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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을 모르던 양아치의 신분 상승용 인류 구하기 대작전"

 

매튜본 감독의 신작 '킹스맨'을 보고 왔습니다. '스타더스트'부터 시작해서 '킥애스'에서 핵폭탄을 터트리더니 죽기 직전으로 가고 있는 엑스맨을 '퍼스트 클래스'로 되살린 그야말로 손만 대면 뭔가 만들어지는 감독의 작품이라 두말 않고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특히 예고편에서부터 뭔가 '킥애스'의 약냄새가 묘하게 풍겨오는 것이 묘하게 촉이 발동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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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토리는 어찌보면 단순합니다. 인류를 지구에 대한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는 악당은 최신 기술을 이용해서 인류를 줄이려고 하고 비밀첩보 기구인 '킹스맨'의 한 명인 주인공은 이 악당을 막으려고 하죠. 이야기에서 뭔가 독특함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뭔가 어색한 부분도 느껴지기도 하구요. 따라서 이 영화는 '이야기'에 중심을 둔 영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영화는 시작부터 유머로 시작해서 유머로 진행되고 유머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유머는 단순히 코미디적 연출이나 장치를 통해서 관객을 웃기기보다는 오마쥬에 가까운 연출을 통해서 관객들을 웃기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풍자도 포함이 되어 있어서 영화는 전반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듭니다.

 

더욱이 일단 주인공이 한없이 가벼운 스타일이라 처음부터 중반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콜린퍼스의 진중한 모습을 보다가 중반 이후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가 태런 에거튼으로 옮겨가면서 극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스타일의 변화는 감독이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힌트를 주고 있는 부분이면서 영화 속에서 감독이 던지고 있는 유머 중에 하나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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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수트와 클래식 슈즈 그리고 분명 스파이 용품이라고 생각되지만 최신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 오히려 구식이라고 생각되는 라이터 수류탄이나 볼펜 독약, 나이프가 숨겨진 구두 그리고 (그나마 최신형인) 방탄 우산 등은 최신 스파이 영화가 아닌 클래식 007 시리즈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장된 생각이겠지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대사조차도 과거 클래식 007에서 주연을 맡았던 숀 코너리나 로저 무어 등을 생각나게 하더군요.

 

여튼 감독은 영화 속에서 굉장히 클래식 007에 대한 향수를 뿌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걸 대변하는 인물이 전반부의 주인공 해리(콜린퍼스)입니다. 그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킹스맨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에그시(태런 에거튼)을 영입하고자 하죠. (이런 그의 모습은 마치 엑스맨 퍼클에서의 찰스 자비에 교수같은 느낌도 듭니다.) 게다가 처음 시작할 때는 '카세트 데크'로 영화가 시작하지만 마지막에 끝날 때는 카세트 데크 어플을 이용한 패드를 보여줍니다.

 

비단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뿐만이 아니라 연출에 있어서도 감독은 전형적인 스파이 형식을 벗어나려는 생각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이는데 클래식한 스타일의 킹스맨과 이에 대항하는 악역으로 (사실 악역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나오는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의 스타일은 굉장히 상반됩니다. 발렌타인은 시종일관 힙합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전혀 진중한 모습을 보이지 않죠. 심지어 극 중 그의 마지막 대사조차도 어찌보면 코믹스럽습니다. 역대 악당들 중에서 (그것도 스파이 영화에서) 악역이 이렇게 가볍고 뭔가 양아치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처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행동하는 모습과 외모는 굉장히 이질적입니다. 그런데도 뭔가 매력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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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재치넘치는 연출에 더해서 이 영화의 액션도 약을 굉장히 많이 들이키고 만든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일단 19금이라는 상영등급에 맞는 액션을 선보이는데 물론 잔인합니다. 분명 잔인하다고 생각될 만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죠. 하지만 그런 장면들을 가볍게 만들어서 관객들이 인상을 쓰지 않게 만듭니다. 사람을 반으로 쪼개거나 죽창으로 목을 꿰뚫는 등의 장면들이 종종 나오지만 전체적인 액션의 느낌이 가벼운 편이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액션 자체가 현실적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판타지적 액션에 가까워서 '본 시리즈'나 최신 '007 시리즈' 등에서 나왔던 액션을 기대하신다면 굉장히 실망하실 듯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의 액션은 한 10여년 전에 나왔을 법한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런 액션이 유치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성룡식 액션과도 비슷한 느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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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호불호가 갈릴만 하지만 젊은 관객층에게는 꽤 호응을 받을만한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뭐랄까 이 작품으로 인해 매튜 본 감독은 앞으로 '믿고 보는 감독' 자리에 오르지 않을까 싶군요. 물론 개인적인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한층 더 아쉽습니다. 매튜 본 감독인 엑스맨 : 퍼클에 이어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감독도 이어받았다면 데오퓨패의 만족도도 더 올랐을 것 같거든요. (물론 의미 없는 가정입니다만.)

 

아직 상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리뷰를 너무 늦게 올리는군요.) 꼭 한 번 보셨으면 하는 액션 영화입니다. 여러모로 파격적 스타일이라 극장에서 느껴보셨으면 좋겠네요. 데이트 용이나 친구 간에 관람도 괜찮고 부모님들이 다양한 영화를 즐기신다면 가족용으로도 나쁘지 않습니다.

 

 

덧1. 007 포 유어 아이즈 온리의 포스터만 보더라도 매튜 본 감독이 얼마나 007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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