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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존 윅'을 보고 왔습니다. 매트릭스 이후로 상당히 많은 작품을 하는 동안 흥행에 참패를 하던 뱀파이어 형님은 현대 배경의 액션 영화로 (로닌은 배경이 애매하니 논외로 하죠.) 우리들 곁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사실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더 클 수 밖에 없었죠. 아무래도 그 동안 선보였던 영화들이 굉장히 재미가 없었거든요. (그래도 그나마 나앗던 영화가 05년작 콘스탄틴이었긴 하지만요.)

게다가 줄거리만으로 이미 '개저씨'라는 부제를 달게 된 만큼 이야기 자체가 그다지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마지막으로 준 강아지를 차를 훔치러 온 강도가 죽이게 되고 이에 열받은 뱀파이어 형님은 범인인 조직의 보스 아들을 헤치우기 위해 조직을 개박살낸다....여기서 개를 소녀로 바꾸면 완전 아저씨 아닌가요? 여튼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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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국 내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국내 개봉 후 반응도 아주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액션 그 자체에 대한 평가는 다들 후하더군요. 뭐 이야기를 이미 산으로 보내버렸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액션이라도 즐길 생각으로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다행인 것은 정말 액션은 괜찮습니다. 훌륭한 편이기도 하구요. 총과 쿵푸를 합한 GUN-FU라는 무술을 이용하여 적들을 몰살시키는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은 굉장히 세련되고 깔끔합니다. 특히나 요즘은 맨손으로 육탄전을 벌이는 액션 스타일이 많은데 이 영화는 총을 이용하여 그런 액션을 취하니 뭔가 신선하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이퀄리브리엄의 스타일과 비슷하기도 한데 당연히 그보다는 더 세련된 액션을 보여줍니다. 총으로 급소를 원샷원킬로 보내버리는 장면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하더군요.

그런 액션 장면들 덕에 영화는 상당히 그럴싸해 보입니다. 정말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거든요. 앞서 말했듯이 사랑하는 아내가 마지막으로 건네 준 강아지를 죽인 그 놈들을 처치하기 위해 조직을 개박살내는 것 이상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기맨'들을 소재로 이용하는 만큼 나름 재밌는 설정들은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단조로운 이야기의 재미를 세계관 설정과 액션이 뒷받침 해주고 있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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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가 묘하게 '부기맨' 역할을 맡은 키아누 리브스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듭니다. 약간의 시크함과 무표정함과 짜증 섞인 표정에다가 늘씬하면서 기럭지가 길다 보니 액션을 함에 있어 시원시원함이 느껴집니다. 매트릭스에서는 뭐랄까 긴 기럭지를 이용한 무술이 어울린다는 느낌이 강하지 않았는데 (뭔가 휘젓휘젓대는 느낌이랄까요?) 총을 이용한 이번 작품에서의 액션은 상당히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감독은 자신이 잘하는 것과 관객이 원하는 것을 잘 잡아서 그걸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굳이 자신이 잘할 것 같지도 않고 관객들도 원하지 않는 부분을 억지로 넣으려고 하지 않죠. 그런 부분은 과감히 버려버립니다. 그런 부분도 아저씨와 많이 닮아있죠. (이후 우는 남자에서는 굳이 능력을 확장하려고 하는 바람에 여러모로 망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영화는 단조로운(혹은 깔끔한) 이야기에 화려한(하지만 반대로 심플하기도 한) 액션을 가미하여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를 꽤 느끼게 해 줍니다. 뭐랄까. 여운이라는 것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한데 후속편을 노렸는지는 몰라도 테이큰이 생각나게 하는 엔딩을 보여주더군요. 사실 이 정도의 액션을 보여준다면 스케일만 확장해서 후속편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조력자를 더해서 화려함을 극대화해도 좋을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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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서는 이미 극장에서 내렸을 겁니다. 그래서 좀 아쉽네요. 1월달은 빅재미를 주는 영화들보다는 소소한 재미를 주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만 그런 영화들이 너무 빨리 극장에서 사라져 가버렸습니다. 어쩔 수 없는 대형 제작사들의 횡포를 느낄 수 밖에 없는 부분인데 2월달에는 부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모두가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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