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덕후가 만드는 덕후 영화란 이런 것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시스의 복수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쓰베이더가 되는 것을 보고 10년이 지났습니다. 팬들도 늙었고 배우들도 늙은 시점에서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프렌차이즈는 디즈니에 팔렸고 디즈니는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겠노라 발표를 했죠. 그리고 그 감독으로 떡밥의 제왕 쌍제이 감독이 내정이 되었습니다. 그 후 발표된 예고편에서 한 솔로의 등장으로 팬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본편이 개봉을 하였죠.


>>


새로운 배우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적을 기대하면서 보러 간 에피스도 7에서 저는 에피소드 4를 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극장을 나왔습니다. 제목조차도 비슷하지 않나요? 에피스도 4의 '새로운 희망' 그리고 에피소드 7의 '깨어난 포스' 뭔가 일부러 다른 글자 같은 느낌의 부제를 지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제목조차 비슷한 이번 시리즈는 영화를 보고 나면 내용조차 비슷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고물을 팔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레이, 스톰트루퍼로서 교육을 받았지만 제국군의 행동에 회의를 느끼고 반란군에 들어가려고 하는 핀, 다쓰베이더의 핏줄을 이어 받아 그의 사상을 잇고자 하는 카일로 렌. 그리고 그냥 일반인이었던 그들과 수련생이었던 그들이 각각 '제다이'로서 그리고 '다크 사이드'로서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이번 시리즈는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임과 동시에 클래식 에피소드에 대한 헌사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만큼 이번 작품은 클래식 3부작에 열광하는 팬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어마어마하게 넣어두었습니다.


스타트렉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쌍제이 감독은 정말 덕후로서의 기질이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스스로가 덕후이니 덕후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보여주어야 좋아하는지를 굉장히 잘 알고 있죠. 이번 작품도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팬들을 위한 서비스 작품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죠.


>>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품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애초에 이야기의 진행과 전체적인 구도가 에피소드 4와 굉장히 비슷하다 보니 이야기에 대한 흥미도가 굉장히 떨어집니다. 무엇이 언제 어떻게 발생될 것인지를 너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너무 뻔하고 반전도 없고 심지어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조차도 감독 스스로 다 밝혀버리고 있는 판국이구요.


그리고 액션의 양이나 질이 애매하고 스케일의 크기도 생각보다 소소합니다. 아무래도 다크 사이드로서 수련의 단계를 밝고 있는 렌이 악역을 맡고 있고 제다이로서의 길을 이제서야 시작하게 되는 레이나 핀은 여전히 포스를 제대로 사용을 못 하고 있으니 그들의 대결이 제대로 이루어질리가 없습니다. 뭔가 나무 막대기 몇 번 휘두르다가 대결이 끝나버리는 느낌이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포스를 지닌 자들의 대결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합니다. 카이로 렌은 첫 장면에서 광선총의 광선을 포스로 막아버리는 연출을 통해 '이 자식 뭐지?'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었는데 고작 수련생으로 가고자 하는 핀하고 싸우는데도 상처를 입고 레이한테는 패배를 맛보게 된다는 것은 앞뒤가 이상한 전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차라리 렌에게 굉장히 밀리다가 겨우겨우 구출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다면 이해가 되었겠는데 말이죠.


요런 애매한 장면들 덕분에 영화의 전체적인 인과관계가 좀 이해 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이야기의 전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구요.


>>


그래도! 영화는 재밌습니다.


물론 저도 스타워즈를 아주 완벽히 아는 관객은 아닙니다. 그래서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안 했고 할 수도 없죠. 하지만 그런 저도 이번 시리즈는 재밌게 보았습니다. 이야기의 아쉬움이나 액션의 양이나 질이 영화의 재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그냥 제다이로서 걸어가고자 하는 그들이 처음 광선검을 드는 장면, 그리고 한 솔로가 등장하고 그 분의 뒷모습이 보이고 스타워즈 메인 테마곡이 울리며 자막이 올라가는 장면을 보면서 그냥 느끼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뭐 SF영화라기 보다는 SFX 장르에 가깝고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에서 이런 것을 느끼지 않는 것이 더 아쉬운 일이라고 봅니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쓸데없이 현실성이니 뭐니 따지지 않고 간달프가 군대를 이끌고 헬름협곡에서 나타나는 것을 그냥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심장의 두근거림을 준 것만으로 이 영화는 그냥 좋았습니다.


아마도 다음 시리즈도 에피소드 5와 비슷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에게 수련을 받은 레이나 핀 그리고 다크 사이드로서 더더욱 각성을 하게 될 것 같은 렌 등이 본격적으로 포스를 이용한 모습들을 보여주겠죠. 스케일도 더 커질 것 같구요. 배후의 세력도 확실히 나타나겠죠. 하지만 누가 감독을 맡더라도 그냥 한 가지만 바라는 것은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끼게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그냥 그것으로 만족하니까요.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