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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작품을 만들면서 앞으로 2편만 더 만들겠다고? 누구 맘대로?"



타란티노 감독의 8번째 작품 '헤이트풀8'을 보고 왔습니다. 감독의 얘기대로라면 감독의 마지막 3작품 중 하나가 되는 이번 작품은 여전히 타란티노 감독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는 감독이 현재 몇명이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감독은 스스로의 스타일을 묵묵히(?) 유지하고 있더군요.

영화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단순합니다. 레드락 타운으로 '여죄수'를 호송하던 '교수형 집행인'은 우연히 '현상금 사냥꾼'과 '신임 보안관'을 데리고 가게 되고 이들은 잠시 쉬기 위해 들어간 미니의 잡화점에서 '연합군 장교' '이방인' '리틀맨' '카우보이'를 만납니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때부터 추리(?)와 총격전(?)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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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상영시간부터 얘기를 봐야겠는데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내부자들 오리지널과 맞먹는 수준의 상영시간을 보여주는데 공식적으로 3시간 10분으로 되어 있더군요. 저는 이 부분을 전혀 모르고 9시 조조를 보러 갔다가 점심 때 극장에서 나오게 되어더랬죠.

여튼 이런 어마무시한 상영시간 중에서 2/3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영화는 줄기차게 대사빨(?)로 떼웁니다. 다행인 것은 타란티노 감독의 역량 덕분에 걸쭉한 대사들이 오가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됩니다만 그래도 깁니다. 대사만 2시간 동안 듣고 있다니까요?

그렇게 2시간 동안 대사만 미친듯이 듣다가 중후반부터 시작하는 추리와 총격전 장면 또한 여전히 타란티노 감독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뭍어나옵니다. B급처럼 보이지만 B급스럽지 않은 연출을 보여주죠. 과격하고 파괴적이고 그냥 피가 사방으로 튀기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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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조금은 다르게 느꼈던 것은 추리적인 부분인데 뭐 지금까지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 그리고 킬빌 등을 통해서 스릴러적인 부분을 굉장히 잘 다루고 있다고는 생각을 했지만 추리요소를 이용한 탐정물에 가까운 스타일을 보여준 적은 처음이었기에 조금은 놀랬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총격적이나 선정적인 대사등을 뺀다면 진정 추리물로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여튼 이번 작품에서도 지금까지 작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스타일을 자신의 고유 스타일로 비벼버린 감독의 역량은 따로 말이 필요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런 감독이 만든 캐릭터들을 제대로 연기해준 배우들도 굉장했구요.

사실 조금은 예상을 했었습니다. 저 배우들이 어떤 성격의 캐릭터들을 보여줄까? 라고 말이죠. 그런데 그런 예상을 과감히 깨버리더군요. 사무엘 L 잭슨부터 시작해서 커트 러셀, 마이클 매드슨 그리고 생각도 못 했던 채닝 테이텀까지. 무엇하나 예상했던 캐릭터를 맡은 인물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만 모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감독이 배우들의 능력을 뽑아낸 것인지 도통 판단이 안 서지만 결과물이 대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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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얘기를 살짝 건드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엔니오 모리꼬네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어떻게 조합을 맞출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제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볼만큼 영화 속 음악들은 적재적소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은 굉장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사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서 그렇게 배경음악에 신경을 쓴 적은 없는데 이번 작품은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영화와 잘 어울리더군요.

아무래도 영화의 배경이 거의 국한된 잡화점 안에서 대부분 이루어지다 보니 이러한 부분들을 더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대사 하나 캐릭터들의 행동 하나하나에서 모두 긴장감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음악은 단연코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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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굉장히 재밌습니다. 물론 '호'라는 취향을 가졌을 때 말이죠. 아마 영화 자체로 불만을 가질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의 문제는 독점 상영과 제대로 된 극장 시스템을 가지지 못 한 현실이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애초에 독점적으로 영화를 개봉하는 것도 이상한데 울트라 파나비전70이라 불리는 필름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그것을 상영해 줄만한 시스템을 가지지 못 한 것은 여러가지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더군요. 초반 롱테이크로 촬영된 설원의 장면을 70mm(엄밀히는 정확한 70mm가 아니지만요) 필름 촬영본 그대로 못 본 것은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맨날 문화만 외치지 말고 제대로 된 극장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더군요.

하기사 제대로 아이맥스 상영관도 없는 한국에서 그걸 바라는 것이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지만 세게 영화 시장에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한국 시장에서 이제는 다양한 포맷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상영관이 생겨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화’를 잘 아는 곳을 포함해서 말이죠.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작품은 작품성이며 오락성이 골고루 포진된 영화입니다. 미국의 역사 얘기가 많이 나와서 좀 이해를 못 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야기에 있어서 큰 어려움도 없고 감독의 다른 작품들보다 선정성이며 폭력성은 약한 편(?)이라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는 성인이라면 무난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하지만 상영관이 꽤나 적으니 빠른 시일 내에 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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