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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이 아닌 자기 주위의 별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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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블럭버스터 시즌이 서서히 끝나가는 상황에서도 명량이 어마어마한 상영관을 잡고 있고 마땅히 볼 만한 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몇몇 잔잔한 영화들이 눈에 띄었는데 우디 앨런 감독의 '매직 인 더 문 라이트'와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 그리고 '안녕, 헤이즐'이었습니다. 그런데 '매직 인 더 문 라이트'는 개봉 전이고 '비긴 어게인'은 상영관이 너무나도 적더군요. 그래서 결국 선택한 영화가 '안녕, 헤이즐'이었습니다.


사실 예고편이 마음에 들기는 했습니다만 좀 불안하긴 했습니다. 주연 배우도 전혀 모르겠고 감독도 전혀 모르겠었거든요. 감독의 전작도 본 적이 없고 애초에 작품 수도 이번이 2번째인가 3번째라서 여러모로 고민을 좀 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까더라도 보고 까자는 주의라 보러 갔습니다. 조조로 말이죠.


와....근데 요즘 어린애들은 우리 때와는 다르더군요. 우리 때는 8시 영화를 일어나서 볼 생각은 전혀 못 했는데 요즘 애들은 떼거지로 몰려서 보러 오더군요. 게다가 전반적으로 관객들이 상당히 많아서 더 놀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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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작부터 암울합니다. 주인공 헤이즐은 어렸을 때 갑상선 암에 걸렸다가 잠복기(?)인 상태이지만 폐가 또 말썽입니다. 자가 호흡이 힘들어서 24시간 호흡기를 달고 다녀야 하고 무리를 하면 폐에 물이 차서 그걸 또 빼야 합니다. 계단도 못 오르고 오래 걷지도 못 합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거기다가 주인공은 괜찮다고 하지만 부모님은 걱정에 우울증 치료를 받게 합니다. 그러다가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그런 비슷한 처지의 모임(?)에 나가게 됩니다.


여기서 그녀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죠.


워터스는 골수암인가 뭔가로 다리를 잘랐습니다. 14개월째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죠. 하지만 다리를 자른 그는 항상 밝고 유쾌하고 긍정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그런 처지를 감추기 위한 방어기제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 후반부에 그들이 맞이하는 결말에서의 워터스의 모습은 어찌보면 '지금까지 연기를 한 것일까?'라는 느낌도 들죠. 하지만 거짓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우울증 치료를 생각할 정도로 의기소침해 있는 여주인공과 자신의 상황에 관계없이 한없이 순수하게 밝은 남주인공이 만납니다. 이러한 조합은 어떻게 보면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도 본 듯한 느낌도 드는데 오히려 상황만 보면 더 최악이죠. 그런데도 그 둘의 만남은 그렇게 어둡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처럼 상극이 그들의 성격은 영화의 재미적 측면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같이 병들어 가는 다른 조연 캐릭터들조차 자신들의 병세를 이용한 자학개그(?)를 이용하여 아주 빵빵 터트려 줍니다. 정말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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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가 처음 시작하고 좀 의문인 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안녕, 헤이즐'이란 제목이 원제 그대로 해석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원제는 'the fault in my stars'입니다. 직역하면 '잘 못은 우리 별에 있다.'정도일까요? 당연하겠지만 직역을 한 제목이 영화의 내용과 훨씬 어울립니다. 물론 '별'이란 대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요. 여트 영화 속에서는 '별'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자주 나오는데 이 '별'에 대한 존재 의미는 영화의 전반과 후반의 진행에 따라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전반부에서의 '별'의 의미는 그야말로 현실도피와 함께 이상향에 대한 도달입니다. 헤이즐과 워터스의 관계가 전반에 그렇게 지지부진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주인공 헤이즐이 이상향을 찾으려고만 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부 내내 헤이즐은 자신이 감명깊게 읽었던 책의 엔딩 이후의 내용말고 자신 주위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헤이즐이 뭔가에 큰 기쁨을 느꼈던 장면들은 전부 책의 작가였던 피터 반 후텐과의 만남과 관련되 것이었습니다. 그 외에 그녀가 그렇게 즐거워하는 부분은 나오지 않죠.


그런데 피터를 만나고 난 후에는 뭔가가 바뀝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의 피터는 헤이즐과 워터스에게 꽤나 잔인한 말들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이 결국 틀린 말들이 아니었죠. 오히려 피터가 헤이즐과 워터스에게 직설적으로 했던 얘기들은 그들의 시선 혹은 헤질의 시선을 밤 하늘의 별이 아닌 자신 주위로 옮기게 됩니다. 그 때부터 워터스와의 관계가 급진적으로 발전하고 부모와의 관계가 더 돈독해지며 헤이즐 스스로의 성격도 바뀌게 되었죠.


하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해피한 이야기만 나올리가 없죠. 영화를 보기 시작한 시점에서 관객들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어떤 인물들도 병이 나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관객들이 느꼈던 불안감은 결국엔 현실이 됩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좀 다르죠. 여튼 이렇게 바뀌기 시작한 상황은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바꿔버립니다만 그렇다고 진지물로 빠지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아름답죠.


영화는 단순히 하이틴 멜로 영화는 아닙니다. 물론 하이틴 멜로의 달달함이 없진 않습니다. 장르적 재미로도 멜로/드라마로서의 재미가 충분하구요. 하지만 영화의 무게마저 하이틴 멜로스럽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묵직함이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하이틴 멜로서의 재미만 주었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가 없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기억에 남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여운이 남지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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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본 달달한 영화였습니다만 정말 재밌게 보았습니다. 관객 반응을 좀 보면 역시 여성관객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남성관객들 특히 여성관객들을 따라간 남성관객들의 반응이 신통찮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아주 만족스럽게 보았습니다. 최근 들어 요렇게 집중해서 보았던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이후로 처음인 듯 싶군요. 이렇게 유명한 감독도 유명한 주연배우도 없는 영화가 말이죠.


솔직히 조조임에도 그 정도의 관객이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그래서 많이 아쉽습니다. 그렇게 많은 관객이 조조로 감상할 정도라면 좀 더 많은 상영관을 잡아서 관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교차상영을 하더라도 2,3개관을 잡아서 상영을 했더라면 좀 더 관객몰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말이죠.


그렇게 상영시간이 애매하지만 꼭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는 데이트 영화로도 추천이고 가족용 영화로도 추천하는 바입니다. 약간의 노출이 아주 짧게 나오기 때문에 아주 어린 자녀분들과의 감상은 피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꽤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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