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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현실보다 너프된 희한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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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올해 두번째 한국 블럭버스터인 '명량'을 보고 왔습니다. 첫 번째 블럭버스터인 '군도'는 참으로 애매한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뭔가 재미나 완성도에서 실망을 준 편이었던지라 '명량'도 좀 불안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비록 표절이긴 해도 '최종병기 활'을 그런데로 재밌게 보았던지라 사실 더 좋은 배우 더 많은 투자를 받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명량'을 안 볼 수는 없었죠. 그래서 보았습니다.
사실 이렇게 역사적으로 이미 모든 결말과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소재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큰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결과만 아는 것과는 사뭇 다르죠. 특히나 명량대첩이나 한산대첩 같은 큼직큼직한 사건들은 이러저런 컨텐츠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거나 꽤 알고 있는 관객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영화화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하죠.
결과부터 말하자면 '명량'은 그런 위험요소를 꽤 똑똑하게 해결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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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재란 중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과정부터 보여주는 영화는 전반과 후반이라는 꽤나 극단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반은 이순신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조선군 내부의 문제들에 과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고증의 정확성은 둘째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칼의 노래'와 많이 흡사합니다. 아마도 '난중일기'를 꽤나 참고했을지도 모르구요. 특히 군율을 상당히 강조하는 듯한 장면을 몇번 보여주는데 그러한 부분은 실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넣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군법/군율을 어겨 이순신 장군이 참수한 병사들이 상당히 되었다고 하니까요.
여튼 그런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전반은 어찌보면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최민식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평면적이며 다소 뻔한 대사를 날리고 있으니 말이죠. 게다가 굳이 필요없는 인물들을 너무 많이 보여주는 등 연출적으로도 그다지 뛰어나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은 이야기의 재미와는 별개입니다. 물론 이야기의 재미는 개인의 취향 문제이긴 하지만 저는 앞서 말했듯이 '칼의 노래'와 '난중일기'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전반의 이야기가 꽤 좋았습니다. 쓸데없는 코미디 요소를 집어넣지 않은 것도 좋았구요. 연출이 좀 더 받쳐주었다면 당연히 더 좋았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최민식의 연기를 좀 더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는 후반이 아닌 고뇌와 갈등을 보여주고 있는 전반입니다. 지금까지 최민식이 보여준 캐릭터 중에 가장 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런 정적인 느낌조차 자연스러워 보이는 최민식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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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전반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거의 바로 전투로 돌입합니다. 후반의 이야기가 시작이 되는거죠. 사실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죠. 제작비가 200억 가량 들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보여주는 해상전은 솔직히 cg로 떡칠이 되었다는 느낌이 강한 '300 : 제국의 부활'보다 더 좋았습니다. '해상전'을 보여주는 영화가 많지 않기에 (특히나 중세시대 쯤 되는 배경으로 해서는 말이죠.) 과욕을 부리지 않는 듯한 해상전은 여러모로 관객들을 몰입시키기에 좋았습니다.
해상전은 영화의 거의 딱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데 상당한 분량이죠. 어떻게 보면 트랜스포머4의 전투씬 만큼이나 많습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의 전투씬이 도대체 언제 끝나나 싶을 정도로 몰입도도 낮았고 재미도 없었던 반면 '명량'의 전투씬은 여러모로 몰아치기는 하지만 적절한 쉴 틈도 주면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 정말 대단히 선전을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역사적 고증도 어느 정도 살리고 과장된 액션을 보여주지 않아서 현실성이 없는 편도 아닙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상자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보여주고자 상당히 처절한 전투를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이순신은 이순신으로 보입니다. 아무리 봐도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해상전에서 고증을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대장선 혼자 싸우다가 이후 다른 함선들이 도와주러 온 부분이나 대포를 장전하는 부분 등 꽤 고증을 살렸다는 얘기도 들립니다만 그 당시의 해전을 완벽하게 알지는 못 하기 때문에 과장이 없을 수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대장선 위에서의 백병전은 그 당시 일본의 배와 조선의 배의 규모 차이로 인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는군요.
사실 해상전에 대한 고증보다 더 눈에 띄는 고증 오류는 조총에 관한 부분인데 당시 50미터에서 100미터 정도의 사거리가 최대였던 조총의 위력을 생각해 본다면 영화 속에서 굉장한 스나이핑을 보여주는 장면은 사실 너무나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물론 극적인 요소를 위해서 넣었다고는 하지만 현재도 그렇게 맞추기 힘들만한 일을 너무나도 쉽게 하고 있으니 언급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더군요.
하지만 그 정도야 이 영화가 다큐가 아닌 이상에야 어느 정도 재미를 위해서 넣을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차피 결과는 이미 알고 있기에 당연하게도 그런 고증 오류가 영화에서 극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구요. 단순히 재미 추구를 위해서 넣은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괜히 이런저런 트집을 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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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영화는 호불호가 갈릴만 하지만 그 와중에도 군도보다는 흥행에 성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이순신이라는 영웅을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죠. 그러한 영웅을 최고의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구요. 전반과 후반의 스타일이 사뭇 다르지만 후반의 해상전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기에 영화는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데이트 용으로도 충분히 볼 만하고 가족용으로도 더할 나위가 없고 부모님과 함께 보기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작품이니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되시면 당장 가셔도 될 듯 합니다. 소재나 극장 수에서 현재로서는 적수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덧. 아무리 생각해도 주연급 배우들을 너무 적은 비중에 너무 쉽게 없애버린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