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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이란 제목만큼 거침이 없는 재미"



주말에 영화를 안 보면 뭔가 허전한데 딱히 볼 영화가 생각나지 않은 상황에서 그냥 저냥 하도 광고를 날려서 기억에 남은 '스물'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정말 기대를 안 한 작품이었는데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제가 예매를 할 때만 해도 10명 안팍 정도의 관객만이 예매를 해 놓았더군요. 심지어 토요일 점심 시간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우선 배우들이 워낙에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김우빈이나 강하늘도 워낙에 이미지가 굳혀진 배우들이라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캐릭터와 다를 것 같지 않았고 '동우'역을 맡은 2pm의 준호는 사실 이전에 등장한 작품들을 생각하면 과연 주연배우로서 이름을 올리만 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야기 자체도 제목처럼 이제 갓 성인이 된 스물살들의 이야기인데 그러기에 제가 너무 늙기도 하였죠. 그래서 소소한 재미라도 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생각으로 극장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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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영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이군요. 개인적인 견해로는 입소문이 상당히 좋게 날 가능성이 많을 듯 싶습니다. 그렇게 입소문을 탄다면 장기 상영도 가능할 듯 하고 그러면 4월말의 '어벤져스'와 극장가에서 붙을 가능성도 많으리라 생각되네요. 그 만큼 이 작품은 지금 현 극장가에서 가장 '재미'를 느끼기 쉬운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사실 별거 없습니다. 그야말로 갓 20대가 된 청춘들의 이야기를 큰 줄거리 없이 연애며 진로 등에 대한 그 당시 고민하는 내용들을 들려주는데 마치 단편들을 여러개 묶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나무 기둥이라고 할 만한 줄거리는 없습니다. 콩나물 같은 줄기들이 많이 모여있는 느낌이죠.


그렇게 큰 줄거리가 없다 보니 영화가 주는 의미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영화는 분명 갓 20대가 된 청춘들의 내외적인 갈등이나 문제점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죠.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가 어울립니다. 만약 그런 내외적인 갈등이나 문제들을 진지하게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의 재미는 반감이 되었으리라 생각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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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벼운 분위기에서 재미를 배로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코미디 요소입니다. 반박자 빠르게 던져진다고 생각되는 영화 속의 코미디 요소들은 정말 시종일관 관객들을 웃겨주는데 올해 본 그 어떤 영화보다도 많이 웃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웃음 코드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웃음 코드에는 성적인 부분들도 포함이 되지만 그것들이 저질스럽다거나 더러운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깔끔하고 치고 빠지죠.


특히 상황에 따른 웃음 코드도 많지만 '대사'를 통한 웃음 코드가 굉장히 많았는데 연출과 각본을 모두 맡은 이병헌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독의 필모를 찾아보니 굉장히 눈에 띄는 작품이 많았는데 '과속스캔들'과 '써니' '타짜-신의손'의 각색을 맡았고 '오늘의 연애'의 각본을 맡았더군요. 상업 영화는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후 작품이 꽤 기대되는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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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김우빈은 뭐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껄렁한 바람둥이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제일 잘 하는 캐릭터를 했다는 느낌이 들죠. 자연스럽다....라는 느낌이 잘 어울린다고 봅니다. 그리고 강하늘씨가 맡은 '경재'라는 캐릭터는 지금까지 강하늘이 맡은 캐릭터와 비슷하지만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범생이 느낌과 띨띨한 빙구 같은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습니다. 연기 변신이라고 본다면 성공했다고 생각이 되는군요. 그리고 준호가 맡은 동우도 그 나름의 캐릭터를 잘 보여줍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완전히 다른 세 캐릭터는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런 캐릭터를 잘 연기한 것만으로도 영화의 재미와 몰입도가 굉장히 좋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남자 배우들만큼이나 여배우들도 꽤 많이 나오는데 정소민 / 이유비 / 민효린 / 정주연 등 낯익은 배우들과 낯선 배우들이 적절히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건 다 필요없고 여배우들이 굉장히 예쁘고 매력적으로 나옵니다. 건축학개론의 수지 정도로 매력적으로 나오고 있죠. 한 가지 문제라면 민효린이 맡은 진주라는 캐릭터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배우가 못 살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유비가 연기하는 소희라는 캐릭터가 훨씬 자연스럽죠.


글쎄요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민효린의 발성과 연기는 굉장히 이상합니다. 어색한 것도 아니고 뭔가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연기한 것 같은데 지금까지 보아왔던 민효린의 연기 중에서도 이상합니다. 목소리와 발성을 왜 그런 식으로 표현했는지 잘 이해가 안 되더군요. 예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좀 버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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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데 각 캐릭터를 잘 조율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비쥬얼적으로 굉장히 여성향에 가까운데 물론 여배우들도 예쁘게 나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남성 캐릭터인 만큼 그들의 모습은 호감을 사기도 하고 나쁜 남자의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면서 모성애를 이끌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용적으로 보면 굉장히 남성향에 가깝습니다. 치호(김우빈)라는 캐릭터는 시종일관 "섹스하자!"를 외치며 클럽을 돌아다니며 경재(강하늘)도 짝사랑하는 여선배를 보면서 음흉한 상상을 하죠. 아버지가 사업 실패로 가장이 된 동우(준호)는 자신의 꿈이자 이상이었던 만화가를 포기하고 큰 아버지의 회사로 들어가는데 이런 이야기들은 남자로서 굉장히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배우들이 던지는 대사들 중에서 성적인 드립이 굉장히 많아서 처음 그런 대사들이 나올 때 이 영화가 19금인데 15금으로 잘 못 선정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대사의 농도를 보면 케이블에서 방송 중인 '마녀사냥'이 생각날 정도인데 물론 지금의 청소년들이 모르는 내용은 없다고 해도 과연 청소년들이 들을 만한 수위의 대사인지 생각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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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제외하더라도 영화는 굉장히 재밌습니다. 유쾌하고 발랄하며 거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은 분명 젊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만한 요소들입니다. 성적인 부분에 있어서 살짝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뭐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했으니 등급을 그렇게 정했겠죠.


오히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재밌는 영화를 좀 더 젊은 관객들이 보지 못 했다면 굉장히 아쉬웠을 것 같거든요. 앞서 말했지만 입소문은 분명 좋게 날 것이고 장기 상영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마 역대 3,4월 개봉작 중에서 가장 흥행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부모님하고 보기에는 15금이긴 해도 성적인 요소가 많아서 민망하실 겁니다. 솔직히 청소년들도 이성끼리 보러 간다면 좀 민망할 것 같거든요. 하지만 친구나 애인 사이면 굉장히 유쾌하게 보기 좋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추천을 날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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