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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이지만 그 만큼 감성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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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대량 포함입니다.**


인터스텔라를 보고 왔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이후로 2년만의 신작을 들고 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번에는 배트맨이나 스릴러로는 만족을 못 하셨는지 스케일을 아주아주 많이 키우셔서 우주로 향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하려고도 했었다가 포기하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인데 원작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각본은 조나단 놀란과 크리스토퍼 놀란이 동시에 올라가 있더군요.


여튼 이 영화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슈퍼 플렉스 G에서 보고자 무려 새벽 24:20분 영화를 예매하고 오늘 새벽에 보고 왔습니다. 차도 없어서 영화를 보고는 근처 찜질방에서 4,5시간 정도 자고 집으로 돌아왔군요. 과거 그래비티를 볼 때도 용산 아이맥스 관람을 하고 근처 찜질방에서 수면을 취했는데 1년이 지나니 더 힘들군요. 여튼 슈퍼 플렉스G는 한 번쯤 볼만한 영화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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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미 지구가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합니다. 황사로 인해서 작물들이 자라지를 못 하고 서서히 멸종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전직 나사의 우주비행사이자 엔지니어였던 주인공 '쿠퍼'는 옥수수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인도의 무인항공기를 탈취(?)하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딸인 '머피'가 얘기하던 초자연현상을 목격하게 되고 그러한 현상을 분석(?)하여 미국이 비밀리에 추진 중이었던 우주 프로젝트에 가담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우주로 향하게 되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꽤 긴 편입니다.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는 시점까지 아마 영화의 1/3내지는 1/2이 흘러가는데 많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주로 드라마로 구성이 되어있지만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가 꽤 흥미롭기 때문이죠. 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와는 별개로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정보는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지구가 먼지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으니 누가 만들었는지 모를 웜홀을 통해 인류가 살 수 있는 다른 행성을 알아보자." 이 정도가 영화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까지 보여주는 정보의 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아했던 점은 그렇게 인류가 멸망할 정도로 지구가 황폐화 되어가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일절 설명이 없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이후 엔딩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지구가 어떻게 되었는지 나오지를 않죠. 감독이 너무나도 '우주'에 대해서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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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우주로 향합니다. 영화는 이 시점부터 굉장히 광활한 우주의 모습을 자주 보여줍니다. 단순히 거대한 웜홀이나 블랙홀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은하계며 전체적인 우주의 모습을 상당히 웅장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 행성에서의 환경도 굉장히 광활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첫 번째 행성에서의 거대한 파도나 두 번째 행성에서의 끝없이 펼쳐진 빙산의 모습은 굉장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큰 화면의 극장에서 보라고 하는 것이죠. 이 부분을 제외하면 큰 화면에서 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비쥬얼적인 부분에서 가장 과학적 고증이 많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웜홀이나 블랙홀이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나온 부분은 아닙니다. 과거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도 나왔었고 '콘택트'에서도 나왔었습니다. 그 외 우주의 환경에 대해서는 최근작 '그래비티'에서도 나왔었죠. 그래서 그러한 비쥬얼이 '신선'하다거나 '새롭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술적 과학적 고증을 통한 현실성을 좀 더 높여주었죠. 특히 블랙홀 통과 후 펼쳐지는 5차원이라는 공간(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만 우선 그렇게 부르겠습니다.)은 물론 감독의 상상력도 더해졌겠지만 기존 이론만으로 존재하던 부분을 꽤 그럴싸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저도 5차원에 대해서 아는 건 쥐똥만큼도 없지만요. (newton 잡지를 더 읽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술적 차이뿐이라고 해도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비쥬얼은 굉장히 강렬합니다. 특히 블랙홀의 이미지는 철저히 고증을 따라 새로운 이론을 찾아냈을 정도로 과학적 접근을 한 만큼 역대 영화에서 본 적이 없는 거대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가장 하일라이트에 해당되는 장면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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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렇게 처음 시작부터 굉장히 '과학적'인 무언가를 외치고 있습니다. 주인공 쿠퍼부터 엔지니어인 것을 아주 만천하에 알리고 있죠.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SF영화라는 것을 강조한 듯한 무슨무슨 이론들을 굉장히 나열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은 영화가 블랙홀 근처에 있는 첫번째 행성에 도착하면서 거의 정점을 찍는데 상대성이론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대사마다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과학적'이라는 것을 대놓고 강조하는 영화가 막판으로 가면서 굉장히 '비과학적'인 느낌으로 흘러갑니다. 지구보다 중력이 강하다고 하는 행성에서 아무런 보조 엔진도 없이 두둥실 엔듀러스와 도킹하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주인공이 블랙홀에서 멀쩡히 살아남는 부분에서 정점을 찍더니 양자역학을 초침에 모스부호로 새기는 등의 설정들이 꽤나 나옵니다.


