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메라 앵글과 얕은 심도처럼 무언가를 위해서 이기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암흑기"


이번 88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사울의 아들을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시체를 처리하던 '존더코만도' 소속이었던 사울이 어느날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되는) 소년의 시체를 정식으로 매장해 주고자 하면서 벌어지는 하룻동안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사실 영화 소재가 새로움을 느낄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홀로코스트와 아우슈비츠 수용소 그리고 그 속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는 한 인물이라는 소재는 다른 영화에서도 꽤 봤을 법한 소재입니다. 비슷한 영화로 '쉰들러 리스트'가 있을 수 있죠. 그래서 이런 소재를 통해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의 과정도 그렇게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소재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


영화는 처음 시작부터 제한 된 시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앵글은 사울의 뒤에서 사울이 보는 부분을 따라가는 편이며 카메라의 심도는 얕아서 보고 있는 부분 외에는 흐릿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감독의 의도된 연출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촬영방법에 대한 해석은 영화 후반으로 가게 되면서 조금씩 이해를 할 수 있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개개인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만 하룻동안 사울이 자신의 아들을 묻어서 장례를 치르기 위해 벌이는 사건의 과정에서 그는 꽤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거의 무단으로 자신의 작업 구역을 벗어나고 XX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멀쩡히 일하던 사람은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그가 제대로 행하지 않은 일들로 인해서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던 존더코만도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굉장히 이기적이죠. 개인주의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의 이런 부분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카메라의 앵글로 심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제한된 시점은 그가 자신의 아들의 장례를 치러주는 것말고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되더군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죠. 그로 인해서 피해 받는 사람들을 그의 안중에는 없습니다. 심지어 반란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도망을 가고 싸우는 와중에도 그는 장례를 치뤄주고자 하는 소년의 시체를 옮기는 데에만 집중합니다.


>>


사실 굉장히 이상했습니다. 그가 그렇게 장례를 치뤄주고자 하는 소년을 그는 명확하게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대사가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초중반까지는 한 마디도 자신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않죠. 항상 돌려서 답변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중후반으로 가면서 전 부인에게서 얻은 자식이라느니 등의 얘기를 하는데 사실 그 조차도 그렇게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애시당초 그 소년이 정말로 사울의 아들인가? 라는 의문을 많이 만들어 놓죠.


그렇다면 감독은 소년의 정체에 대해서 왜 명확히 알려주는 대사를 넣어두지 않았을까요? '아들' 자체가 단지 핏줄을 이은 자식으로서의 의미 외에도 뭔가를 숨겨놓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 죽은 소년과 이어지는 부분이 바로 마지막에 등장하는 실제 소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죽음-삶이라는 연결고리는 새로운 시대로의 연결을 의미하는 듯 하면서 사울 스스로의 만족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가 마지막에 소년을 보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었던 이유도 그런 의미에서의 웃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신은 여기서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만 중간에 잃어버린 소년의 시체의 뒤를 이어 새로운 소년 그것도 자신들의 존재 의미를 이어나갈 수 있는 소년을 만나게 됨으로서 자기 위안을 삼게 된 것이라 보여집니다.


>>


연출적으로 대단한 영화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한된 시점을 보여주는 촬영 기법과 함께 오히려 오픈되어 있는 음향효과는 관객들로 하여금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게 만듭니다. 주변의 많은 소리들을 절대로 흘리지 않고 고스란히 담아내어 '시야'와는 굉장히 상반된 연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과 비슷하죠. 시점은 모니터나 핸드폰을 보고 있지만 청각은 주변의 모든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더 잔인한 연출이라고 생각됩니다. 가스실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비명, 총 소리, 무언가를 태우는 소리 등으로 인해 관객들에게 알 수 없는 공포감을 상상하게 만들죠. 마치 빛이 없는 방 안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마구 들려오는 듯한 그런 느낌입니다.


>>


결과적으로 피곤한 영화입니다. 시각적으로도 피곤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되며 많은 부분에서 제한을 걸어 놓음과 동시에 많은 부분에서 관객들이 상상을 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충분히 피곤해지는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대중적인 영화도 아니라서 '재미'를 느낄 만한 부분도 없는 영화이기에 더 피곤해지죠.


단순히 '소재'만으로 이 영화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재 이상으로 뛰어난 연출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예상 외의 현실적인 연출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러한 연출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도 복잡합니다. 이 영화가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것은 그런 영화 속 의미와 연출의 힘이 컸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재밌는 영화도 아니고 상영관을 찾기도 쉬운 영화가 아닙니다. 저도 근 50여분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찾아가 봤으니까요. 추천하기도 쉬운 영화가 아닌지라 더 이상의 사족은 필요없을 듯 합니다만 신선한 연출력을 보고 싶다고 하시면 한 번 찾아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