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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스팅의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안타까운 작품"


진채선이라는 조선 후기 최초의 여성 명창을 소재로 한 '도리화가'는 사실 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굉장히 불안한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여성 명창이라면 단연히 판소리를 해야 할 것이고 판소리를 하려면 그에 합당한 배우를 섭외해야 할 텐데 '배수지'라는 배우는 안 그래도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은데 과연 판소리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컸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아예 대역을 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대역을 할 경우 몰입도가 어마어마하게 떨어지죠. 애초에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처럼 더빙이 필요한 장르도 아니구요. 게다가 요즘에는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이기도 하죠. 레 미제라블도 배우들이 직접 노래를 하지 않았다면 과연 그 정도 몰입감이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테니 이 작품에서 배우들이 직접 판소리를 하고 안 하고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단 다행이도 직접 판소리를 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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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배수지라는 배우를 섭외한 것은 역시 잘못 된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남더군요. '건축학개론'보다는 조금 나아진 연기력이야 둘째치고 판소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안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노력한 흔적은 보입니다. 생각보다 잘했거든요. 하지만 생각보다 잘했을 뿐이지 주연으로서 보여줘야 할 연기는 보여주지 못 했다고 봅니다. 배수지의 판소리는 조연들이 들려주는 판소리보다도 몰입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아무리 봐도 제작사는 배수지라는 배우의 네임밸류를 생각해서 섭외를 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현 아이돌 출신 중에서 탑의 위치에 있고 그 만큼의 인기도 있으며 외모도 출중하니 적정한 수준의 연기만 보여준다면 어느 정도의 흥행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더군요. 인기와 미모와 연기력 중에 인기와 미모를 택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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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약 배수지라는 배우의 문제만 있었다면 저는 생각보다 만족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배수지라는 배우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죠. 일단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도 중구난방인데 이건 스승과 제자의 멜로를 들려주겠다는 건지 한 소녀의 성장기를 들려주겠다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역사의 한 단편을 보여주겠다는 건지 도통 판단이 안 됩니다. 포커스를 너무 많은 곳에 맞추고 있어요.


그리고 감독은 그런 애매한 이야기를 애매한 연출로 보여주다보니 이야기가 굉장히 지루해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상영시간이 109분입니다. 2시간이 안 되죠. 내부자들이 130분이고 괴물의 아이도 119분입니다. 솔직히 요즘 나오는 영화들 중에서는 상영시간이 짧은 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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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줄기차게 깐 영화는 올해 들어서 거의 처음인 듯 한데 그렇다고 완전히 단점만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감독은 아무래도 판소리 영화의 전설인 '서편제'에서 영향을 꽤 받았는지 영상 하나하나가 굉장히 아릅다습니다. 특히 판소리를 하는 장면에서는 인물의 클로즈업과 풍경의 와이드 앵글을 굉장히 잘 오가면서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여주는데 서편제의 영향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공들인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솔직히 영상미를 뽑아낼 정도의 노력을 이야기나 배우 캐스팅에 사용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이건 뭐 노오~~~~~~력!도 아니고 제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차라리 영상미도 안 좋았더라면 안타깝지도 않았을 텐데 영상미가 굉장히 좋아서 왠지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작품이더군요.


영화는 개인적으로 재미 없습니다. 그래서 추천도 못 해드리겠구요. 배수지 양의 미모를 보고 싶다고 하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보시려거든 가급적 혼자 보러 가시기 바랍니다. 괜히 애인이든 이성친구든 가족이든 친구를 데려갔다가는 뒷통수 맞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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