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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1 / 31 / 002]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6년 '부산행'으로 첫 실사영화이자 국내 첫 좀비영화를 대박을 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은 역시 연상호 감독스러운 비주류 소재를 이용한 작품이었기에 오히려 개봉 전에는 기대가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연상호 감독이라면 실망을 주지는 않으리라 생각이 되었거든요. 물론 그러한 기대는 부산행이라는 작품도 한 몫하고 있었지만요.

 

하지만 좀 불안한 느낌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예고편에서 보여주었던 분위기는 코미디에 가까운 분위기였고 cg 또한 너무 수준 미달이었다고 생각되었거든요. 특히나 '신과함께'로 높아질대로 높아진 국내 관객들의 눈높이에 과연 저 퀄리티가 먹힐까?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 만큼 cg의 퀄리티는 그렇게 좋지 못 했죠.

 

아쉽게도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불안감이 그대로 적중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면 이 작품은 전혀 감독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는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초능력자와 관련된 과거 작품 중에서 '초능력자'와 비교해 본다면 오히려 이 작품은 좀 더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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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명확히'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초능력'을 어느 순간 가지게 된 저소득층의 모습, 이혼한 가정의 부녀 사이, 과거 참사라고 밖에 할 수 없었던 사건 등 이 영화는 '명확히'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작품입니다.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일단 논외로 생각하고 말이죠.

 

부산행과 비교해 보면 부산행에서도 명확히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들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요소가 많지는 않죠. 한정된 공간에 어울리는 한정된 요소들로 영화를 꾸려나갑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초능력'으로 인해서 넓어진 공간에 비례하여 너무 많은 요소들을 넣으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쳐낼 것은 확실히 쳐내서 어느 정도 흘려 넘기는 것이 필요했다고 생각되더군요.

 

만약 쳐내지 못 할 요소였다면 비중이라도 조절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삼은 이야기가 큰 줄거리라면 그 큰 줄거리가 흘러가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부녀의 이야기라든지 초능력을 이용한 이야기는 과감히 줄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 가지 예로 주인공은 초능력을 이용하여 돈을 벌려고 나이트에 취업을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부분은 완전히 생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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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여운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뜬금없이 이야기 자체가 증발해 버리죠.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에 부녀의 이야기가 끼어들고 메인 줄거리가 들어옵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과감히 생략을 하는 것이 영화의 흐름상 좋지 않았나? 라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이야기의 비중에 부녀의 이야기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구요.

 

그리고 초능력을 이용한 액션도 애매합니다. 일단 cg의 퀄리티가 너무 떨어져요. 정말 신과함께와 비교해 본다면 신과함께가 얼마나 cg에 노력을 가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어요. 특히 현실 세계에서 거의 공중 부양 수준으로 날아다니는 장면만 봐도 긴박감이 신과함께와 비교할 수준이 못 됩니다. 예산이 많이 부족했던 걸까요? 사실 부산행이 초대박을 쳤는데 어느 정도 제작비는 받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는데 어째서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거였는지 궁금하더군요.

 

cg의 퀄리티 뿐만이 아니라 초능력을 이용한 연출도 그다지 뛰어난 부분이 없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의 연속일 뿐 신선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단 한 장면도 없었어요. 라이터? 넥타이? 이걸 코미디로 이용하려는 것인지 주인공의 각성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는지 애매할 정도로 초능력을 이용한 연출에 있어서 흥미로웠던 점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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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분을 도려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수술을 거쳐서 갈등 구조도 좀 바꿨어야 했구요. 메인 줄거리의 갈등 구조가 주인공 vs 대기업이 아니라 딸 vs 대기업이 되었어야 했습니다. 괜히 부녀 사이의 이야기를 집어넣으려고 하니 메인 줄거리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딸의 존재가 애매해지고 이야기의 당사자가 주체가 되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해 버리는 것이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다는 것입니다. 류승룡은 그래도 나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었고 심은경은 역시나 감정이입이 확실하게 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류승룡보다도 화면이 나왔을 때 몰입이 더 잘 되는 정도였으니 애초에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역시 심은경이 되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요즘 러블리함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정유미는 상당히 인상적인 악역을 보여줍니다. 섬뜩함과 귀여움과 예쁨을 모두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있는데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드는 악역이었습니다. 좀 더 비중을 높여서 확실한 대립구도를 만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비중이 너무 적어서 아쉬웠습니다.

 

박정남. 확실히 연기 잘하는 배우에요. 동주에서 임팩트를 터트리더니 요즘 폭 넓은 연기를 미친듯이 해 내고 있습니다. 지금 동시에 개봉 중인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도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더니 이번에도 코미디 쪽에서는 다른 배우들이 따라가지 못 하는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극 연기도 같이 하고 있지만 코미디 연기에 있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앞으로 더 다양한 연기를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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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애매한 작품이고 그래서 쉽사리 추천하기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호불호가 제대로 갈릴 것이고 평가도 극단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부산행에 대한 기대감이 이어져 온 부분도 있어서 더 혹독한 평가가 내려지지 않았나 싶은데 망작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범작은 된다고 봐요. 하지만 단점이 더 눈에 띄는 범작이 되었다는 점이 아쉽네요.

 

더 장점이 눈에 띄는 작품이라면 관객들 입소문이 좋게 났을 것 같은데 지금의 작품으로는 관객들 입소문은 나쁘지 않을 지언정 호불호가 갈려서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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