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유하 감독의 '거리'시리즈(왜 언제부터 거리 시리즈가 생긴건지 모르겠습니다만.) 마지막인 '강남1970'을 보고 왔습니다. 스케일은 당연히 더 커졌고 이야기도 더 스펙터클하며 액션도 더 잔인해진 이번 시리즈는 정부에서 정치적 이용의 목적으로 영동(영등포의 동쪽)의 강남을 재개발하기 시작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재개발권을 두고 정부 세력과 조폭 세력이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스케일이 커졌다 뿐인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여지는 일진이나 '비열한 거리'에서 보여지는 건달 등하고 별반 차이는 없습니다. 결국은 뒷세계의 이야기이고 무엇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자들의 이야기죠. 하지만 조폭의 이야기라는 것 때문에 이 영화를 사전에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신세계'처럼 조직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잘 만든 영화는 분명히 있거든요.


>>

 

영화는 불법 판자촌에서 생활을 하던 '종대'와 '용기'가 조폭들에 의해 집을 강제 철거 당하고 우연찮게 조직의 일을 도우면서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단지 흥신소나 하면서 지내는 정도였지만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일들에 가담하다가 결국 그들도 그들이 싫어하던 조직의 사람이 되어 갑니다.

 

영화에서는 종대와 용기가 저지르는 살인에 대한 거부감도 자신들의 저지르는 범죄에 대한 죄의식도 잘 표현되지 않습니다. 영화는 비쥬얼적으로도 잔인한 부분이 있지만 그보다도 뒷세계에 발을 담그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를 저지르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그들의 모습이 더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영화는 범죄에 대해 회의적인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극적으로 끝나는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러서도 그것이 비극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업자득이라는 느낌이 강하죠. 아무리 가난하게 생활을 하고 그로 인해 돈에 눈이 멀었다지만 그들이 저지른 살인과 기타 범죄에 대한 일말의 뉘우침을 보이지 않는 모습은 영화의 결말에서 동정을 얻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


그래서 이 영화는 유하 감독의 전작 2편과는 느낌이 꽤 다릅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애초에 학교내 권력에 대항하는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비열한 거리에서는 건달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주인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순수함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영화에서는 특히 어두운 장면들이 많은데 밤에 찍은 장면도 많고 인물들의 모습에서도 조명을 이용한 그림자 표현이 굉장히 많습니다. 옷들도 대체로 검은색 계열이 많구요. '거리' 3부작이라고는 하지만 영화의 느낌만 본다면 이 영화는 3부작으로 취급하기에는 너무나도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되더군요.

 

그리고 그런 영화의 느낌만큼 액션도 잔인합니다. 칼로 베고 찌르고 도끼로 찍고 총으로 쏘고 목각이나 야구 방망이 등 조폭들이 사용할 만한 모든 무기가 등장해서 배우들을 때리는데 심리적 잔인함보다 시각적 잔인함이 큰 편입니다. 뭐 그렇다고 대놓고 목을 긋는 장면등을 보여주는 정도는 아니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기에 충분한 수위인 듯 싶더군요.

 

하지만 그런 잔인한 액션은 잔인하기만 할 뿐 쾌감을 주지는 못 합니다. 레이드의 경우 잔인하기도 했지만 액션에서 오는 쾌감이 굉장했는데 본 작품의 경우 액션 자체에 대한 쾌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무술이 아닌 길거리 스타일의 싸움인지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많은 액션을 영화 속에서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짜릿함이 없다는 것은 꽤나 단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배우가 그렇게 열연을 한 것에 비해서 액션이 참 못 나왔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


영화는 나쁘지 않습니다. 유하 감독 스타일이 그대로 느껴지는 영화이고 아주 재미가 없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감독의 전작들을 보지 않았다면 재밌을 수도 있는 영화죠. 아마 이 영화의 최대 단점은 감독 전작들의 스타일이 너무 그대로 들어난다는 것일 겁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만큼 잔인하고 선정적입니다. 가족용으로는 당연히 어울릴 수가 없을 듯 하고 데이트용으로도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닌 듯 싶군요. 동성 친구나 혼자서 보는 걸 차라리 추천하는 바입니다.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