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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도 선도 악도 없는 블랙 코미디"



조정석 주연의 '특종:량첸살인기'를 보고 왔습니다. 조금은 관심이 있던 작품이었는데 개봉 후 입소문이 그리 나쁘지 않아서 극장으로 달려갔죠. 사실 이 영화를 기대한 이유는 이야기의 흥미도도 있지만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연기도 한 몫 했기에 처음부터 이 영화를 보는 주 관점은 이야기와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연기였습니다.


이야기적인 부분부터 주절주절거려 보자면 이 영화는 이야기와 각본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인데 단순히 살인자에 대한 오보와 그로 인한 갖가지 상황들을 코믹하게 연출하는 전반부와는 달리 블랙코미디의 성격이 드러나면서 스릴러적 경향이 강하게 보이는 후반부의 영화의 성격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데 이런 완전히 달라 보이는 영화의 흐름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것은 감독의 힘도 크겠지만 그 이전에 잘 쓰여진 이야기와 잘 짜여진 각본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더 테러 라이브'가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했죠.


사실 더 테러 라이브가 생각난 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영화 속에서는 그 누구도 '절대적인 선'이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거짓된 정보를 결국엔 끝까지 보도하게 되고 방송사 임원들을 어느 정도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방송합니다.


살인자는 말할 것도 없고 처음 제보를 한 외국인조차 나중에는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죠. 심지어 주인공의 아내까지도 자신의 외도 사실을 숨기다가 영화 막판이 되어서야 밝힙니다. 사실 정상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는 이런 난장판 같은 상황에서 그나마 주인공은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최악의 비정상으로 끝나고 말죠.


여튼 그런 독특한 이야기의 흐름은 관객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가볍게 시작해서 묵직하게 끝나는 맛이 있기에 어느 정도 여운을 남기는 부분도 있고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를 무조건 진지하게만 그려내지 않음으로서 안 그래도 심각한 이야기를 굳이 관객들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지겨웠던 블럭버스터 대란이 끝나고 극장가는 비수기라고 불릴만한 이 때에 나름 영화를 즐기면서 보게 만드는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 속에서 비정상인 캐릭터들을 연기자들은 잘 연기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조정석 원톱이라고 할 만큼 조정석의 비중이 굉장한데 연기 잘 하는 배우인 만큼 혼자서 극을 이끌어가는데 전혀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그 특유의 코미디적 연기를 잘 소화한 전반과 달리 굉장히 진중한 성격으로 바뀌는 후반부의 캐릭터까지 잘 살리는 것을 보면 괜히 영화계에서 꾸준히 부르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물론 다른 주조연 캐릭터들을 배우자들이 잘 살리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주연에다가 원톱으로 열연하는 조정석이 가장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연기도 잘 하고 있었구요. 아마 작품으로 인해서 조정석이라는 배우의 입지가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영화의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말이죠.


결과적으로 특종:량첸살인기는 만든 영화입니다. 마지막까지도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버리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으며 굉장히 진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없이 가볍지도 않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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