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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모던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연출과 이야기"



샘 멘데스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가 연출을 맡은 007 스카이폴의 경우는 제 007 시리즈 중 탑에 랭크되어 있을 만큼 재밌게 보았고 샘 멘데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지도 몰랐던 아메리칸 뷰티는 꽤나 충격적인 작품이었고 로드 투 퍼디션, 자헤드, 레볼루셔너리 로드 등 그가 연출을 맡은 작품 중에서 실망한 작품을 찾기가 더 힘들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굉장히 높았습니다. 스카이폴 정도로만 나와도 시리즈의 마무리 작품으로서 모자람이 없으리라 생각이 되었거든요. 아마 어떤 팬이라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묘하게 시사회 반응이 안 좋더군요. 그래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저만 재밌으면 됐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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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007 시리즈가 그렇게 완성도 높은 영화를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첩보물이지만 첩보물의 성격이 그렇게 강하지 않죠. 그런데 그런 작품이 '카지노 로얄'로 넘어오고 '본 시리즈'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작품성이 같이 높아졌다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관객들의 기대치도 같이 높아졌죠. 그리고 그런 기대치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주는 시리즈를 이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예외로 퀀텀 오브 솔러스가 있긴 하지만요.


여튼 그렇게 관객들이 기대치가 높아지고 어느 정도 작품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등장한 '007 스펙터'는 여러모로 중요한 시점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정말 생각보다 이상한 작품이 나와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재미와는 다른 측면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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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스카이폴'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M이 죽으면서 남긴 메시지를 따라가던 본드는 여전히 MI6로부터 압박을 당하고 있으면 MI6는 합병될 위기에 처해있죠. 살인면허인 00 제도도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구요. 여러모로 내/외부적으로 위기 상황이 것은 변함이 없고 이런 상황에서 본드는 마치 본이 된 듯이 혼자서 사건을 파헤치고 다닙니다. 물론 머니페니나 Q의 도움을 좀 받긴 하지만요.


그리고 적은 어느 때보다도 본드의 목숨을 위협해 옵니다. 초반에 보여주는 보스의 카리스마는 대단합니다. 본드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모든 것을 알고 그를 괴롭히죠. 그리고 초반에 보여주던 롱테이크 장면처럼 초중반까지의 연출도 굉장히 긴장감 있게 보여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죠. 후반으로 넘어가면 초반의 프리저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악당은 파라후가 되어 버립니다.


이번 작품은 이야기의 힘이 연출력에 한참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중반부터 밝혀지는 적의 정체와 그와 본드와의 인간관계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도 연출력도 굉장히 어수선해집니다. 아니 사실 연출 자체가 어수선하지는 않아요. 샘 멘데스 감독의 작품에서 보아왔던 그 느낌입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굉장히 어수선하고 뜬금없습니다. 개연성이 굉장히 부족해지면서 납득하기 힘든 전개가 펼쳐집니다. 가장 큰 문제는 '카지노 로얄'부터 '스카이폴'까지 이어져 온 모든 인간관계며 이야기들을 한 명의 악당이 저지를 참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과연 카지노 로얄의 베스퍼를 그렇게 마무리해야 할 인물이었을까요?


이야기의 힘이 부족해지다 보니 그걸 메꾸기 위해서 과한 연출이 허다하게 쏟아집니다. 본드를 람보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그 중에 하나죠. 그와는 반대로 뭔가 굉장한 액션을 보여줄 것처럼 얘기하던 스완이라는 캐릭터는 전혀 액션다운 액션을 보여준 적 없이 흐지부지 사라집니다. 도대체 스카이폴에서의 아름다운 액션 장면들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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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007 시리즈를 보여주고 했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습니다. 나쁘지 않아요. 어쩌면 클래식 스타일을 보여주고 했다면 영화에서 그에 대한 미장센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지노 로얄부터 퀀텀을 거쳐 스카이폴까지 오면서 이야기와 연출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들을 묘하게 부정하면서 클래식의 향기를 풍기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야기 자체는 과거의 모든 클래식 시리즈와 본드 개인사를 정리하고 있는데 미장센은 클래식을 표방하고 있으니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샘 멘데스 감독의 의도를 잘 모르겠더군요. 왠지 제작사 측에서 압박을 좀 받은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작과의 갭이 너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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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시리즈가 졸작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닙니다. 기본 이상의 완성도는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상영 시간이 좀 길긴 하지만 그것이 길지 않게 생각되는 재미 정도는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샘 멘데스 감독의 연출은 여전히 깔끔하고 담백하면서 뭔가 있어 보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는 여전히 쿨하면서도 굉장한 슈트발(?)을 보이고 있으며 레아 세이두가 맡은 스완이라는 캐릭터는 본드걸로서는 부족하지만 한 명의 캐릭터로서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짧은 임팩트를 남겼던 모니카 벨루치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죠. 크리스토프 왈츠의 한스라는 캐릭터는 끝까지 카리스마만 유지했다면 최고의 악당이 되었을 겁니다.


보드카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고 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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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을 통해 이제 클래식과의 연결고리를 모두 끊어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 2편 정도를 더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맡길 것 같은데 남은 시리즈에서 새로운 시작을 확실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본드 중에 한 명이기 때문에 더 많은 시리즈를 더 완벽하게 마무리해 주고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여담1. 역시 제대로 된 본드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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