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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많이 먹으면 체한다니까..."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DC에서 저스티스 리그의 출발을 위해서 그래도 DC 유니버스 시네마틱에서 최고의 흥행을 거둔 '맨 오브 스틸'의 감독 잭 스나이더를 다시 영입하여 만든 '배트맨V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을 보고 왔습니다. 여러모로 기대를 하게 만든 작품이었죠. 몇 년전 코믹콘에서 짧게 보여준 배트맨과 슈퍼맨의 조우 장면은 많은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느 정도 '결말'에 대한 라인업이 정해지고 그것을 향해서 돌진하는 상태인 마블에 비해 그린 랜턴의 실패로 기나긴 공백 후 맨 오브 스틸의 성공으로 다시금 시작을 하게 된 DC의 상황은 너무나도 다릅니다. 솔직히 비교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죠. 무엇을 만들든 평균 이상의 재미를 주게 된 마블은 이제는 최근작 앤트맨으로 '믿고 보는' 마블이 되었고 비록 흥행을 했지만 여전히 욕을 먹었던 맨 오브 스틸 이후 바로 저스티스 리그의 밑밥을 던지는 DC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이번 작품도 개봉 후의 평가가 굉장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감상을 했는데 물론 지금의 평가가 굉장히 과소평가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영화가 여타의 마블의 히어로 영화보다 잘 만든 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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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의 경우 히어로들의 고뇌와 상황의 심각성 등으로 인해서 어느 정도의 묵직함과 어두운 분위기를 주로 이끌어 갔는데 이번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그러한 부분이 더 부각되어 있습니다. 제목이 배트맨V슈퍼맨이라고 지어졌지만 이건 직접적으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V는 미국에서는 재판용어로 '갑V을'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죠. 즉 여기서는 배트맨이 슈퍼맨을 심판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둘의 대결이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둘의 대결을 초석으로 해서 한 명의 강력한 빌런을 등장시키고 이를 무찌르기 위해 DC의 트리니티가 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저스티스 리그를 위한 준비 단계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전체적인 이 과정은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슈퍼맨/배트맨/원더우먼 이 트리니티가 한 컷에서 나온다는 것이 굉장히 반갑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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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이야기의 전개입니다. 영화는 오프닝에서 슈퍼맨과 조드 장군의 대결로 메트로폴리스가 쑥대밭이 되고 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브루스 웨인(배트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는 슈퍼맨을 단죄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하죠. 그리고 슈퍼맨은 그를 찬양하면서도 그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를 통제하려고 하는 인간들에게 점점 회의감을 느낍니다. 당연히 그를 제거하려고 하는 배트맨도 못마땅해 하죠.


그런 둘의 관계와 심리적인 표현은 영화의 중후반까지 이어집니다. 나쁘지 않아요. 괜찮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부족한 개연성 등이 보이지만 수긍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정도 빌런으로서의 각성을 보이려고 하는 렉스 루터라는 인물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에서 렉스 루터는 어느 정도는 그냥 과학자입니다. 외계인인 슈퍼맨을 견제하기 위해서 크립토나이트를 반입하여 무기화하려고 하며 단순히 슈퍼맨 뿐만 아니라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메타 휴면도 견제하려고 하죠.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풀리지 않게 되자 그를 견제하던 여성 의원을 법원에서 폭탄 테러를 통해 죽이고 동시에 슈퍼맨의 입장을 더 최악으로 다다르게 만듭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슈퍼맨의 엄마를 납치하고 그녀를 인질로 슈퍼맨 보고 배트맨을 죽이라고 하는 순간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개판이 되어버립니다. 배트맨이 철저하게 준비하던 모든 과정이 슈퍼맨이 그렇게 갈등하던 고민이 단순히 '엄마'라는 존재를 인질로 잡고 협박한 렉스 루터라는 인물로 인해 모두 사라져 버립니다. 더 웃긴 것은 그렇게 죽이고자 치고 박던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로 고작 '엄마'라는 존재로 인해서 뜬금없이 종결이 지어진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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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그것도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시작부터 브루스 웨인의 엄마 이름을 줄기차게 불러주고 있고 브루스 웨인이란 사람한테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사람이 어떠한 존재인지도 DC 팬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해를 못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은 정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겁니다.


