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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 07 / 15 / 029]


놀란 감독의 신작 '덩케르크'를 보고 왔습니다. 신선한 경험을 하게 해 준 작품이군요. 물론 이것이 영화적 재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영화라는 매체에서 느낄 수 있는 새로움 경험을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비쥬얼과 사운드에서 말이죠. 아마 이번의 경험을 통해서 향후 아이맥스 레이져 상영을 하게 되는 작품은 무조건 레이저 상영관에서 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 경험을 뒤로 하고 영화의 이야기를 해 보면 우선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유의하셔야 할 부분은 전쟁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배경이 2차 세계 대전은 맞지만 총을 쏘고 아군과 적군이 죽어나가고 포가 터지는 그런 연출이 이 영화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독일군의 폭격 정도만 보여줄 뿐이고 직접적인 대립을 보여주는 장면은 없습니다. 공준전에서 독일군과 연합군의 전투기가 맞붙는 장면 정고가 끝이죠.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독일군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덩케르크 해변에 착륙한 톰 하디를 잡기 위해 다가오는 병사들을 보여주지만 그 조차도 독일군인지 연합군인지 알 수가 없도록 연출을 하죠. 연합군 특히 영국군이 죽어나가는 장면들도 폭격으로 인한 장면보다 배의 침몰과 같은 폭격이나 어뢰의 영향을 죽는 장면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전쟁이라기 보다는 생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죠.


심지어 영화는 3개의 시점으로 진행이 되는데 그 중 하나인 연합군 병사들 시점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병사는 비록 그것이 군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꼼수를 부려서 해안가를 탈출하고자 합니다. 정말 그냥 순수하게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밖에 볼 수 없는 행동들을 보여주죠. 어느 정도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들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은 아닙니다.


이렇게 지상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공중에서는 폭격을 하려는 자와 폭격을 막으려는 자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번째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공중전에 장면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전쟁스러운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전투기를 구입하여 당시 연합군과 독일군이 사용했던 전투기를 그대로 재연해 냈는데 그런 전투기들을 이요하여 보여주는 공중전은 확실히 현실성은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비행기조차도 실제 비행기를 구입한 지경이니 실제로 연합군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서 바다를 건너오는 민간 배들을 실제 배를 이용하지 않았을리가 없습니다. 마지막에 4:3 스크린을 꽉 채우면서 보여지는 민간 배들의 항해는 꽤 뭉클합니다. 그것이 요트인든 어선이든 결국 그들이 없었으면 30만명 이상의 병사들을 구할 수 없었겠죠. 하지만 좀 아쉬운 부분도 확실히 있습니다.


실제 배힝기와 실제 배들을 이용한 것은 현실성이라는 장점을 얻었지만 스펙터클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놀란 감독이 cg를 사용하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스펙터클한 연출들이 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놀란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영화를 보고 나니 오히려 이 영화의 스타일과 어울리지도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여튼 영화는 그런 실제 물건들을 이용함과 동시에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장기를 200% 활용한 연출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사건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데 그러한 연출이 영화의 현실성을 극대화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같은 사건에 대해서 세 개의 시각과 세 개의 시간을 보여주는데 앞서 말했듯이 해변에 모여있는 연합군들 시점과 공중전을 펼치는 하늘과 연합군을 구하러 오는 민간 배들 시점인 해양입니다.


이 세 개의 시점은 동일한 시간대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사건에 대해서 어느 시점에서는 먼저 보여주고 다른 시점에서는 이후에 보여주기도 해서 약간의 혼돈이 올 수도 있지만 그럼으로 인해서 하나의 사건에 대한 세 가지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령 하늘에서 공중전으로 인해 추락하는 비행기의 경우 공중전 자체를 보여주기도 하고 바다에 추락한 이후에는 비행사를 구하러 가는 어선의 시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건에 완전히 다른 상황을 경험하게 해 주죠.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독의 도전적인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 감독이 보여주었던 영화들과 달리 대사도 거의 없고 상당히 많은 화면에서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이 되었으며 스코어 음악이 거의 없는 작품이기도 하죠. 어쩌면 지금까지 감독이 보여주었던 작품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지닌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지 감독이 잘하는 시간과 공간의 재배치를 극대화한 연출을 제외하면 느낌적으로 90도 정도 다른 방향을 지닌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장한 아이맥스 레이져 상영관의 압도적인 영상은 대단했습니다. 4:3 화면 비율도 처음 보긴 했지만 스크린의 크기와 그 화면을 꽉 채우는 높은 화질의 화면은 돈 내고 볼 만한 상영관이구나 싶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사실 아이맥스 비율 자체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 하는 국내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앞으로 제대로 된 아이맥스 비율의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음향도 대단했는데 우퍼가 터질듯이 때려대는 저음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의자가 떨릴 정도였습니다. 사운드 좋은 상영관도 몇 번 가봤지만 이 정도로 저음을 강하게 때려주는(?) 영화관은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감독의 연출적 의도가 어느 정도 있긴 했겠지만 그렇다 해도 아마 극장 특성이 반영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다음 작품이 개봉하면 다른 작품도 이런 음향을 들려주는지 한 번 확인을 해 봐야 될 것 같더군요.


음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앞서 말했듯이 이번 작품에서는 스코어 음악이라고 할 만 노래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있긴 한데 그것이 다른 작품들에서처럼 뇌리에 박힐 정도로 강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에서는 앞서 말했듯이 강렬한 사운드들이 많이 들리는데 그 중에서도 초침 소리는 영화 전체 걸쳐 한 90% 정도 들리는데 확실히 관객들을 긴장시키는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 많이 넣었어요. 절제를 했다면 더 좋았을 듯 싶더군요.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전쟁 그 자체를 보여주고 전쟁 그 자체를 경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이 드는 작품이며 적은 대사와 단순한 이야기는 더더욱 현장감을 높이는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은 캐릭터들에 몰입하여 각 캐릭터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적은 대사로 인해서 어려웠으리라 생각되었던 병사와 선장과 파일럿의 연기를 그들은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놀란 사단에서 빠질 수 없는 톰 하디는 베인 캐릭터 이후 강렬한 눈빛 연기를 하는데 도가 트지 않았나 싶습니다.


얘기가 좀 샜는데 여튼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모든 것이 경험이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스펙터클한 장면도 강렬한 전투도 없습니다. 그냥 그 때 그 사건을 보여주는데 모든 것을 퍼붓은 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심심한 나물을 먹는 듯한 느낌이지만 계속 손이 가는 그런 반찬을 먹는 느낌입니다. 빠져들죠. 이상하게 오락적 재미가 없는데 빠져듭니다. 그래서 추천은 못 하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는 없거든요.


특히나 아이맥스 레이져 상영관에서 보기 힘들어진 지금 시점에서는 그냥 이후에 집에서 편하게 보시기를 차라리 권장합니다. 1시간 30분짜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 반처럼 느껴지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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