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어려워진 현시대에 던지는 돌직구
"
'제보자'를 보고 왔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사건에 대한 팩트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이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변호인'이나 '도가니' '남영동' '한공주' '부러진 화살'과 그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급한 작품들은 모두 실제 사건을 기본으로 한 사회 고발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사실 PD수첩의 당시 본 방송은 보지 못 했습니다. 제가 황우석 교수 사건을 확실히 알게 된 계기는 당시 담당 pd였던 한학수 pd의 저서 '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라는 책을 읽고 나서입니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도 굉장한 충격을 받았으니 당시 PD수첩의 본 방송이 나갔을 때는 그 여파가 어땠을지 사실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여튼 이 작품은 당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과 PD수첩에 방송을 내보내는 시점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
영화의 전개는 의외로 무덤덤합니다. 과장된 연출이나 과장된 연기도 보여주지 않으며 이야기 전개상 클라이맥스라고 할 만한 부분에서의 짜릿함을 제외하면 영화는 시종일관 취재 그 차체에 대한 부분과 제보자의 상황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건 순전히 제 기억에 의존해서 느꼈던 부분인데 한학수 pd의 저서와 비교를 해 보면 취재 자체가 꽤나 팩트에 기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로 저서를 읽어보면 한학수 pd는 취재 초기 체세포 사진과 줄기세포 사진을 비교해 보지 않을 것을 아쉬워하는데 이러한 부분을 영화 속에서도 후배와의 대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취재의 큰 줄기가 팩트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영화에서 보여주고 있는 취재 과정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이유 중에 하나는 앞서 말했듯이 극적인 연출도 과장된 연기도 없이 취재 과정 자체를 무덤덤하게 보여줄 뿐임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장된 연기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박해일을 비롯하여 많은 배우들의 연기는 당연히 이 영화의 완성도를 올려주고 있습니다. 주조연 할 것 없이 대체적으로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편이고 그 중에 탑은 역시 박해일입니다. 많은 영화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듯한 연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은 불안했던 배우가 유연석인데 나쁘지는 않지만 뭐랄까 좀 어색한 느낌이 들더군요. 오히려 유연석의 아내로 나오는 류현경씨의 연기가 더 자연스럽더군요.
더불어 그런 큰 팩트에 양념으로 들어간 허구라는 조미료는 이 영화를 더 맛깔나게 만들어주고 있죠.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런 무덤덤함 때문에 '변호인'이나 '한공주' '남영동'과 같은 큰 빡침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분노의 한계는 소재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요.
그리고 한가지 더 아쉬운 부분은 '제보자'에 대한 부분입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 '제보자'는 양심을 지킨 덕에 한동안 공공의 적으로 몰리는 상황에 처해지지만 그들이 겪는 상황에 대한 비중이 너무 적습니다. 현실은 좀 더 잔인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영화 속에서는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끝나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
영화는 대중적이지는 않습니다. 우선 소재 자체가 재밌지도 않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빡침을 일게 하는 소재가 아니고 (열받는다고 해도 '이런 사기꾼 새끼!' 정도의 반응이 대다수가 아닐까 싶은...) 영화의 완성도가 아주 뛰어난 편도 아니거든요. 물론 극장에서 보시면 후회는 하지 않을 영화이지만 굳이 찾아서 보실 분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뭐랄까 홍보도 뭔가 적극적이지 않구요.
하지만 재미만을 추구하는 영화만 보시기보다는 가끔 이런 고발성 영화를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이트용으로도 나쁘지 않지만 차라리 가족용으로 보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