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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


아담 맥케이 감독의 '빅 쇼트'를 보고 왔습니다. 2007년 발생한 서브 프라임 사태를 주 사건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당시 금융시장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파악한 각각의 인물들이 그 부조리한 시스템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어렵습니다. 많은 경제용어가 나오고 있고 그것들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 주제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대사들이 어렵다고 영화의 전반적인 과정과 내용을 이해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으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어떤 사태였는가에 대해서는 약간의 지식을 얻고 가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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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맥케이 감독의 작품이 뭐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름은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데 말이죠.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가 만드는 영화 스타일이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있겠더군요. 감독은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지 않고 심각하지 않게 만들어서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함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영화는 많은 경제 용어들이 나오는데 그 많은 경제 용어들 중에서 핵심 단어들에 대해서는 특별 까메오들이 출현하여 산뜻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까메오들이 우정 출현식으로 나와서 간간히 나올 줄 알았는데 단 한 번의 설명만 해주고는 강렬하게 사라지더군요.


여튼 중요한 것은 감독은 이런 산뜻한 연출을 통해서 심각할 수 있는 영화의 이야기를 심각하지 않고 재밌게 받아들이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름 신선하고 참신한 연출이었다고 생각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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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는 4그룹이 등장합니다. 처음 예고편에서 예상했던 것은 이 4 그룹이 머리를 뭉쳐서 금융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는 영화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 4 그룹은 거의 접점이 없습니다.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마크 바움이 운영하는 회사와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자레드 베넷이 만나는 것 외에는 다른 그룹은 전혀 접점이 없습니다.


마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그렇게 많은 인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영화의 소재가 소재인 만큼 영화를 볼 때 꽤 집중을 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누구와 만났고 누구와 어떤 거래를 했는지 헷갈리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다시 인물 얘기로 돌아가서 가장 먼저 금융 시스템의 헛점을 파악한 마이클 버리(크리스챤 베일)는 굉장히 4차원입니다. 락 음악을 항상 틀어 놓고 맨발로 다니며 뜬금없는 제안을 하면서 투자를 하라고 하죠. 하지만 누구보다도 숫자에 강합니다. 어찌보면 가장 무감정스럽게 보이기도 하는 그의 표정이 딱 한 번 변하는데 마지막에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화이트보드에 적힌 이익률을 고칠 때입니다.


하지만 화이트보드에 300%에 가까운 숫자를 적을 때의 그의 표정은 밝지 않습니다. 오히려 회의감에 쩔어있죠.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은 굉장히 비판적인 인물입니다. 모든 것을 믿지 않고 누구도 믿지 않아서 성공한 사람이죠. 그래서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이 마이클 버리가 하고 다니는 행동을 소문으로 듣고 자신도 똑같이 실행하고자 마크 바움을 찾아서 얘기를 했을 때 마크 바움은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조사를 하고 다니기 시작하고 곧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투자를 합니다.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이 영화의 주 나레이션을 맡고 있는 인물로서 유일하게 월가에 포함되어 있는 인물입니다. 재밌는 것은 그는 월가에서 일하면서 월가 내부적인 시스템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고 하죠. 그는 영화 속에서 누구보다도 객관적이며 무감정적인 인물처럼 비춰지는데 락 음악을 듣거나 하면서 어떤 식으로도 표출을 하는 마이클 버리와 달리 그 어떤 표출도 하지 않습니다. 굉장히 숨기는 것이 많은 인물이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에 대한 개인적이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가족 사진조차도요.


그는 냉철하게 자신의 소신을 믿고 마크 바움에게 투자를 하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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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많은 대사가 없는 크리스챤 베일부터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그리고 제작자이면서 조연으로 출현한 브레드 피트의 묵직한 연기까지 사실 정도 연기를 보여준다면 오스카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에 모조리 언급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특히 의외로 영화의 흐름을 많이 이끌어가는 스티브 카렐의 연기는 대단합니다. 최근 폭스 캐쳐 등을 통해 유머러스함을 버리고 정극 연기를 많이 보여주는데 기세가 날로 대단해지는 같습니다. 캐릭터를 정확히 꿰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감독은 이렇듯 다양한 인물들을 데리고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이게 영화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이 정도로 영화는 '사건' 중심으로 외적이 이야기는 거의 들려주고 있지 않죠. 재밌는 것은 그런 사실적인 스타일과 정반대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까메오 등을 출현시켜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묘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엔딩에 다다를 수록 초반과는 상당히 상반된 느낌을 풍깁니다. 감정적이게 바뀌죠. 그러한 부분은 인물들의

모습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마이클 버리와 마크 바움의 경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여기서 보이는 회의감은 영화를 끝까지 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무엇에' 대한 회의감일지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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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우리나라도 IMF 겪었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만들 있음에도 만들지 한다고 우리나라 영화 시장을 비판했습니다. 굉장히 와닿더군요. 거의 상황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미리 알고 똑같은 상황을 만들었을 누군가가 있을 같은데 어째서 번도 소재로서 사용되지 않았을까요?


신입 감독 등이 만들어 달라는 얘기는 관객 입장에서도 같으니 한국 영화계에서 누구의 입김도 쉽게 받지 않을만한 대형 감독들이라면 어느 정도 제작과 연출을 맡을 있지 않을까 싶은데 크게 관심이 없으신 걸까요? 아니면 흥행이 되지 않을 같아서 그런 걸까요?


그건 한국 감독님들에게 맡기도록 하고 마지막으로 영화는 여러모로 괜찮은 수작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들을 제쳐두고서라도 캐릭터들의 모습 그리고 캐릭터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결론에 다다랐을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느끼시면 됩니다. 사실 금융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해서 돈을 벌었다고 보여주는 과정보다 망설임과 회의감을 보였던 짧은 엔딩이 영화의 주제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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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대중적인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화려한 액션도 혈압 오르는 반전도 없지요. 그냥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약간의 재미를 위한 과장은 있었겠지만 그것이 작품의 전체적인 유머를 올려주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당시 상황에 대한 호기심이 있으시다면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중적인 재미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꽤나 추천작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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