는 악역이 더 어울리고 더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합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로 스크린에 몰입이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액션은 더 애매합니다. 현재 액션 영화의 큰 트렌드를 따라가는 액션을 보여주고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저씨'보다도 질적으로 떨어집니다. 그런 애매한 액션은 그나마 밋밋한 이야기를 좀 살려주고는 있습니다. 아무래도 몸 좋은 배우들이 투닥거리고 있으면 화끈하기야 하니까 몰입이 되긴 합니다만 액션 자체가 메인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만약 이 영화가 '레이드'만큼의 액션을 보여주었다면 평가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쓸데없이 잔인해요. 물론 19금 영화이긴 하지만 좀 과도하게 잔인한 장면들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면 최소한 연출에서라도 이야기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었어야 했는데 연출은 오히려 앞선 두 재료보다도 더 떨어집니다. 간혹가다가 전혀 엉뚱한 장면이 연출되곤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런 장면이 나왔는지 이해를 못 하겠더군요. 가장 뜬금없었던 장면이 선수(최진혁)를 잡고 나서 갑자기 냉동창고에서 다시 바둑을 두던 장면입니다. 그냥 혼자 냉동창고에 던져놓고 문제만 던져주면 되지 왜 굳이 죽도록 싸우고 이긴 상태에서 또 싸우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더군요. 여튼 영화는 이렇게 앞뒤 연결이 애매한 부분이 꽤 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야기의 부족한 점을 무엇으로 해소하려고 했냐하면 바로 '코미디'죠. 물론 코미디 요소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절한 때를 맞추어서 등장해야 하며 영화의 장르에 따라서 좀 자제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쓸데없는 코미디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저를 포함한 관객들이 박장대소를 하는 장면들을 보면 정말 쓸데없이 많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무슨 영화든 간에 코미디 요소는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이 영화는 복수극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묵직해야 하는데 쓸데없이 밝고 웃기고 있으니 보고 있자면 이 영화가 복수극이라는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오션스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아쉽습니다. 오히려 정우성의 전작인 '감시자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면 영화가 좀 더 몰입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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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체적인 스타일은 대중적입니다. 지금 개봉 중인 '혹성탈출'이나 '좋은 친구들'에 비하면 오히려 대중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영화는 너무 진부해요. 신선한 점도 없고 특별히 뛰어난 요소도 없습니다. 뭔가 장르적 특성이나 이야기의 분위기도 살리지 못 한 것 같구요. 조금만 더 다듬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데 참 아쉽더군요.


그래도 주위 반응을 보면 여성분들도 재밌게 보는 것으로 보아 데이트용으로 나쁘진 않은 듯 합니다. 이성 친구나 동성 친구끼리 보기에도 그냥저냥 무난한 듯 하구요. 하지만 부모님과 보시기에는 잔인함을 생각하고 가셔야 할 듯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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