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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에서 놀러온 친구가 회사에서 콜이 와서 급하게 떠나고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서 뭐라도 보자는 생각으로 보고 온 '타임 패러독스'는

정말 정직한 제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 만큼 영화는 '시간'과 시간에 따른 '패러독스(역설)'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죠.

그 대표적인 대사가 바로 "달걀이 먼저일까 닭이 먼저일까?"입니다.

이 대사는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인데 아마 이 대사가 나올 때는

그 의미를 정확히 판단하기 힘들겁니다.

 

하지만 영화의 1/3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는

이런 종류의 책이나 영화를 많이 접하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의 결말에서 어떤 장면이 나올지 대충 감이 잡힙니다.

그만큼 영화는 색다른 점은 없습니다.

흔히 보아왔고 흔히 들어왔던 시간과 역설이라는 요소를

그냥 다른 연출로서 보여주고 있을 뿐이죠.

그냥 여전히 내용물은 호박인데 수박 껍데기를 씌운 격입니다.

 

다행인 것은 이 영화는 90분이 좀 넘는 상영시간 동안

액션은 거의 없이 주구장창 대화만 주절주절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꽤 몰입감이 좋다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어느 정도 액션이 가미된 SF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영화는 거의 80%정도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인 걸 알고는 좀 놀랬죠.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가 좀 눈에 띄는 편인데

최근 '보이후드'라는 작품에서 만났던 에단 호크는

늘 그렇듯 캐릭터에 녹아드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연기를 보여주며

남장과 여장(?)을 모두 소화하는 사라 스누크라는 배우는

처음 스크린에서 보았지만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사실 이 두 배우가 투톱을 맡고 있는지라

한 명의 배우만 연기가 어색해도 영화가 무너졌을 것 같은데

둘의 연기는 투톱으로 이끌고 갈 만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이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올 유 좀비즈'인데

원작은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단편이라 한 번 훑어만 봐도 될 것 같긴 합니다.

여튼 그렇게 짧은 원작을 영화화하다 보니

상영시간이 짧아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영시간이 짧은 점이 오히려 장점이군요.

이야기를 밀도있게 농축해서 짧고 굵게 끝내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그런 훌륭한 이야기에 비해

너무 많은 복선과 단서를 던져주는 부분은 최대 단점입니다.

좀 더 관객들이 상상하여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을 줄 필요가 있음에도

영화는 모든 정보를 깔끔하게 던져주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에 들어있는 반전에 대해 상상할 여지가 없습니다.

생각 좀 해 보려고 하면 단서들을 제공해 주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좀 실망한 편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단순한 내용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현재 극장가에서

머리 좀 굴리게 만드는 영화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름 추천을 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구요.

문제는 영화의 장르적 특성상 굳이 극장서 볼 필요는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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