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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항상 3편이 문제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프리퀄 3부작 중 2번째 작품이자 프리퀄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 '엑스맨:아포칼립스'를 보고 왔습니다. 뭐랄까요. 굉장히 애매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사실 엑스맨 모든 시리즈 중에서 매튜 본 감독의 '퍼스트 클래스'를 최고로 치는 입장에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프리퀄 2편인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도 사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는 그 동안 개판이 되었던 엑스맨 세계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좋게 봤을 뿐이죠.


하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기에 그리고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정도라면 그래도 프리퀄 3부작의 마무리로 최악은 아니다 싶은 생각으로 조금은 기대를 했습니다만 정말 그런 기대조차 와장창 부숴버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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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후의 시점입니다. 3000여년전에 잠들었던 최초의 뮤턴트가 부활하면서 시작하죠. 고작 몇 명의 신도(?)들에 의해서 깨어난 최초의 뮤턴트는 자신의 호위 무사 4명을 모아서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하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서 찰스 자비에를 중심으로 한 엑스맨 멤버들이 모입니다.


이야기의 큰 틀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여전히 뮤턴트로서의 삶과 그들이 고통받는 모습들을 보여주어 엑스맨 1,2편에서 보여주었던 차별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이야기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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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의 진행이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분명 전편에서 레이븐은 울버린을 데리고 어딘가로 갑니다. 그런데 이 울버린은 후반부에 엑스맨1,2편에서 등장했던 그 감옥 시설에 붙잡혀 있습니다. 스트라이커 대령에 의해서 말이죠. 그럼 도대체 레이븐은 왜 울버린을 정부 시설에 넘긴 것일까요? 만약 넘긴 것이 아니라면 왜 울버린이 그 시설에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런 내용을 기반으로 생각하면 과연 레이븐은 찰스를 중심으로 한 엑스맨 멤버로서 활동을 하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정부의 스파이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식의 애매한 내용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보니 영화는 프리퀄 3부작으로서 마무리 되어야 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마무리를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또 다른 시작이겠죠. 하지만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이라면 마지막으로서의 느낌이 나야 되는데 전혀 그렇지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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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 영화는 엑스맨 '아포칼립스'입니다. 파멸, 대재앙 등으로 의미가 통하는 부제를 지니고 있단 말이죠. 물론 최초의 뮤턴트를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겠지만 여튼 아포칼립스라는 부제는 영화 속에서 인류에게 닥친 대재앙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재앙으로서의 느낌이 들지 않아요.


아마 이 작품에서는 모든 히어로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인류가 죽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구 자체를 매그니토가 건드려서 전 지구적 피해를 입혔으니까요. 그런데 그것으로 인해서 아포칼립스라고 느낄 만한 장면이 없습니다. 다리 무너지는 장면? 건물 무너지는 장면? 오히려 그런 장면들로 인해서 인류가 죽어나가는 혹은 고통받는 장면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배트맨v슈퍼맨에서도 영화 자체가 그렇게 까이면서도 영화의 오프닝에서 슈퍼맨과 조드 장군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인류를 보여주는 장면은 호평을 받은 장면이 되었죠. 시빌워에서도 자신들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인류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었기에 관객들이 감정적 공감을 받을 이유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아포칼립스로 인해 인류가 고통받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으니 전혀 아포칼립스라는 상황에 대해서 감정적인 공감을 느끼지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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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영화는 자신을 신이 곧 자신이라는 얘기를 주구장창 떠들고 다니는 최초의 뮤턴트이자 최강의 뮤턴트인 아포칼립스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 캐릭터는 전혀 카리스마가 없어요. 일단 분장이 촌스러워 보이고 목소리만 걸걸하지 압도하는 연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힘'에 대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무식하게 강한 힘만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 세계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이끌어 나가려는 어떤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 그런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왜 굳이 힘들게 매그니토한테 지구를 자기장(?)을 변질시켜서 지구의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심지어 자기가 핵폭탄이며 모든 폭탄들을 조종 가능해지지 않았나요? 그냥 죄다 떨구면 끝인데도 불구하고 우주로 날려버립니다.


도대체 이 영화에서 캐릭터들이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2,3 손가락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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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뭐 적은 수의 캐릭터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주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은 꽤 많은 편이죠. 거의 시빌워와 동급입니다. 그런데 그 캐릭터들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찰스, 에릭, 레이븐, 퀵 실버 그리고 한 명의 인물 정도만 눈에 띄는 정도고 사이클롭스는 물론 그 캐릭터가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여전히 쩌리입니다. 울버린? 그 짧은 등장을 통해서 엑스맨 1,2편과 연결하려는 의도 말고는 그냥 서비스 수준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안 그래도 호평을 받은 시빌워가 얼마나 대단한 영화인지를 다시금 생각나게 합니다. 그 많은 캐릭터들을 단 한명도 놓치지 않고 살리는 것을 보면 엑스맨 1,2편을 만든 그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맞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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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살지를 못 하니 당연히 각 캐릭터들의 액션도 그다지 볼거리가 없습니다. 아마 퍼스트 클래스에서 두 명의 캐릭터가 공중전을 하는 장면을 최악의 액션 장면으로 생각하고 계실텐데 이 영화의 액션들은 그 정도 수준의 액션들이 계속 나옵니다. 이조차도 기존의 캐릭터들 찰스나 레이블, 퀵실버, 매그니토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의 캐릭터들이 살리고 있는데 참 암담하더군요.


이 영화에 대해서 국내 평론가들은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었죠. 뭐 평론가들이야 자신들 시각으로 점수를 준 것이니 이것에 대해서 다른 말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기준에서는 메타스코어나 로튼 토마토의 점수가 훨씬 와닿는군요. 프리퀄3부작 중에서 가장 재미가 없었고 시리즈를 통틀어도 최악의 작품으로 손에 꼽을만 하지 않을까 싶은 작품입니다. 게다가 쿠키 영상은 후속편이 아닌 울버린 독립 영화인 것을 보면 과연 앞으로의 시리즈를 어떻게 이끌어갈 생각인지 정말 궁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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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원래도 엑스맨이라는 시리즈가 아주 인기가 많은 시리즈가 아니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 와중에 재미도 없습니다. 액션도 애매하고 캐릭터들은 몽땅 죽어서 그나마 신규 캐릭터 몇 명이 하드캐리를 하는 실정입니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신념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만 보이니 그것을 보고 있는 관객들도 갈팡질팡합니다.


그냥 나중에 케이블 티비에서 방송해 주면 그 때 봐도 전혀 상관이 없을 듯 하니 크게 관심이 가지 않으신다면 쭉 참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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