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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호불호가 나뉠수 밖에 없는 장르의 향연"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의 신작 '비밀은 없다'를 보고 왔습니다. 정말이지 미쓰 홍당무만큼이나 괴랄한 작품이더군요. 뭐 이것이 감독의 성향이라면 성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확실한 것은 흥행을 노리는 감독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올해 최고로 호불호가 갈릴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리고 아마도 불호 쪽으로 많이 기울질 것 같습니다.

 

사실 미쓰 홍당무의 경우는 그래도 장르의 특성이 확고했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블랙 코미디로서의 성향을 지니면서 코미디로서의 웃음 포인트도 있었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후속작인 본 작품은 마치 모 웹툰의 장르파괴괴를 떠오릴 만큼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이 이 영화의 호불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사실 이야기에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야기는 메인 장르에 어울리는 편이죠. 어느 정도의 스릴러적인 부분도 있고 음악 영화의 성격도 있으면서 사회 비판적인 부분과 부조리한 부분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타당성과 이유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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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화를 끝까지 보시면 그 반전에 대한 충격이 대단하긴 한데 여튼 이 영화의 이야기는 썩 나쁜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

. 그런데 그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연출은 대단히 괴랄해요. 이상하다는 것을 넘어서서 괴랄하다는 인상이 정말 팍 풍겨옵니다.

 

앞서서 이 영화는 어느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는데 기본적으로 스릴러와 범죄 영화의 장르를 기본으로 해서 그 위에 코미디, 블랙 코미디, 사회 고발적 성향에다가 정치 이야기까지 거의 모든 장르에 대한 오마쥬 아닌 오마쥬가 섞여 있는 느낌입니다. 어떻게 하면 저 장면에서 저런 장르의 연출을 보일 수가 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생뚱맞고 이질적인 연출의 향연이 펼쳐지죠.

 

그래서 대다수의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도대체 뭐야?'라는 반응을 보이기에 충분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구요. 그리고 그러한 반응들을 보면 감독은 마치 관객들을 현혹시키는 뭔가가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오히려 곡성보다도 더 멍때리고 보다가 '?'하는 반응을 보일 때쯤에는 영화가 이미 끝나가는 시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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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영화입니다. 무엇을 말하는지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고 연출적으로나 장르적으로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괴랄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은 굉장히 눈에 띄더군요.

 

장르가 장르인만큼 손예진은 거의 모든 배역들에서 보여주었던 연기를 이 한 작품에서 모조리 쏟아붓는 느낌입니다. 그 만큼 연기를 잘 하고 있기도 했구요. 과거 어색했던 악역 캐릭터들을 연기할 때보다는 훨씬 자연스럽고 공감이 가는 캐릭터를 표독스럽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왠만하면 올해 국내 시상식에서의 여우주연상을 따놓지 않았을까 싶군요.

 

12일의 구탱이 형은 여기서는 굉장히 진중하면서 차가운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게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그 만큼 연기를 잘 한다는 뜻이겠죠. 아마도 그 이미지 때문에 12일도 그만둔 것이 아닐까 싶은데 확실히 잘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만약 이러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티비에서는 여전히 구탱이 형의 모습을 보였다면 분명히 영화를 보면서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구탱이 형이 오버랩 되었으리라 생각하거든요.

 

나머지 조연들은 사실 큰 비중이 없지만 그래도 각각의 캐릭터들은 잘 살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극의 흐름에 방해를 줄 정도로 연기를 못 하는 배우는 없었다고 생각되는군요. 아마도 그러한 부분이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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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재미는 둘째치고 장르적 성향과 연출의 괴랄함 때문에 아마 10명 중에 1명 정도나 만족하지 않을까 싶군요. 사실 이 정도 영화는 b급 영화라고 해야 될 것 같기도 한데 또 배우들의 연기나 미술이나 촬영 등을 보면 b급 영화라고 말하기도 굉장히 애매합니다. 싼티는 전혀 나지 않거든요.

 

여튼 아마 이제는 보기도 힘들겠지만 티비에서 방송해 주더라도 과감히 패스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아마 보다 보시면 저절로 채널을 돌리게 될 것 같기도 한데 괜히 멍때리고 끝까지 보고는 후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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