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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끓다 만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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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빅3 타이틀이었던 '명량' '해적' '군도'를 감상하고 남은 마이너 리그 주자인 '해무'를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스토리고 나발이고 오로지 배우들 때문에 보게 된 영화인데 김윤석은 물론이고 나름 연기력에 물이 오르고 있는 박유천에다가 주조연들이 두말하면 입 아플 배우들이라 우선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마이너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그건 영화 성격상 그렇게 적었을 뿐이고 스릴러라는 장르가 이제는 그렇게 마이너한 장르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잘 만든 스릴러 영화는 19세라는 등급을 받아도 꽤 흥행을 하는 편이구요. 마이너라는 표현을 것은 단순히 '명량'이나 '해적''군도' 등과 비교해서 그렇다고 생각될 뿐이지 영화의 장르 성격으로는 이제 마이너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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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평범한 어선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고기잡이가 영 신통치 않아서 항상 돈을 당겨쓰는 입장이죠. 선자의 부인은 바람이 났고 막내는 할머니와 같이 끼니는 거르지 않는 정도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없죠. 기관장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나오지만 그것도 신통치 않습니다. 대부분이 미스터리죠. 어찌보면 사건의 시작은 캐릭터들의 과거가 베일에 쌓여져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해무에 둘러 쌓인 어선처럼 그들에 대해서도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죠.

 

그런 상황에서 선장은 밀항을 돕고 돈을 받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밀항자들을 배에 싣는 것까지 성공하고 돌아갈 준비만 하고 있죠.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못 한 전개가 펼쳐집니다. 어창에 숨은 밀항자들이 모두 프레온 가스를 마시고 죽은 것이죠. 사실 이 영화의 예고편과 줄거리를 보았을 때는 나중에 이 밀항자 무리와 선원들 간의 혈투(?)가 펼쳐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막내 선원과 밀항자 중 여성 1명만 살아서 나가는 줄 알았죠. 그런데 영화는 그런 예측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사실 이건 저의 섣부른 예측이 문제이기도 했지만 아마 대다수의 관객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튼 그런 꽤나 파격적인 전개를 펼치고 난 후 영화는 본 궤도에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문제는 이 영화는 본궤도에 오르기 직전부터 뭔가 삐그덕 거리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우선 너무 파격적인 전개로 밀항자들을 모두 죽인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사건 전후로 갑자기 성격이 변해버린 캐릭터들에 있습니다.

 

원래 정말 평범했던 (하지만 과거가 어땠는지는 모르는...) 선원들은 밀항자들을 태우고 나서 한명 한명씩 캐릭터가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 첫 단추가 선장인데 물론 선장으로서의 카리스마를 보여줄 필요는 있다고 해도 사람을 죽일 것처럼 패고 바다에 던져버리는 등의 과격한 행동은 그의 이전 모습과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스스로 배를 망가뜨리면서 선원을 구했던 인물이거든요. 물론 선원이었기에 그런 행동을 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폭행을 하거나 권력을 과시하시려는 모습을 보인 부분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변화는 좀 생뚱맞죠.

 

그런데 이러한 캐릭터의 변화가 선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관장은 사고 이후 갑자기 미쳐버려서는 괴이한 말과 행동을 하게 되고 차기 기관장으로 위치를 잡고 있는 선원도 무슨 발정난 개마냥 섹스에만 집착합니다. 그나마 갑판장이나 막내 그리고 어린 여성 밀항자 정도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캐릭터가 너무 빨리 변해버린 점은 이 영화의 가장 의아한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그들의 성격이 변하게 된 것에 대해 합당한 계기나 이유를 찾을 수가 없거든요. 감독이 후반부를 직접적인 스릴러로 만들어가기 위해 억지로 캐릭터를 바꾼 듯한 느낌이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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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렇게 캐릭터들의 성격을 억지로 바꾸면서까지 스릴러라는 장르를 이끌어 가려고 했다면 좀 더 스릴러다운

긴장감을 느끼게 해 줬어야 했다고 봅니다. 캐릭터들의 성격이 변하고 난 후에도 이 영화는 스릴러라기보다는 배틀물에 가깝거든요. 긴장감은 실종되었고 그저 칼과 도끼와 낫만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물론 누가 살아남을지도 관객들은 다 예상하고 있구요.

 

게다가 영화의 분위기가 전혀 무겁지가 않습니다. 쪽에서는 섹스! 외쳐대며 뛰어다니고 있고 명은 미쳐서 중얼거리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그들에게서 도망치고자 숨어 있는 형상이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가볍게 느껴지죠. 그래서 영화는 종종 코미디 영화 같다는 생각이 정도입니다. 진정으로 스릴러로서의 분위기를 주고자 했더라면 쓸데없는 코미디 요소를 배제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분위기로만 따지면 오히려 명량이 훨씬 무겁습니다.

 

이럴거면 굳이 이 영화를 19세라고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잔인한 부분에 대해 관대한 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만 편집을 했다면 (정말 2,3장면 정도) 이 영화는 15세라고 해도 충분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19세와 15세의 등급에 따른 긴장감 유발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5세 등급으로도 '살인의 추억'과 같은 명품 스릴러가 충분히 나오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 19세라는 등급을 받았고 그랬다면 좀 더 과감한 연출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배경도 장소도 캐릭터도 충분히 19세다운 영화를 만들 수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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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여러모로 부족한 영화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각본이죠. 전반적인 연출 / 이야기 / 구성 등 지금보다 훨씬 긴장감 있는 스릴러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나마 볼 만했던 것이 배우들의 연기. 정말 지금의 배우들이 캐스팅되지 않았다면 이 영화가 이 정도의 재미라도 느낄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이야기의 재미도 그렇고 애매한 선정성이나 잔인함도 그렇고 뭔가 여러모로 추천하기 힘든 영화네요. 볼 영화 없을 때..........도 그냥 안 보셔도 상관없을 듯한 그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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