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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감독의 쎄시봉을 보고 왔습니다.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제목인 '쎄시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 때 그 시절을 얘기하는 영화입니다. 결국 추억 팔이 영화가 될 것이라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으며 그런 추억 팔이가 얼마나 많은 연령대에게 어필이 될 수 있을까가 이 영화를 보는 주 포인트였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영화는 그 어느 것하나 잡지 못 했습니다.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에 대한 부분은 그 시대를 얼마나 잘 보여주고 있느냐라고 판단을 했는데 이 영화를 그 시대를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 오로지 '음악' 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1960년대의 상황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국제시장'은 정말 대단한 추억 팔이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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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의문이 생기는 것이 왜 제목을 '쎄시봉'으로 지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음악만 들려줄 것이면 굳이 '쎄시봉'이라고 지을 필요가 없거든요.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렇다면 윤형주 / 송창식 / 이장희 등 당시의 음악 트랜드를 이끌었던 인물들이 주인공이라서일까요? 하지만 이마저도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큰 인물은 실제 인물들이 아니라 픽션으로 설정이 된 '오근태'라는 인물과 '민자영'이라는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은 이 둘의 러브 라인이 중심이기 때문에 윤형주 / 송창식은 오히려 들러리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추억을 회상하는 소재를 이용하여 영화를 만들었으면 그 소재를 끝까지 이용해야 하는데 영화는 후반부터 시점을 현재로 옮기면서 그 당시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후반부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추억을 회상하는 사람들'은 관객들 중에서 반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공감을 받기가 힘들다는 것이죠. 20대 30대 하다못해 정말 범위를 넓게 잡아서 40대까지 잡는다고 해도 쎄시봉 세대는 아닙니다. 전혀 공감을 받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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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후반분의 현재의 이야기는 쓸데없는 신파로서 이 영화의 그나마 남아있던 추억 팔이 요소조차 없애버리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버림으로서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버리게 만듭니다. 차라리 아주 짧게나마 3~5분 정도로 마무리 단계에서 보여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더군요.


정말 다행인 것은 그 당시 히트곡이자 지금도 명곡들로 취부되는 음악들을 마음껏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음악들은 bgm으로 깔리기도 하고 실제로 극 중에서 부르기도 하는데 정말 놀란 것은 젊었을 적 트리오를 연기한 정우 / 강하늘 / 조복래의 노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 가수하고의 비교는 힘들지만 일반인들이 부르는 수준은 아니더군요. 극 중에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부르는 모습이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음악만 듣자고 영화를 보러 가지는 않죠. 아무리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음악이 귀에 착착 감긴다고 해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가 없어요. 그리고 관객들에게 흥미를 주는 요소도 없습니다. 영화에서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사건 / 사고 등을 같이 이야기를 했더라면 '쎄시봉'이라는 제목에는 더더욱 부합하지 못 하더라도 영화적 재미는 더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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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언제 기획이 되어서 제작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작년부터 이어져 오는 혹은 응답하라 시리즈가 시작될 때부터 어느 정도 트랜드가 되고 있는 20세기 중후반의 이야기를 적당히 들려주면 흥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뭔가 너무 급하게 만든 것 같은 기분도 들었거든요. 이야기며 연출에 있어서 좀 더 다듬고 제목을 바꿨다면 차라리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음악과 약간의 코미디 요소 그리고 배우가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전체적인 재미나 완성도가 개인적으로 아쉬워서 추천하기는 쉽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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