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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상한 시나리오를 각본과 연기의 힘으로 무마하고 있다."
이병헌, 조승우 주연의 '내부자들'을 보고 왔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감독보다도 배우들 때문에 기대치가 높았던 작품인데 '간첩'의 감독으로만 알고 있는 우민호 감독은 사실 저에게는 큰 기대를 줄 만한 네임밸류를 가지고 있지 않은 감독입니다. 죄송하게도 말이죠.
그래서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등 연기파 배우들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한 컷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솔직히 영화의 이야기야 크게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작품은 수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어쩌면 감독의 인생 영화가 될 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물론 여전히 이야기 자체는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조폭과 언론과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지들 맘대로 조종하는 것이야 그렇게 보기 힘든 소재는 아니니까요.
특히나 베테랑이나 변호인처럼 사회고발적 성향을 지니면서 사회 부조리를 까발리는 영화들이 줄줄이 나오는 영화계의 현 시점에서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저 그런 또 다른 느낌의 사회 부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다만 이야기 자체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흥미로움은 베테랑이 마치 미생과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작품은 송곳과 같은 느낌이었다는 것이죠. 좀 더 더럽고 좀 더 추악하고 좀 더 비열한 뒷세계를 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것. 그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약간의 장점만을 가진 이야기를 가지고 감독은 굉장히 그럴싸한 각본을 만들어서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연출로 영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상영시간이 짧지도 않습니다. 2시간 반이라는 상영시간은 아무리 상영시간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해도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작품은 그 어떤 장면이 나와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힘도 있겠지만 그 배우들의 힘을 살리는 것도 감독의 힘이라는 생각하기에 전체적인 연출력에 있어 우민호 감독의 능력은 모자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간첩 때는 몰랐는데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감독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서 배우들의 힘 얘기를 했는데 이병헌과 조승우의 연기는 뭐 굉장한 호흡을 보여줍니다. 연기 잘하는 젊은 배우를 투샷으로 본다는 것의 즐거움이 꽤나 크더군요. 분명 애드립이라 생각하는 대사도 넌지시 받아치는 것을 보면 쿵짝이 굉장히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투톱이지만 그 중에서도 약간 비중이 많은 이병헌의 경우는 사투리 구사 및 표정 등 정말 언젠가부터 '연기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들었습니다. 연기를 못 한다는 얘기를 듣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연기를 잘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 했던 이병헌이란 배우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작품에서 연기력이 굉장히 올라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의 사투리 연기와 표정 연기는 백윤식이라는 배우 앞에서도 꿀리지 않더군요.
하지만 의외로 사투리 연기가 조금은 어색했던 조승우는 연기 자체는 좋았습니다만 그래도 끝까지 사투리가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제 기억 한에서는 사투리 연기를 영화에서 들어본 것이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코디가 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조승우라는 배우의 이름값은 충분히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재밌습니다. 청소년 관람불가에 어울리는 내용과 연출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야기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그 모자란 부분을 각본과 배우들의 연기가 살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 수준의 잔인함과 선정성이라면 데이트용으로 크게 무리는 없지 않을까 싶으며 친구끼리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군요. 다만 가족끼리 보기에는 좀 민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