게다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렉스 루터는 이미 배트맨과 슈퍼맨이 실제로 누구인지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러한 과정을 전혀 보여주지 않죠. 정말로 뜬금없이 슈퍼맨의 엄마를 납치합니다. 이러다 보니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서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납득할 수 없는 결론이 너무 많아요. 과정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죠.


심지어 이 친절한 빌런은 저스티스의 시작을 알리는 모든 히어로들의 심볼과 이름까지도 잘 정리해 놨습니다. 배트맨은 그걸 훔쳐서 날름 먹었을 뿐이죠. 아쿠아맨, 사이보그, 원더우먼, 플래시.....도대체 이렇게 친절한 빌런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마지막에는 또 다른 악당이 나올 것이라는 것도 알려주고 끝납니다. 이쯤 되면 지구를 박살내는 외계인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자경단을 없애려고 하는 렉스가 빌런인지 나머지 인물들이 빌런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둠스데이의 등장도 굳이 렉스루터가 둠스데이를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슈퍼맨을 죽이기 위해서? 슈퍼맨이 배트맨을 죽이고 오면 그런 슈퍼맨을 죽이기 위해서 둠스데이를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요? 물론 원작 코믹스에서도 둠스데이는 슈퍼맨이라는 존재를 끝내기 위해서 만들어낸 존재이고 실제로 슈퍼맨을 죽이죠. 뭐 그런 원작을 반영한 것이라면 이해는 하겠는데 왜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이야기는 완성도에 있어서 전혀 득이 되는 부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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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행인 것은 그나마 액션 장면들은 CG 떡칠이라고 해도 나름 볼 만했다는 겁니다. 전편 맨 오브 스틸과 스타일이 거의 유사하지만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결, 그리고 배트맨과 인질범들의 대결, 마지막으로 DC 트리니티와 둠스데이의 대결은 괜찮았다고 봅니다. 특히 배트맨의 육탄전은 그 어떤 배트맨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진정 배트맨으로서 보여야 할 액션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이 슈퍼맨으로서의 액션을 제대로 보여준 것처럼요.


그리고 인상적인 BGM과 함께 등장하여 인상적인 액션을 보여주었던 원더우먼은 생각 이상으로 어색하지 않고 잘 융합이 되더군요. 사실 원더우먼이란 캐릭터의 등장으로 DC도 마블처럼 '마법물'로의 전환이 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하는데 올가미 등을 사용하는 모습이라든지 액션을 함에 있어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표정이 그 어떤 캐릭터들보다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어울리더군요.


솔직히 개인적인 주관으로 이 작품은 이야기의 전개와 연출만 본다면 마블의 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준이 못 됩니다. 그렇다고 DC의 흑역사 그린랜턴 수준의 작품은 아닙니다만 이 영화는 모든 DC 팬들에게 여러모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봉 첫 주 흥행 수익이 4억달러는 넘었다죠? 이런 걸 보면 아마 DC 내부 제작자들은 이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작품을 만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흥행은 충분히 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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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저스티스 시리즈의 감독으로 잭 스나이더가 결정이 된 듯 하지만 (액션을 제외한) 대대적인 개편을 하지 않는 이상 작품성으로는 라이벌인 마블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 하리라 생각됩니다. 만약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가 제대로 만들어져 나온다면 게임은 끝났다고 생각되는군요.


덧1. 솔직히 이번 작품에 투입된 제작 인원들을 보면 DC에서도 이를 갈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만 이렇게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제작사의 입김이 강했다던가 감독인 잭 스나이더가 연출가로서 능력이 최하라는 얘기일 텐데 애초에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들은 그런대로 만들었던 것을 보면 제작자의 입김이 강하게 적용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덧2. 이 작품으로 인해서 오히려 벤 애플렉이 감독/각본을 맡게 된 배트맨 단독 작품과 이제 제작을 시작하게 되는 원더우먼 단독 작품이 기대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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