문제는 이러한 설정들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어 있느냐하는 것인데 너무 눈에 띕니다. 최근 비슷한 작품인 '그래비티'와 비교를 해 보자면 그래비티의 경우도 당연히 과학적 오류가 꽤 많습니다. 문제는 그것들이 상황적 연출에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본 작품의 경우 그렇게 과학적 고증을 홍보용으로 내세우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흔히 알고 있는 과학적 설정들을 무시해 놓고 감성적인 부분으로 납득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블랙홀 통과 후 펼쳐지는 드라마 구성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감정선인데 문제는 블랙홀 통과라는 최악의 설정으로 인해서 이 감정선이 전혀 와닿지가 않습니다. 만약 이게 다른 식의 과정을 통해서 해당 장면으로 연결이 되었다면 아마 인셉션의 팽이보다도 더 짜릿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블랙홀 통과라는 최악의 과정을 통해 도달하다 보니 그 결말의 느낌이 완전히 죽어버린 느낌입니다.


물론 그렇게까지 과학적 고증을 따르면 이 영화는 다큐가 되어버리겠죠. 재미를 위해서는 상상력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구요. 하지만 적절한 비중을 유지하던 이론과 상상의 경계가 갑자기 무너져내리는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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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당연히 모험과 과학이 중요한 영화이지만 그보다도 드라마적인 부분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리고 자신의 작품들에서 드라마적인 부분을 굉장히 신경을 쓰는 감독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영화의 드라마가 좋습니다. 인물들간의 관계 그리고 그러한 관계에서 적용되는 과학 이론은 이 영화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특히 중력에 따른 시간의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첫 번째 행성에서의 드라마 연출은 이후 인물들의 모든 감정선을 이어가는 중요한 부분이이었는데 주인공 쿠퍼가 자신의 아들과 딸이 보낸 영상을 보는 장면은 관객들의 감정을 건드리게 충분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이 가장 많이 울컥했던 장면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영화는 이렇듯 '시간'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하는데 '상대성 이론'이나 '쌍둥이 패러독스' 등이 적용된 이러한 연출은 드라마와 잘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주기에 충분합니다.


아. 그렇다고 그런 이론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시너지 효과를 주는 이론들은 물론 그 이론들을 알고 있으면 좀 더 쉽게 이해를 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겠지만 모른다고 해서 드라마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드라마 구성에서 최고의 장점이 이 부분이라고 생각되는데 꽤 그럴싸한 이론들을 넣어서 과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만 이론과 상관없이 충분한 감정을 전달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구성이 너무 감독 스스로 좋아하는 스타일로 일관한다는 단점 또한 있습니다. 인셉션에서도 보았고 다크나이트에서도 보았던 교차 편집 방식은 굳이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교차해 가면서 보여주었어야 했나 싶을 정도였는데 우주와 지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좀 더 각각의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론과 상상의 경계를 끝까지 잘 유지해서 결말에 다다랐다면 전체적으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던 드라마라는 큰 틀도 클라이맥스에서 제대로 포텐이 터졌으리라 생각되는데 그러지 못 한 것도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훌륭한 이론에 너무 많은 상상력이 포함되지 않았나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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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과연 이 영화를 똑같이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면 무슨 소리를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만큼 그냥 평범한 SF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신선함은 전혀 없고 어떻게 보면 많은 영화들의 장점들을 집합시켜 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이런 생각을 했더랬죠. '과연 이 작품은 다크나이트가 될 것인가 아니면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될 것인가?'


결론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였습니다. 정말 중요한 드라마적 연출을 상상력의 과잉으로 인해서 망쳐버렸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그런 결말을 바꾸었다면 이 영화는 올해의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만 마지막 10분은 아마 두고두고 아쉬웠을 겁니다. 차라리 인셉션의 결말이 훨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더 묵직하게 나가면서 엔딩 자체를 해피엔딩으로 만들지 않았다면 영화가 전체적으로 나빠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좀 더 어두운 분위기의 종반부와 열린 결말을 생각하게끔 하는 엔딩을 보여주었다면 깔끔한 엔딩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더 큰 여운을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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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가지고도 누군가가 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추천을 할 겁니다. 왜냐면 우선 이런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는 오랜만이고 (그래비티는 스타일이 다르기에 제외하고 스타워즈 등도 제외하겠습니다.) 우선 재밌습니다. 이게 제일 큰 딜레마죠.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단점들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재미는 독보적입니다.


우주선이 지구를 떠나기까지 지구에서 진행되는 상영 시간이 대략 1시간 반쯤으로 영화의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구에서 아웅다웅하는 부분조차도 별 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이야기에 굉장히 몰입을 합니다. 물론 우주로 벗어나면서부터는 아주 사건과 사고가 그칠 날이 없기에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죠.


두 번째 관람이 이렇게 망설여지는 영화는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2번째 관람을 생각하면 아무런 주저 없이 극장으로 가는 편인데 이 영화는 무작정 달려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밌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부족한 단점들을 또 생각하면서 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첫 번째 관람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무조건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아마 한 동안 이런 스타일의 SF영화는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덧1. 개인적으로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놀란 감독을 지지하는 편입니다만 CG와 실사의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이 있는 이상 굳이 그러한 신념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덧2. 이상하게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데 연기를 잘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아니면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한 것일까요?


덧3.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이 대토론의 시대를 맞이하게 하는 것은 여전히 감독의 힘이겠죠. 그리고 그런 영화가 망하는 경우는 드무니 이번에도 적절한 흥행은 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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