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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여배우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이야기"



올해 2번째로 극장에서 만난 케이트 윈슬렛은 첫 번째로 만났던 스티브 잡스에서도 꽤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 드레스 메이커에서는 스티브 잡스에서의 조안나 호프만이라는 캐릭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케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여배우들의 연기가 묘하게 기억에 남는군요. (다른 한 명은 캐롤의 케이트 블란쳇)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25년전 살인 누명으로 인해 마을 쫓겨난 틸리(케이트 윈슬렛)는 디자이너가 되어 마을로 돌아와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주민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고 이를 이용해 복수를 할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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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복수로 이용되는 도구가 ''이라는 점입니다. 어느 영화에나 나오는 칼과 총과 피(는 좀 나오는군요. 약간.)가 이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복수극이죠.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진실을 찾아가는 스릴러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의 은 복수의 도구이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주민들(혹은 현 세대의 인간)의 이면을 표출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마을에서 고작 열댓명이서 생활하면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들이 그런 휘황찬란한 옷들은 입는다는 것 자체는 그들의 허세를 표현하고 있으며 동시에 겉과 속이 다른 그들의 양면의 모습은 촌 동네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드레스와 동일선상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이런 인물들의 심리를 감독은 촬영 기법의 차이로 표현하고 있는데 인물을 보여줄 때와 풍경을 보여줄 때의 촬영 방식이 다릅니다. 풍경을 보여줄 때는 거의 고정된 시점과 광각으로 보여주는 반면 인물들을 보여줄 때는 얼굴이든 신체부위든 근접 촬영이 대부분이며 그 시점이 지속적으로 변합니다. 마치 캐릭터들의 시점과 심리를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풍경과 인물이 나올 때의 영화의 분위기도 사뭇 다른데 풍경이 나올 때는 고요하며 적막하지만 인물들이 나올 때는 무슨 사건이라도 터질 것 마냥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굉장히 상반된 느낌을 감독은 이질감이 없이 잘 표현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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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이란 복수극의 소재로 인해 영화의 분위기는 꽤 밝습니다. 침침하거나 암울하거나 공포를 조성하는 분위기는 일체 나오지 않죠. 드레스는 화사하며 여배우들은 아름답고 드레스는 기막히게 예쁩니다. 풍경은 근사하구요. 심지어 종종 코믹한 요소까지 나오죠. 그래서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이게 과연 '복수극'이나 '스릴러' 영화가 맞는지 굉장히 의아해 집니다.


물론 애초에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줄거리로 판단해 본다면 이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내포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반해 영화는 생각 이상으로 단순합니다. 오히려 애초에 이 영화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만든 장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화의 장르는 모호합니다.


게다가 초반에 복수극의 형태를 지니고 있는 줄거리는 중후반으로 가면서 그 힘이 떨어집니다.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보다는 그냥 각 장면에 집중하려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진실이 밝혀졌을 때도 그다지 짜릿함이 없더군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문제는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는 더더욱 힘을 잃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애초에 틸라는 복수를 하러 온 것인지 아니면 25년이란 세월을 떠돌면서 지내다 보니 회귀 본능과 사랑에 굶주려 고향으로 돌아온 것인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테디(리암 헴스워스)와의 관계는 복수를 하러 온 여인이 가져야 할 관계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결국 테디도 일종의 방관자 중에 한 명이라고 보는데 그런 그가 구애를 지속하자 그의 사랑을 받아주는 것은 어색하지 않았나 봅니다. 아마도 그런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서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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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체적으로 소소하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드라마 장르이기도 하고 제한된 공간과 제한된 인물들로 영화를 꾸려나가다 보니 드라마라는 장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스케일이 작습니다. 이야기조차도 그다지 반전의 반전을 기하는 내용이 아니다 보니 재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에 재미를 붙였다면 이 영화는 절대 재미가 있을 수가 없죠.


추천도 쉽지 않고 같이 볼 만한 사람도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주위에 극장 맴버쉽 등급이 RVIP이상이 되는 친구가 있다면 한 번 데려가 볼만 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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