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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고통받는 스카이넷"
또 다시 돌아온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지겹도록 나오고 나오고 또 나오면서 늙어가는 아놀드 형 만큼이나 영화 속 t-1000도 늙게 만드는 이 영화는 그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을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젠 스카이넷을 그만 좀 괴롭혀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맨날 죽어나가는 스카이넷이 불쌍하다고 생각 될 지경입니다.
할 얘기도 없다 보니 괜히 이야기만 복잡하게 만들어서 이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그 t-800이 이미 사라 코너 어린 시점에 건너와서 죽 같이 지내고 있는 데다가 1편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t-800은 오자마자 죽여버리는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2편에서 등장하는 t-1000도 뭐 좀 시달리나 싶더니 금방 없애버리고(이미 어떤 놈인지 다 알고 있으니….) 새로운 스카이넷인 제니시스를 파괴하고자 하는데 이 과정에서 카일 리스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탈 때 습격당한 존 코너가 나노 머신이 되어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촌극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적고 나서 보니 저도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자기를 낳아 준 엄마와 아빠를 자기가 생기기 전에 없애버리려는 (기계화 된) 존 코너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과거로 간 카일 리스는 뭔 허당짓만 해대고 있고 어릴 때부터 전투 훈련을 받아온 사라 코너가 그나마 좀 싸우긴 하는데 결국 다 늙어서 삐걱대는 아놀드 형은 또 혼자서 고군부투하고 있죠.
애초에 t-1000도 개고생하면서 이기고 t-x도 개고생하면서 이기긴 했는데 이젠 모델명이 뭔지도 모를 나노머신을 이겨볼 거라고 발버둥을 치지만 애초에 이긴다는 것 자체가 에러인 설정 하에서 그나마 액션은 볼만했다는 것이 유일한 다행이랄까요.
그런데 이놈의 제작사들은 여기서도 끝낼 생각이 없는 것인지 이제는 t-800을 t-1000화 시켜서 마무리를 짓는데 아무리 cpu만 있으면 된다지만 이젠 '기계적 노화' 따위도 사라진 t-800을 앞으로 얼마나 부려먹겠다는 것인지 상상도 안 갑니다.
1,2,편이야 전설 중의 레전드니까 건드리지 말자고 해도 3편보다는 낫다지만 차라리 4편처럼 미래 전쟁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왜 맨날 그 놈의 타임머신을 돌려대는지도 모르겠고 린다 해밀턴을 능가할 사라 코너를 만들어낼 자신이 없으면 그냥 등장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더군요. 오히려 그 당시의 린다 해밀턴이나 시고니 위버가 훨씬 카리스마가 넘칠 듯.
여튼 이번 작품은 뭔가 불안하게도 새로운 연작의 시작이 될 것 같은 기분인데 모쪼록 그냥 여기서 끝냈으면 싶습니다. 아니면 쥬라기 월드처럼 뭔가 새로운 흥미거리를 찾던지요. 새로운 흥미거리가 신형 터미네이터 밖에 안 보이는 상황에서 앞으로 무슨 터미네이터를 창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