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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본질을 벗어난 퓨전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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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블럭버스터 3대장 중 마지막인 '해적'을 보고 왔습니다. 솔직히 저는 제일 기대가 되지 않는 작품이었는데 이미 예고편에서부터 '캐리비안의 해적' 느낌이 너무 많이 들었고 홍보도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영 미덥지 못 하더군요. 감독도 드라마/코미디 장르를 좀 찍어본 감독이긴 해도 갑자기 이런 블럭버스터를 찍을만 한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여튼 모든 평가는 보고 나서 결정을 하는 것이니 만큼 홍콩을 다녀온 바로 다음날 오후에 혼자서 털래털래 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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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작비를 어디다가 어떻게 쓴 것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명량'을 보신 분들 중에 명량의 캐릭터들이 평면적이며 눈에 띄는 캐릭터가 없으며 연출이 별로이고 CG가 허접하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보시면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영화는 (애초에 판타지스럽지만) 고래가 먹은(?) 옥쇄를 찾기 위해 산적과 해적이 투닥거리고 각각 산적과 해적을 잡기 위한 악당들이 합심해서 투닥거리는 내용입니다. 이야기요? 그런 건 애초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본적인 큰 줄거리를 흐리멍텅하게 만드는 단점 없이 끝냈다는 것인데 애초에 이야기로 재미를 볼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재미를 찾아야 할 부분은 어디인지를 생각해 보면 하나 밖에 없습니다. 코미디죠.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이면서 모든 단점을 발생시키는 부분입니다. 이 영화 속에서 코미디라는 요소는 확실히 코미디로서의 작용을 100% 이상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유치하든 어이없든 관객들을 웃기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죠.


그런데 이러한 코미디 요소가 그 하나의 장점으로 인해 수 많은 단점들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액션에 있어서도 과장된 퍼포먼스를 통한 웃음을 유발시키다 보니 안 그래도 현실성 없는 액션이 어이가 없을 정도로 허무맹랑합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오마쥬를 위한 장치까지 넣을 정도로 한국판 캐리비안의 해적을 만들고 싶었다면 이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액션은 좀 자제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과장된 액션들은 애들용에서나 나올 법한 시퀀스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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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코미디로 관객들을 웃기려다 보니 그에 걸맞는 캐릭터들이 등장해야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 캐릭터들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주자가 유해진과 박철민 그리고 오달수입니다. 이 세명의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코미디를 담당하는 배우로서 등장하는 그 코미디의 재미는 앞서 말했듯이 관객들을 웃기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비중입니다. 특히 유해진씨가 맡은 철봉이란 캐릭터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거의 모든 장면에서 나오는데 비중으로만 따지자면 주연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캐릭터로서도 김남길의 장사정과 손예진의 여월보다 훨씬 임팩트가 강해요.


명량을 본 관객들 중에 명량에서는 이순신 외에는 남는 캐릭터가 없다는 분들이 게시던데 이 영화를 보면 투톱이라고 할 만한 배우들은 기억이 안 나고 조연급으로 캐스팅된 배우만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쪽이 더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감독은 철봉이란 캐릭터를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비중을 많이 두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캐릭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꽤 다양합니다. 그건 장점이죠. 여러가지로 다양한 상황을 재밌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다양한 캐릭터들은 어디까지나 조연으로서 주연을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앞서 말한 유해진씨의 캐릭터 외의 대부분의 캐릭터가 주연보다 튑니다. 가장 연장자라고 생각되는 이경영의 캐릭터조차도 그리고 진짜 조연급으로 나오는 김태우의 캐릭터마저도 조연보다 두드러집니다.


아마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이 아닐까 싶은데 투톱인 두 캐릭터들이 제일 재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묘하게 앞뒤 장면의 연결이 거슬리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김남길이 유해진의 실수로 병사들 앞에 착지(?)하는 장면이 나오고 뒤이어 도망을 가는데 그 다음 장면을 보면 훨씬 멀리 동망을 갔을 부하들보다 먼저 달려가고 있습니다. 뭐 이런 상황적인 에러말고도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묘하게 안 맞는 장면의 연결도 있는데 개인적인 느낌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유독 거슬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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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이렇게 CG가 튀고 조연이 돋보이고 이야기는 밍숭맹숭한 작품의 어디에 그 많은 제작비가 사용되었는지는 정말 궁금합니다. 오로지 고래 만드느라 다 사용된 걸까요? 차라리 고래를 좀 덜 등장시키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올해 블럭버스터 3대장 중에서는 제일 실망이 크군요.


하지만 흥행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전반적으로 관객들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거든요. 물론 수군거리는 얘기를 들어보면 명량보다는 못 하다는 얘기들이 들리기에 초대세로 넘어가고 있는 명량을 이기기는 불가능해 보입니다만 어쩌면 2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군도보다는 오락적 재미가 큰 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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