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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스포일러 엄청 많습니다.**



고아성, 박성우 주연의 '오피스'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무조건' 보자는 생각을 한 영화는 아닙니다만 뭐랄까 묘하게 끌리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고 할까요?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이다 보니 뭔가 묘한 이끌림이 있었다는 저 혼자만의 생각을 해 봅니다. 여튼 그런 묘한 이끌림에 토요일에 50분이나 지하철을 타고 '이민자'를 보고 왔음에도 일요일 오전에 급 감상을 하고 왔습니다.(이민자 리뷰는 요 다음에...)


우선 영화의 주 감상 포인트는 '직장 생활'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직장 생활의 모습은 미생과 비견될 만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확고한 상하 관계와 그런 상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에 찌들어 있는 직장인의 모습은 취직을 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영화는 이러한 '현실적인 사회 생활'에 대하여 일정 수준 이상을 관객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부분이 많은데 일단 오프닝에서부터 직장 생활에 찌든 한 과장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 인물이 무기력하게 퇴근하여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은 채 집에 들어가고 저녁을 먹고 과일을 먹는 장면은 현 세대의 아버지의 모습 딱 그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사건이 터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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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첫 번째' 사건은 미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속임수 사건을 통해 영화는 사건의 발단이 되는 곳으로 시점을 옮기는데 시점이 바뀌고 나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첫 번째' 사건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물론 두 사건 각각의 범인들 간에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건 자체에 있어서 영화 오프닝에서 벌어진 사건과 시점과 장소가 바뀐 이후의 사건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다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왜냐면 영화는 첫 번재 사건의 범인인 김병욱 과장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서 '회사'라는 장소로 시점을 옮기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김병욱 과장의 시체로 인해서 회사 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들도 김병욱 과장이 '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진행시키죠.


그런데 한 가지 감독이 간과한 부분은 요즘 관객들은 너무 똑똑하다는 것입니다. 김병욱 과장이 일가족을 살해하고 회사로 돌아왔지만 그의 소재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과연 관객들이 그를 범인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죠. 정말 무식하다고 생각하는 저조차도 그가 일가족을 살해하고 나서 다시 회사로 돌아와 팀원들을 살해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영화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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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그런 아쉬운 속임수와 미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개는 나름 괜찮습니다.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꽤 보여주고 있는 편이죠. 게다가 이런 스릴러의 성격에다가 주인공 이미례의 상황까지 겹치면서 상당한 몰입감을 주기는 합니다. 특히 인턴으로서 그녀의 입장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이상하게 그 상황에 공감을 하면서 빠져듭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의 몰입감과는 별개로 이야기의 진행 자체는 좀 애매합니다. 특히 아무리 대기업의 압박이 있었다고 해도 회사 내에서 직접적인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담당 형사를 다른 현장으로 보내버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론 다른 현장으로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 다른 담당 형사가 진행을 하거나 하면 몰라도 아무런 손을 쓰지 않습니다. 그냥 냅둡니다. 살이 사건이 일어났는데 말이죠.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결말 부분입니다. 감독은 관객들에게는 '얘가 범인이다!'라는 것을 완전 대놓고 보여주고 있으면서 형사에게는 전혀 증거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미수로 그친 마지막 살인 사건을 형사라는 사람이 잘 못 판단을 해서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총으로 쏴 죽여버리고 실제 범인은 내버려둔다?


솔직히 그간의 증거를 찾아봤다면 과연 그렇게 연쇄 살인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무리는 굉장히 허술합니다. 처음에도 적었지만 영화를 좀 더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어요. 저는 그 장면을 보고는 혹시 내가 놓친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뭔가 놓친 것이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하게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더군요.


정말 전형적인 용두사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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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영화를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 기준에서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버리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도 없을 뿐더러 용납할 수 없어 보입니다. 무슨 의도일까요? 또 다시 차별받는 인턴으로 돌아간 범인(주인공)이 또 다른 사건을 벌인다는 걸까요?


그래서 너무 아쉽습니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모든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좋습니다. 특히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고아성양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순박한 표정과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연쇄 살인만의 표정을 모두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스크린을 통해 충분히 표출하고 있습니다. 항상 악역 위주를 맡던 박성웅씨도 많은 비중을 가지지는 않지만 형사 캐릭터를 충분히 살려주고 있구요.


이런 배우들의 연기를 가지고 이런 마무리라니....생각할 수록 아쉽군요.



덧1. 이걸 19세로 만들었어야 된다고 봅니다.


덧2. 피바다와는 별개로 정말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고 생각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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