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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극장 개봉 당시 워낙에 얘기가 없어서 개봉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린 작품이었습니다. 이후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보고는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 한 것을 아쉬워하다가 블루레이가 정발이 됨에 따라 냅다 질러버렸죠.

 

하지만 사실 불안함은 있었습니다. 일단 상업적인 영화가 아니고 거의 예술 영화에 가까운 작품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예술 영화에 거부감이 있지는 않았지만 뭐랄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역시 집중하기 힘든 편이거든요. 이건 '어렵다'라는 표현보다는 영화의 '분위기'가 작용하는 측면인지라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어려운 영화'가 보기가 쉬운 편입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상영 시간이 무려 3시간에 육박하죠. 최근 감상한 그 어떤 작품보다도 상영 시간이 깁니다. (심지어 그 길다는 호빗보다도 길고 인터스텔라보다 깁니다.) 그래서 감상 전에 꽤 부담감이 없진 않았습니다만 그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 반응이 그 정도라면 분명 이유가 있다는 생각에 감상을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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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이 작품은 예술 영화보다는 일반적인 '드라마' 장르를 가진 영화에 가깝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야기 자체가 꽤나 흥미로운데다가 그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이 잘 조합이 되어서 3시간에 육박하는 상영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호빗보다도 집중하고 본 작품인데 그런 부분 덕분에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가 더 올라갈 수 밖에 없었죠.

 

이야기는 고등학생인 '아델'이 학교생활에 지루함을 느낄 즈음 대학생 '엠마'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 둘의 관계는 일반적인 언니와 동생의 관계가 아닌 이성간의 사랑과 똑같은 관계로 이어져 있는데 흔히들 말하는 '동성애'죠. 아델과 엠마는 레즈비언으로서 둘의 관계는 우정 그 이상의 관계로 지속됩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당연하게도 '동성애'에 대한 당사자들의 시점과 제 3자의 시점에 대한 내용들이 꽤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동성애에 대한 시각은 부정적이죠. 그건 제 3자의 시각 뿐만이 아니라 동성애 당사자들 스스로도 만들어간 부분인데 아델과 엠마는 영화 속에서 둘의 관계에 대해 밝히는 부분이 단 한 장면도 없습니다. 자신의 부모님이나 친구 등 어느 누구한테도 말하지 않죠. 물론 같은 동성애를 경험한 사람들은 제외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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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좀 아쉽기도 합니다. 너무 현실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 아닌가? 싶었거든요. 조금은 판타지적인 부분을 가미하여 그것을 옹호해 주는 친구들의 모습이라든지 그래도 딸내미가 원하는 사랑을 지원해 주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단지 일종의 가정일 뿐이고 만약 저런 장면들이 실제로 영화 속에 들어간다면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와 분위기가 완전히 퇴색되어 버릴테니 넣지 않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여튼 이야기 자체는 그렇게 '동성애'를 중심으로 진행이 됩니다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동성애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동성애 자체도 이야기가 들려주는 큰 의미 속에 포함되어 있는 부분 중에 하나죠. 물론 보는 사람에 따른 시각의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와 인연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아델과 엠마는 비록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함께 살기도 하지만 그 둘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여느 보통의 이성애자들이 생활하는 모습과 다른 점이 없습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소유하고 싶어하고 생활 방식의 차이로 다투고 그러다가 결국 어긋난 인간 관계로 인해 헤어지는 둘의 모습과 아델을 마음에 품고 있지만 어긋난 타이밍으로 인해 보내야 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노라면 영화는 그냥 한 커플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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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이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인 것은 어떻게 보아도 엠마를 의미하는 것이겠죠. 가장 따뜻하다고 표현된 것은 아델이 스스로 고민하고 있던 동성애에 대한 부분을 해결해 줌과 동시에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따뜻하다고 표현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비록 본인의 실수로 엠마를 떠나보내게 되었지만 그녀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절규에 가까운 연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죠.

 

영화는 '재밌다'라고 표현될 작품은 아닙니다. 극적인 드라마도 없고 코믹하거나 달달한 모습도 없습니다. 그냥 그녀들의 모습을 덤덤히 그리고 아름답게 표현해 주고 있을 뿐이죠. 게다가 이 영화는 상당히 선정적인 부분이 없잖아 있기 때문에 (동성애들이 할 수 있는 육체적 관계의 표현에 있어 굉장히 적나라한 편입니다.) 가족용이나 데이트용이나 동성간에도 같이 보기가 애매한 작품입니다. 물론 영화를 다양하게 좋아하는 친구라면 가능도 하겠지만 왠만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힘들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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