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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2 / 03 / 003]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7 에이리언:커버넌트가 개봉하고 1년도 안 되어서 개봉한 '올 더 머니(인 더 월드)'는 존 폴 게티라는 게티 오일 기업의 수장의 손자가 납치됨으로써 벌어지는 세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는 팩트에 기반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인물은 실존 인물입니다. 당연히 큰 사건들도 사실에 기반하고 있구요. 그렇다고 100% 팩트는 아닙니다. 그러면 다큐지요. 어디까지나는 영화는 팩션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납치극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마치 납치 그 자체가 이야기의 메인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는 납치 사건이 벌어짐으로써 고군부투하는 게티 3세의 어머니 게리 해리스(미셸 윌리엄스)가 주인공이며 그녀가 시아버지 존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와 납치범들 사이에서 겪는 일들을 메인 이야기로서 들려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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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연기 대결이 어마어마합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눈에 띄었던 그래서 처음으로 눈여겨 보게 되었던 미셸 윌리엄스는 여기서 아들이 납치된 어머니의 모습과 다른 사람이 보면 미쳤다고 보일 정도로 단호한 시아버지의 며느리로서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사무치게 아들을 찾고자하는 어머니의 감정과 돈을 주지 않으려는 시아버지와 대결하는 강인한 어머니의 모습을 이토록 완벽하게 보여줄 줄은 몰랐습니다.

 

예고편에서는 오히려 그렇게 많은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처음에는 존 폴 게티라는 인물이 납치범과의 대립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런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렸죠. 이 영화는 순전히 한 아이의 어머니가 납치된 아들을 되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제목에 부합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주죠.

 

이런 미셸 윌리엄스와 대립을 이루는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사실 처음부터 캐스팅이 되었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케빈 스페이시가 존 폴 게티를 맡았었고 예고편까지 모두 공개된 상황에서 그의 연기에 감탄을 했었는데 수치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완전히 극에서 삭제가 되고 크리스토퍼 플러머로 재촬영을 하였죠. 솔직히 둘 중 누가 낫냐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것을 제대로 못 봤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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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렇게 대타로 들어간 크리스토퍼 플러머의 연기도 가히 대단합니다. 어찌보면 저렇게까지 하니까 저 정도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구나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자가 납치되어서 돈을 주려고 하는데 소액공제가 왠 말입니까? 누가 봐도 정신 나간 노인네로 보일 정도로 그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단호한 카리스마는 관객들을 압박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됩니다.

 

솔직히 대타로 들어가서 이 정도 연기를 보여준 것도 대단하지만 그런 연기를 펼치게 지도하고 연출한 감독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는데 아무리 최근들어 작품의 평가가 호와 불호를 왔다 갔다한다고 해도 명장은 명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이걸 보고 재촬영된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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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메인 이야기로 들어가서 영화의 제목이 '올 더 머니(인 더 월드)'인 답게 정말 돈과 관련된 상황이 지긋지긋하게 발생합니다. 그러한 상황은 오히려 납치범과 존 폴 게티 사이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는데 게일 해리스는 오히려 중간에 끼여서 고생하는 상황이죠. 앞서 말했듯이 애초에 처음에는 돈을 아예 안 준다고 해서 손자가 어렸을 적 주었던 고대 동상을 팔려고 하는데 그것도 가짜였고 이후 요구 금액을 주려고 할 때도 소액공제가 되는 상한선에서 주려고 하죠.

 

영화를 보는 관객조차도 질리게 만들 만큼 세상의 모든 돈을 가진 인간이 호텔에서 자기가 빨레를 하고 손자에게 가짜를 주면서 진짜라고 하고 1조라는 개인 재산 중에서 160억 가량을 못 줘서 나눠서 주려고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노망이 났다고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을 못 잡겠더군요. 하지만 솔직히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는 것이 예술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단 말이죠. 나중에 팔 것도 아니었음에도요.

 

백만점의 미술품은 후에 게티 박물관의 초석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그림 하나만 팔아도 손자가 귀 잘려서 오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시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의 그러한 모습 때문에 게일 해리스가 결국 상속자가 되었을 때 그렇게 사회에 환원을 많이 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관객도 그 정도이니 당시 당사자인 게일 해리스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정말 피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심지어 중간에 유일하게 남은 자식 양육권까지도 납치금을 주는 댓가로 양도시킬 생각을 했을 정도니 상속권을 받은 이후 개인 재산을 모조리 없애버리지 않은 것도 신기할 정도죠. 아니 오히려 본인들을 위해서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 시아버지에 대한 반항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여튼 세상의 모든 돈을 가졌던 존 폴 게티도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죠. 아무것도 가지지 못 하고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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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영화입니다. 코미디적인 요소는 일체 없습니다. 시종일관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영화의 비쥬얼도 화창해 보이는 날이 전혀 없습니다. 한상 구름이 끼어 있고 바람이 미친듯이 불고 밤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도 많죠. 마치 그들의 앞날이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만든 영화이지만 보기 힘든 영화인 것도 사실입니다. 지루하고 지루하다 보니 졸릴 수도 있구요. 하지만 집중해서 볼 만한 작품이기는 합니다. 여러모로 돈에 대해 느끼게 해주는 것도 많구요. 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아마 극장에서 보기 힘든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개봉 첫 주부터 너무 상영관이 적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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