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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굉장히 감정적인 주제를 최대한 절제한 미덕"


이성민 주연의 로봇, 소리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극장 비수기인 이런 시점에는 다양한 장르들이 개봉을 해서 꽤 좋아하는 편인데 로봇, 소리는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는 약간 인디 영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봉관도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런데 다행이도 생각보다 많은(?) 상영관이 잡혀서 수월하게 감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실종된 딸을 찾아가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중후반까지는 이야기가 어둡지 않습니다. 의외로 밝고 가벼우며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풀어가고 있고 특히 인공위성 소리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꽤 많은 부분에서 유머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딸을 찾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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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반과 후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조금씩 분위기가 바뀝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딸의 자취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딸의 흔적을 찾아가면 지난 날을 회상하며 후회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꽤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흔적'을 찾는다는 것은 결국 '그녀의 과거'와 다를 바가 없는지라 어쩌면 이러한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결말에 대한 복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이 영화의 배경이 '대구'라는 점도 어느 정도 결말에 대한 암시였을 테구요.


사실 결말에 다다라서는 딸을 찾는 것과는 별개로 꽤 가슴아픈 상황이 지속되는데 십수년이 지나서도 딸을 놓치 않고 찾아다니는 영화 속 아버지의 모습처럼 참사로 인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을 잊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를 반영하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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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이성민이라는 배우는 굉장히 잘 살리고 있습니다. 정말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이 되는데 하일라이트 부분에서의 감정은 보는 사람을 정말이지 먹먹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감정선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보는데 그런 감정선을 이성민이라는 배우를 통해서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연 배우들도 모두 연기를 잘 해주고 있었고 그렇게 연기로 인해서 흐름을 깨는 배우는 없었다고 봅니다. 다만 꽤나 놀란 부분 중에 하나는 소리의 목소리를 맡았던 심은경인데 목소리만으로도 씬스틸러 수준의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충분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은 생각하고 있었고 목소리를 맡았다는 것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낼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에서 등장하는 로봇(이라기보다는 인공위성인) 소리는 시작부터 인공지능에 대해서 이야기를 만큼 인간을 닮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설정이 되어 있더군요. 특히 조니5 파괴작전에 나오는 조니처럼 관객들이 비인간 캐릭터에 대해 거부감 없이 감정이입을 하도록 연출한 것은 굉장히 잘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런 감정이입에 심은경의 목소리가 지대한 공헌을 하기는 했지만 로봇의 행동이나 표정(으로 보이는 듯한 행동) 등을 표현하였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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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신파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것을 과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신파로 밀고 나가지도 않구요. 그래서 거부감이 없습니다. 잔잔하고 여운이 긴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당시의 참사를 소재로서 적절히 이용한 것도 괜찮았구요.


재밌습니다. 솔직히 이상하리만치 상영관을 많이 잡아 먹고 있는 쿵푸팬더3에 밀려 상영관 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감상을 하기 위해서 찾아본다면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는 상황은 되는 만큼 꼭 한 번 감상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데이트용이든 가족용이든 동성친구든(가급적 여자쪽) 누구하고 봐도 어울리는 이야기이고 재미를 준다고 생각되니 꼭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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