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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도 미쳤고 배우도 미쳤으니 관객도 미칠 수 밖에..."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라는 누가복음 24장 37절.39절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 아리송한 시작만큼이나 영화 내내 아리송함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묘한 찝찝함을 느끼게 하면서 시종일관 보는 사람을 압박해 옵니다. 그러다 보면 2시간 30분이라는 상영 시간은 이미 끝나있죠.


추격작, 황해에 이어 3번째 작품으로 돌아온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은 영화 속에서 뿐만이 아니라 스크린 밖 관객들도 곡소리 나게 할 만큼 관객들을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약간 기분 나쁘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그 만큼 불편한 영화입니다. 감독은 그 어느 것하나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없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많은 상징들이 나옵니다. 물론 그것들을 영화를 보면서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영화를 보고 나서 검색을 통해서 대부분의 내용들을 찾았고 그럼으로 인해서 영화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물론 저도 모두 찾은 것은 아닐겁니다. 기억나는 것들만 찾아보고 나열하는 수준이니까 이후 블루레이를 통해 감독의 코멘터리를 들어보면 확실한 답들이 나오겠죠.


여튼 제가 찾아보고 내린 결론은 이 영화는 일단 반기독교나 안티크라이스트 성격이 꽤나 든다는 것입니다. 오프닝에서 나왔던 누가복음의 구절. 이 구절은 예수가 부활했을 때 그가 다시 살아난 것을 믿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건넨 말입니다. 그런데 이 구절을 영화의 종반에 이르러 누가 어떤 상태에서 읊었는지를 본다면 명확하죠.


그리고 종구의 딸 효진이 악마의 빙의된 채로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먹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나요? 생선이었죠. 이 생선은 오병이어의 생선이나 예수 부활 후 떡과 생선을 먹었다는 점을 사용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어느 정도 끼워맞추기에 가깝지만 끼워맞춘다고 생각했을 때 전자보다는 후자 즉, 예수 부활 후 생선을 먹었다는 점을 이용했겠죠. 그리고 딸은 귀신(혹은 악마)에 빙의되어 깨어나고(부활) 생선을 먹는 것을 보면 이 부분도 반기독교나 안티크라이스트에 가까운 면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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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영화는 악마의 부활을 다루고 있는 오컬트 영화입니다. 어쩔 수 없이 오멘이나 엑소시스트,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같은 영화들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누군가는 악마를 막으려고 하고 누군가는 악마를 도와주려고 등장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최근 개봉한 국내 영화인 검은 사제들을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분위기와 다루고 있는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거든요.


이 작품은 오컬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앞서 말한 반기독교 혹은 안티크라이스트의 분위기를 풍김과 동시에 많은 성경 구절들을 인용하여 만든 종교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감독의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을지라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이 되더군요.


처음 무명(천우희)가 등장하는 장면을 봐도 그녀는 종구(곽도원)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실 별거 아닌 그냥 귀여운 장면일 수도 있지만 요한복음을 보면 "죄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라는 구절이 있죠. 즉, 무명은 이 장면을 통해 그녀가 종구를 도우려는 인물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제가 영화를 볼 당시에는 이해를 못 했을 뿐이죠.


또한 무명은 영화의 마지막에 닭이 세번 울 때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왜 꼭 닭이 세번 울때였을까요? 이 부분은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찾아본 부분 중에 하나인데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베드로에게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나를 세 번 의심할 것이다"라는 구절과 연관이 있겠죠. 결국 종구는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무명을 의심하고 집으로 감으로서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줄기차게 등장하는 새인 '까마귀' 사실 이 까마귀에 대한 해석은 좀 애매합니다. 왜냐면 기독교에서는 까마귀를 불경시하는 새라고 생각한다고도 하던데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주인공을 도와주는 캐릭터로 보이거든요. 일광(황정민)이 장독대를 깼을 때 까마귀가 나온 점이나 일광이 무명을 처음 만나고 자신의 집으로 가 기도를 올리는데 이 때도 까마귀가 등장하여 그에게 겁을 주죠. 이 영화에서는 까마귀가 여러모로 길한 존재로 나오는 듯 합니다.


사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많은 사건에 대해서 '왜?'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이런 의문에 답을 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 영화의 사건들의 원인은 자연재해를 넘어선 초자연현상에 가깝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조차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광이 이런 얘기를 하죠. "고 놈은 낚시를 하는거여, 무엇이 걸려들지는 자기도 몰랐겄제~"라고요. 영화의 전반적인 상황을 대변하는 대사죠. 그냥 외지인은 낚시를 한 겁니다. 물론 숨겨진 큰 목적은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가 걸리든 어떻게 걸리든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입든 괴로워하든 그걸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는 겁니다. 그냥 외지인은 인간이 하는 낚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행위를 했을 뿐입니다. 물고기 입장에서는 뭔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런 과정에 비해서 결말은 의외로 명확합니다. 외지인은 자신이 하고자 했던 것을 이루었다고 보고 황정민은 외지인의 끄나풀로서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죠. 물론 베드엔딩입니다. 종구가 "아빠가 지켜줄께"라는 의미의 대사를 들릴 듯 말 듯 내뱉는 것은 결국 자신 스스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아마도 이 영화은 이러한 엔딩을 보여주었기에 전체적인 완성도가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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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곽도원은 주연으로 충분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어쩌면 이런 역할을 맡았기에 어울렸다고도 볼 수 있는데 다른 작품에서 주연을 좀 더 맡아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작품만으로 보았을 때 코미디부터 정극연기까지 거의 다방면의 커버하지 못 하는 연기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황정민은 정말로 오랜만에 그가 왜 '국민 배우'라고 불릴만한지 느끼게 해 줍니다. 거의 조연이라고 볼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신스틸러도 이런 신스틸러가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가 나오는 모든 장면에서 관객들은 스크린에 몰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간만에 조연으로 나왔는데 정말 최근 그 어떤 주연작에서 보여준 연기보다도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천우희는 황정민보다도 더 분량이 적은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역시나 신스틸러로서 등극할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반 등장하는 귀여운 장면과 완전히 다른 하일라이트에서의 연기는 그녀가 왜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줍니다. 그녀도 오히려 이 작품을 통해서 좀 더 주가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배우는 딸을 연기한 김환희라는 아역 배우입니다. 일상 연기에서도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는 성인 연기자에게 모자라지 않다고 생각되는데 빙의가 시작되고부터 시작되는 그녀의 연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녀의 연기가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모든 성인 배우를 넘어서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것이 연기를 '잘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대본을 보지 않고 엄마가 설명해준 것을 토대로 연기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연기는 어마어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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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추천은 잘 못 하겠습니다. 호불호가 굉장히 나뉠 수 밖에 없는 소재의 영화이고 영화의 분위기가 15세치고는 무겁습니다. 피도 상당히 등장하고 징그러운 장면도 꽤 나옵니다. 잔혹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무마할 만큼 영화가 굉장히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생각해서 이런 소재의 영화로 이런 연출로 보여줄만한 감독이 또 있을까 싶더군요.


아마 큰 흥행은 못 할 겁니다. 호불호가 너무나도 갈리는 작품이니까요. 참 이런 소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하실텐데 그런 분들이 아직은 많지 않은 국내 시장을 생각하면 이런 작품이 대박을 치지 못 하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덧1. 영화를 보신 분들은 황정민 혼자 대문 앞에서 있는 포스터를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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