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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HoliC/MoviE HoliC

[캐롤]_2016년아홉번째

산다는건 2016. 2. 11. 12:25





 "진짜 사랑이지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배우하고 적당한 줄거리 밖에 없었습니다. 감독의 이름도 영화를 보고 나서야 '아임 낫 데어'의 감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만큼 사전정보 없이 보게 된 영화였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본 작품 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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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떠오른 작품이 2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나마 최근에 감상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이고 다른 하나는 꽤 예전 영화인 '브로크백 마운틴'입니다. 레즈비언이라는 소재만 생각한다면 전자인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비교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의외로 영화는 '브로크백 마운틴'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가장 큰 차이점은 '블루'의 경우는 굉장히 노골적이라는 것이죠.


물론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의 차이도 있겠지만 '블루'의 경우는 모든 부분에 있어서 과감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반해 '캐롤'의 경우는 감추는 쪽입니다. 조용하고 물 흐르는듯한 분위기에 노골적인 것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블루'처럼 대단한 수위의 베드씬도 없구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차이는 캐롤의 경우는 캐릭터의 감정의 변화조차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습니다.


'~블루'의 경우는 캐릭터들이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대담하며 적극적인데 반해 '캐롤'의 경우 마치 첫 연애를 하는 남녀의 모습인 것처럼 조심스럽고 조용합니다.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있다 보니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도 않죠. 그들이 서로의 감정을 그나마 적극적으로 (하지만 은유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같이 여행을 떠나자고 했을 때가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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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캐릭터들의 감정에 따른 관계의 변화는 굉장히 은근슬적 보여지는데 캐롤과 테레즈가 여행을 떠나고 스위트룸에 함께 묵기 전까지 그들 사이에는 항상 가로막이 있었습니다. 투샷으로 한 화면에 나오게 되더라도 화면의 끄트머리에 캐릭터들을 위치시키고 나머지는 벽을 보여준다거나 둘의 사이에 탁자나 기둥 등의 벽을 위치시키며 심지어 자동차에 함께 앉아 있는 경우에도 그 둘의 모습을 한 장면에 모두 담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위트룸에서 묵고 난 후에 그들 사이의 벽이나 가로막은 없어지면서 스위트룸 다음에 묵게 되는 호텔에서 둘은 서로의 감정에 충실해지게 되죠. 이처럼 영화는 사람 사이의 관계 있어서 대사나 행동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은근슬적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관계라는 부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의 표현은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시점을 생각해 본다면 어쩔 수 없다고 보는데 1950년대라면 아무리 미국이라도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상황이라고 보여집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더라도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도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어땠는지를 앨련 튜닝이라는 시대의 천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여튼 그만큼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분위기였던 만큼 영화 속 캐릭터들 스스로도 조심스럽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해 가는 편이었고 감독 또한 그러한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여 연출적으로 정적이며 서정적으로 영화를 표현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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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재미'를 생각한다면 영화는 재미가 없습니다. 뭐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같은 경우도 메이져 장르도 아니었고 그렇게 재미를 추구하는 작품이 아니었던 만큼 이번 작품도 재미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과 재밌는 작품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단지, 비교를 하고 있는 두 편의 영화처럼 그냥 말 없이 바라만 봐줘야 하는 사랑이야기를 본다는 생각으로 감상을 한다면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런 동성애 영화의 경우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노력을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케이트 블란쳇이나 루니 마라가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지를 느끼게 해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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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한 캐롤은 그녀의 외모만큼이나 강인해 보이는 여성이지만 한 편으로는 사랑에 목 말라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중반으로 가면서 그녀의 남편과 이혼하고 자식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지면서 그녀는 애정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방향에 있는 사람이 루니 마라가 연기한 테레즈죠.


물론 그렇다고 테레즈에 대한 애정이 자식이나 남편에 대한 굶주린 애정의 대체제라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둘의 사랑은 진짜였죠. 하지만 만약 캐롤이란 캐릭터의 상황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흐르지 않았다면 과연 캐롤은 테레즈한테 그렇게까지 사랑을 주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테레즈의 시점에서 본다면 캐롤은 어찌되었든 고마운 존재일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매번 그녀에게 구애를 하는 남자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 하는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 하던 그녀에게 진짜 감정을 일깨워준 사람이 캐롤이니까요. 결국 둘의 관계는 어쩔 수 없이 숨겨져야 했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테레즈와 캐롤 둘 사이의 관계는 끊을 수 없는 연결고리가 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마지막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이 더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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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선정적이지도 않고 그렇게 욕이 많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폭력적이지도 않구요. 그런데도 이 영화가 19세 관람가 등급인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영화의 정서와 영화를 이해하는데 그 만큼의 나이는 있어야 된다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런 등급 결정에 찬성하는 바이구요.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러 가서 그렇게 많은 관객이 들어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 만큼 관객들이 많았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많은 관객들이 후회를 하면서 나가더군요. 영화가 어떤 줄거리를 가지는지 소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시간 맞아서 본 사람이 대다수라고 생각되는데 왠만한 영화는 다 감상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볼려는 영화가 어떤 줄거리와 소재를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나서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외로 여성 관객들은 나쁘지 않게 보았다고 생각하는데 남성 관객의 경우는 특히 후회를 많이 하는 것 같더군요. 상영관이 적은 이런 마이너 장르의 영화의 경우 그 영화를 선택할 때는 최소한의 정보는 얻고 나서 보았으면 합니다. 이건 뭐 영화의 여운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온통 불만을 늘어놓으면서 퇴장을 하니 괜히 몰입에 방해가 되더군요.


추천하기가 쉽지는 않은 영화지만 주위에 영화를 좋아하는 여성분들이 있다면 같이 보기에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는 가족들이 있다면 가족끼리 보기에도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되군요. 다만 여기서 말하는 '영화를 좋아하는'의 기준은 단순히 블럭버스터나 재미 위주의 영화 외에 많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니 잘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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