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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부부관계는 당사자들 말고는 아무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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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성상 스포일러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gone girl'을 보고 왔습니다. 국내 제목은 '나를 찾아줘'이죠. 개인적으로 국내 개봉명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제목에 대한 묘한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중요한 전개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으니 말이죠.

 

사실 영화의 원작은 잃어보지 못 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의 이야기, 반전 등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감상을 하였죠. 이 영화가 2시간 30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어쩐지 좀 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일요일 오전 8시 반 상영 시간을 생각해 본다면 꽤 많은 관람객이 있어서 의외이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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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주인공 닉이 집을 나와 산책을 하고 바에서 술을 한 잔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아내는 사라진 상태죠. 영화는 시작부터 본 궤도에 올라가서는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영화 시작부터 임계치에 달하는 긴장감을 시종일관 뿌리면서(?)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는 영화의 전개는 스릴러라는 장르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나 중후반에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이전까지 별다른 진행이나 이야기가 없음에도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긴장감을 주는 것은 순전히 감독의 연출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사라진 아내를 찾는 닉의 입장에서 초중반이 흘러가고 나면 이제 약간의 진실이 풀리면서 관객들이 품었던 의문을 약간 해소시켜 줍니다. 하지만 뭐랄까 좀 급하게 넘어가는 느낌도 없잖아 들었죠. 물론 반전이라는 것이 어느순간 툭! 하면서 튀어나와야 제맛이긴 합니다만 극의 흐름상 묘한 이질감이 생기기는 합니다. 저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요.

 

새로운 시점으로 바뀌면서 보여지는 인물의 모습은 그전까지의 인물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자유롭게 먹고 마시고 자는 인물의 모습은 마치 일부러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던 무언가를 놓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이 불리해지자 또 다른 먹잇감을 위해 연기를 하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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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비쥬얼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들과 비슷합니다. 밝은 낮이든 어두운 밤이든 색감을 화려하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어찌보면 무채색 느낌이 들게 하는 컬러와 심플하지만 심플함을 최대의 장점으로 만드는 구도를 통하여 관객들이 집중할 있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핀처 감독의 스타일은 너무나도 군더더기가 없어서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느낌도 들더군요. 뭐랄까 모든 장면의 배경이 세트장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게다가 음악도 굉장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물론 영화 전체적으로 BGM 깔리고 있었겠지만 제가 기억나는 부분은 엔딩에서부터 시작되어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는 동안 흘러나온 OST 밖에 없습니다. 정말이지 깔린 듯한 느낌이 정도로 음악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도 관객이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장점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쓸데없이 비장하거나 웅장한 듯한 BGM 깔면 전체적으로 절제되어 있는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아서 몰입에 방해가 되었을 같습니다.


게다가 두 주연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눈이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약간 맹한 표정의 벤 에플렉의 연기도 굉장히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도 아내 역을 맡은 로자만드 파이크의 연기는 가히 대단합니다. 매 순간순간 섬뜩한 표정 연기를 보여주는데 분량으로 따지면 벤 에플렉보다 적은 편이지만 비중이나 인상으로 따지자면 탑입니다. 사실 로자만드 파이크를 본 적은 2005년작 '둠'과 2012년작 '타이탄의 분노' 등 서너편 정도 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왜 이런 역할을 맡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전까지의 역할을 모조리 씹어버리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둘의 연기는 특별한 조연이 보이지 않는 본 작품에서 굉장히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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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밌습니다. 하지만 가지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은 엔딩입니다. 관객들이 눈치채지 하는 사이에 이미 알려준 영화의 엔딩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는 엔딩입니다만 굉장히 애매하게 생각될 수도 있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작에서는 어떻게 끝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뭥미?'라는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군요.


하지만 만큼 해석의 여지는 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운이 길다라고도 있는 엔딩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엔딩을 좋아하기에 마음에 들었고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에 알맞은 엔딩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영화의 진행 과정에서 관객들이 느꼈던 감정대로 엔딩이 결론지어졌다면 물론 깔끔한 끝맺음으로 괜찮을지는 몰라도 지금과 같은 느낌을 받지는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모로 엔딩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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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밌는 스릴러 영화였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이 없진 않지만 이렇게 담백한 이야기에 정도 긴장감을 주면서 관객들을 쫄깃하게 만드는 영화는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흥행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상영작 중에서 가장 추천하고픈 작품이군요. 단순히 스릴러로서의 재미도 충분하지만 외에 현재 사회에서 이슈화되는 몇몇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여러모로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작품으로 인해서 다음 주에 개봉 예정인 '내가 잠들기 전에'도 꽤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내가 잠들기 전에'는 원작을 예전에 읽어본 적이 있기에 과연 얼마나 원작의 긴장감을 잘 살렸는지 궁금하네요.


덧1. 개인적으로 직접적으로 희생양이 되는 갑부는 그 알리바이만 조사했다면 당연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그런데 왜 단순히 사회 분위기만으로 조사를 포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덧2. 영화를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지만 제목의 센스는 좀 나쁜 편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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