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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키튼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87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각본상/감독상/촬영상으로 4관왕을 차지한 '버드맨'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주요 상들을 휩쓸기 전부터 보려고 했었는데 사실 그 때는 개봉관이 적을 것 같아서 어떻게 봐야 할까 고민을 했는데 오스카 시상식 덕분에 상영관이며 상영 시간이 많아져서 보기에 굉장히 수월해 졌더군요. 위플래쉬도 이랬으면 좋겠습니다만...


영화는 '버드맨'이라는 블럭버스터 영화로 스타덤에 오르지만 이후 내리막을 걷고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으로 재도약을 하고자 하는 리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 과정에서 마이크(에드워드 노튼) / 샘(엠마 스톤) / 레슬리(나오미 왓츠) 등 여러 인물들간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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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촬영 기법입니다. 영화의 80%를 원테이크처럼 보이도록 촬영을 했는데 그 연출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정말로 한 테이크에 찍은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요즘 할리우드의 영화를 비판하는 말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와중에도 이런 영화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헐리우드는 헐리우드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영화는 분명 편집해서 이어붙이는 부분이 눈에 보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들이 연결되기에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영화의 대부분이 브로드웨이의 극장이라는 점에서 야외에서의 촬영보다 이점이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도로 이어지는 롱테이크 장면들은 극에 몰입하도록 하는데 굉장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원테이크'처럼 보이게 했냐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굳이 원테이크처럼 보이지 않게 해도 영화를 보는데 문제가 있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그렇다면 원테이크로 찍은 것에 대해서 뭔가 의미가 있다는 것인데 그게 무엇일까요? 솔직히 저도 100% 이해를 하지는 못 하겠습니다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원테이크=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연속된다는 것이죠. 누군가의 촛점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도 실시간으로 이어지고 있고 그러한 그들의 인생은 또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뭐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과장되고 허황된 해석일 가능성이 많지만 여튼 이 영화에서의 '원테이크' 연출은 분명 감독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이후 블루레이가 발매된다면 감독의 해설을 듣고 싶은 부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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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야기는 당연히 '리건'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간단히 말했지만 '리건'이라는 인물은 블럭버스터 영화 '버드맨'으로 스타가 되지만 그 이후 인기를 잃고 대중에게서 잊혀지는 것이 두려워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을 통해 재도약을 하고자 합니다. 또 그는 아내와 이혼하여 딸 '샘'과 같이 일하는데 리건의 아내는 이런 말을 하죠. "내가 당신과 이혼한 이유는 당신은 사랑과 존경을 혼동해서야."라고 말입니다.


이런 설정들은 리건이라는 인물이 영화 속에서 행하는 모든 행동에 대한 이유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버드맨' 시절에 사로잡혀 있는 그는 연극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자 합니다만 여전히 쉽지 않죠. '버드맨'이라는 필름 영화 속에서 살아온 그는 대중과 직접 대면하는 '연극'으로 사랑을 받고자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가 않죠. 그러다가 비평가와 한바탕 싸우고 난 후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힌 물건 중에 하나인) 레이먼드 카버에게서 받은 냅킨의 메모를 버립니다. 그 후 우연찮게 대중에게 홀딱 벗은 몸을 보인 그는 그 사고로 오히려 대중들에게 어필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고를 통해 뭔가를 깨달은 그는 '허상'에서 벗어나 '진짜'를 연기하게 됩니다.


이런 리건과 상반되는 인물이 '마이크'입니다. 마이크는 무대 위에서만은 '진짜'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연기를 위해서 진짜 술을 마시고 모텔에서는 반응도 없던 거시기가 무대 위에서는 반응을 하게 되죠. 하지만 그의 이런 모습은 단지 무대에서만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건물 옥상에서 '' 만나서 '진실과 벌칙' 게임을 그의 모습을 보면 그는 항상 '진실' 선택합니다. 숨길 생각도 없고 숨기는 것도 없는 그의 모습에 결국 샘의 마음은 움직이죠. 딸이 태어날 때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것을 후회해서 성인이 되어서 딸과의 관계가 서먹한 리건과는 사뭇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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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상당히 블랙코미디에 가깝습니다. 특히 헐리우드의 영화들이나 브로드웨이의 시스템(?) 상당히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장면이나 대사는 노골적입니다. 그래서 재밌죠. 그런데 여기서 웃긴 것은 그러면서도 주인공 스스로는 과거의 블럭버스터(히어로 영화)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코미디죠.


심지어 마이클 키튼은 영화 속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명작이라 불리는 배트맨 1,2편의 배트맨 역을 맡았었죠. 그래서 영화는 마이클 키튼이 아니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인기, 영웅물, 대중에게서의 잊혀짐, 재기를 위한 도약….마치 마이클 키튼의 자서전과 같은 느낌이 정도입니다.


영화는 쉬운 영화는 아닙니다. 어렵죠. 하지만 재밌습니다. 코미디 요소도 다분해서 관객들을 쉽게 웃기고 있으며 굉장한 촬영 기법으로 몰입도를 높여서 영화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렇게 심오한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엔딩에 도달해 있을 만큼 보여지는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따로 언급할 필요도 없구요.


개인적으로 강추천 작품입니다만 역시나 드라마라는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다소 정신없는 카메라 워킹을 싫어한다면 작품은 최악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왠만하면 몰입해서 보지 않을까 싶군요. 19금이긴 하지만 선정적인 장면도 없고 대사도 별로 없어서 가족끼리 보셔도 문제는 없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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