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평범한 Dreamer가 최고의 Drummer가 되기까지...??"



오스카 수상작 시리즈 세번째(?) '위플래쉬'를 보고 왔습니다. 국내에서 예고편을 보여줄 때부터 뭔가 음악 영화라는 점에서 끌리긴 했었는데 '음향상'과 '남우조연상' 그리고 '편집상'을 수상한 이후 관심이 더 커진 영화였죠. 당연히 음악 영화인 만큼 과연 어느 정도의 음악을 들려줄지가 가장 큰 관심이었구요.


영화의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미국 최고의 음대에 입학한 신입생 앤드류는 최고의 하지만 최악의 교수인 플랫쳐 교수의 눈에 띄어 그의 밴드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쥐뿔도 몰랐던 앤드류는 첫날 개박살이 나고 스스로를 다그쳐서 죽도록 연습을 하죠. 그리고 또 욕을 먹고 또 연습하고 또 욕을 먹고 또 연습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그렇게 앤드류는 점점 성정해 가지만 결국엔 플랫쳐와의 관계가 극에 달해 사건이 생기고 학교에서 재적처리 되죠. 그리고 다시 플랫쳐 교수를 만납니다. 그리고 마지막엔 상큼한 반전이 있죠.


>>


영화는 저런 단순한 이야기를 '음악'이라는 메인 디쉬와 '배우'라는 사이드 메뉴를 통해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풍겨오는 모든 긴장감은 굉장하며 그 긴장감은 영화가 진행되는 106분 동안 쉴 틈이 없습니다. 굉장하고 이런 긴장감을 선사한 영화는 정말 오랜만인데 관객들을 지치게 할 정도로 대단한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들려주는 긴장감은 대단한데 사실 생소하다고도 할 수 있는 '재즈'라는 음악 장르와 '드럼'이라는 악기는 사실 영화 소개만으로는 그렇게 와닿지 않는 요소들인데 실제 영화를 보면 영화 시작하자 마자 드럼이라는 악기에 빠져버리게 만들며 영화 시작 10분만에 재즈라는 장르에 빠져버리게 만듭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이 영화 ost가 발매가 되었을까?'


그 만큼 이 영화는 '재즈'라는 장르와 그 속에서의 '드럼'이라는 악기에 대해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다른 음악 영화들에서는 '이야기'라는 큰 틀을 꾸미기 위해 '음악'이라는 가지를 이용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재즈'라는 음악과 '드럼'이라는 악기의 큰 틀을 꾸미기 위해서 '배우'와 '이야기'가 존재한다고 생각될 만큼 음악의 힘이 굉장합니다. 감독은 마치 관객들이 음악 그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하지만 그렇다고 그 외의 요소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서 친숙하게 보아왔던 '편집장'을 연기했던 J.K 시몬스는 여기서 정말 굉장한 카리스마를 풍깁니다. 올해 지금까지 보아왔던 영화들 중에서 첫 장면에서 이만큼 긴장감과 카리스마를 뿜었던 배우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가 스크린에 나오는 장면마다 굉장한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분명 그는 상대 배우에게 연기를 하고 있는데 보고 있는 관객이 덩달아 긴장을 탈 정도로 말이죠.


그는 자신의 명성과 명예에 누를 끼치지 말라는 말을 직설적으로 할 만큼 '순수한 악'에 가까운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저도 다이버전트에서 조연으로만 보았던 '마일즈 텔러'라는 배우 또한 범인으로서 천재에 달하고 싶어했던 대학생의 모습을 굉장히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정 자체가 약간 불쌍해 보여서 그런지 몰라도 극 중 앤드류가 플랫쳐 교수에게 당하는 모습이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이후 리부트 되는 '판타스틱4'에서 '미스터 판타스틱'을 연기할 것 같은데 굉장히 어두워진 리부트에서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이 두 배우는 사실상 극을 이끌어가는 투톱입니다. 다른 배우들은 나온다 해도 조연 수준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할 정도죠. 그럼에도 전혀 여백의 느낌이 없습니다. 두 배우는 스크린에서 그들의 불꽃 튀는 연기로 꽉꽉 채우고 있으며 사운드는 시종일관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거든요.


>>


그리고 여백의 미가 느껴지지 않는 이런 묵직한 연출을 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역량은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상 데뷔작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주는 연출은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죠. 밴드를 연주할 때의 현란한 카메라 앵글을 보여주는가 하며 배우들이 연기할 때는 그들의 표정을 클로즈업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클로즈업이 유독 많은 편인데 그런 클로즈업은 과하다기보다는 극의 몰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더군요.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두 배우가 이끌어 가는데 그 둘의 표정 연기가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 최적의 연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게다가 빛과 어둠을 적절히 이용하여 더더욱 그들의 느낌과 표정을 살리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사운드만을 위해서 '코엑스 M2'관에서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비쥬얼을 위해서 아이맥스나 4k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거의 '연주 음악'을 들려주는 영화인데 그런 영화는 어찌보면 지루해지기 쉽습니다. 야외 촬영도 없고 연주를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여러모로 관객을 흥분시키기 어려운데 이 영화는 그걸 완벽하게 깨버렸죠. 그래서 관객들에게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관객들이 긴장을 하고 몰입을 하며 그 자체를 즐깁니다. 이런 연출을 한 감독의 역량은 대단한 것이겠죠.


이 영화가 괜히 '편집상''음향상''남우조연상'을 받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


영화는 '성장담'이라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결과를 영화는 보여주지 않죠. 어떻게 보면 '암시'를 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확정된 '결과'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그 동안 했었던 고생을 보상 받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끝까지 이용을 당했다고 할 수도 있으며 그가 그렇게 되고자 했던 '버디 리치'가 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성장담'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보면 플랫쳐라는 자신의 명예와 명성을 중요시하는 '악'과 순수하게 드럼을 사랑해서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 연습하는 '선'의 대결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웃긴 것은 마지막에 가서 이 둘의 협업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이 이 영화 최고의 클라이맥스라는 겁니다. 아이러니하죠.


>>


이 영화를 추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장르인 만큼 추천하기 전에 반드시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밴드 좋아하세요?'라고 말이죠. (물론 네x버 밴드 아님) 그리고 심장을 울리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이 영화는 굉장한 영화가 될 겁니다. 마지막 엔딩 크래딧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조차 다 듣고 싶어서 앉아 있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