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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2 / 19 / 004]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8 10년의 기다림의 끝을 보기 전 새로운 페이즈로의 진입을 위해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영입한 블랙팬서의 솔로 무비를 보고 왔습니다. 마블의 영화는 이제는 평점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단계의 제작 수준을 보여주었기에 어마어마한 평점을 받았어도 그러려니 하고 조용히 예매를 하였죠. 원래 설 전에 볼까 했는데 회사 연휴가 겹쳐서 설 복귀 후 바로 감상했습니다.


이야기의 시점은 시빌워 이후입니다. 선왕의 죽음 이후 트찰라가 왕위를 이어나가기 위한 단계와 그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과거 한 지역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시작합니다. 지역과 시기를 항상 밝히면서 시작한 마블 영화답게 이번에도 시간과 장소를 확실히 알려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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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야기는 왕위 계승을 하기 전이 아니라 하고 난 후가 본론입니다. 트찰라가 왕위 계승을 하고 이에 맞서는 킬몽거의 등장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블랙 팬서와 그 후 킬몽거와의 대결로 왕위를 되찾는 결말까지가 주요 줄거리인데 사실 이 영화는 그런 메인 줄거리 이전에 킬몽거가 어째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이야기는 1992년이라는 과거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구름 속에서 무언가가 날라오는 장면을 보여주더니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비추다가 바로 옆 아파트의 집안에 있는 2명의 흑인들을 보여주죠. 그리고 와칸다의 왕이 등장합니다. 둘 중 한 명은 왕의 친 동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왕이 비밀스럽게 보낸 스파이였죠. 이후 왕은 비행정을 타고 떠납니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서 킬몽거가 등장한 시점으로 가보면 그가 왜 그런 일들을 벌였는가가 명확히 이어집니다. 어쩌면 킬몽거는 1992년 그날 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의 아버지와 킬몽거는 어째서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동족(흑인)들이 고통받는 것을 모른체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와칸다의 힘을 이용해서 세계를 평정시키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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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그들의 생각은 관객들로 하여금 나름 수긍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마블은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의 제모 남작을 빌런으로 내세우는 시점부터 빌런이 빌런으로서 행동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듯 한데 그러한 마블 내부의 흐름을 이번 블랙 팬서에서 등장한 빌런 킬몽거도 여지없이 보여줍니다.


방법은 잘 못 되었을지 몰라도 그가 가진 생각은 틀린 생각은 아니라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와칸다의 입장이 틀린 것도 아니죠. 왕으로서 초중반에 트찰라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킬몽거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서로의 생각의 차이일 뿐 누구도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내내 킬몽거의 생각에 '틀렸어'라고 말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죠. 단지 와칸다의 왕이 되고자 하는 그의 행동에 반하고 있을 뿐입니다.


둘의 대립은 왕과 왕에 대항하는 인물 이전에 완전히 다른 두 이념의 대립을 보여주는 구도로서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진취적이라고 할 수 있는 킬몽거와 안정을 원하는 트찰라(블랙팬서)의 대립은 어쩌면 그 둘이 살아온 환경에서부터 달라졌는지도 모릅니다. 둘다 그들의 아버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죠.


다만 트찰라의 경우 킬몽거에 패배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이후 생각의 변화가 생깁니다. 어찌보면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 1편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스파이더맨:홈커밍의 경우 슈트에 의존하지 않고 진정한 스파이더맨의 힘을 각성하는 부분이 여기서는 이미 힘을 각성한 블랙 팬서의 이념, 생각의 각성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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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둘의 대립은 연출 자체에서도 다른데 트찰라 중심의 이야기가 진행될 때는 오케스트라에 가까운 음악이나 아프리카 고전 음악 같은 ost가 깔리는데 반해 킬몽거가 중심으로 진행될 때는 힙합 계열이나 요즘 말로 스웩이 넘치는 음악들이 흘러나옵니다. 당연히 복장에서도 차이가 나구요. 이 둘은 대립관계다! 라는 것을 아주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죠.


그래서 영화는 진부함이 물씬 풍깁니다. 누가 봐도 어떻게 흘러갈 것 같다는 것이 느껴지죠. 그리고 그 예측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런 진부함이 마이너스 요소인가? 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진부한 설정이지만 떡밥의 투척과 회수 그리고 액션과 드라마와 코미디의 뛰어난 조율이 진부하지만 영화에 몰입하도록 만듭니다.


메인 이야기의 소재 덕분인지는 몰라도 액션이 많은 영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히어로 영화 1편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적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액션 비중이 많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드라마로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단순히 액션 영화로만 생각하고 간다면 좀 힘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마치 마블이 '우린 이런 스타일의 영화도 만들 수 있어!'라고 얘기하는 듯한 작품이거든요. 캡틴 아메리카 1,2편 이후 나름 마블스럽지 않은 마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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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부산 촬영분은 거의 대부분이 액션 장면들입니다. 도대체 어디서 찍었는지 모를 장소가 대부분이긴 한데 (눈에 띄는 알만한 장소는 광안대교하고 광안리 까페거리? 정도더군요. 자갈치 시장 주차장만 빼면 도대체 자갈치 어디서 찍은건지...) 그래도 영화 속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액션 장면들은 대부분 부산 촬영분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밤에 그렇게 찍어 놓으니 그것도 새로움이 느껴지더군요.


쿠키는 2개입니다. 뭐 이 정도는 네이버에 검색만 해봐도 충분히 나오는 얘기라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만 여튼 인피니티워의 발판이 되는 쿠키 영상이 있긴 하더군요. 인피니티 워 예고편에서 그가 왜 그곳에 있었는가를 설명해주는? 그러한 장면입니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액션의 비중이 좀 적은 것을 제외하면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마블이 마블했다라고도 볼 수 있고 마블이 마블이 아닌 짓을 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느 쪽이든 방향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후속작에서는 시빌워의 액션감을 좀 더 살리는 작품이 된다면 좋을 듯 싶군요. 마블 영화를 싫어하지 않는 분이라면 추천할 만한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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