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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2 / 24 / 007]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고편에서는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 못 했다가 누미 라파스가 1 7역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일단은 보자는 심정으로 극장에서 본 '월요일이 사라졌다' sf 영화로서의 매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었어요.


일단 독창성이 없습니다. 인구제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 정부의 개인 사찰 등등 이 영화의 설정이 다른 sf 영화들에서 보지 못 했던 특이점이 있었는가? 라고 생각해 본다면 암담합니다. 이 영화의 특유의 설정도 특유의 분위기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가장 큰 문제점은 아니죠. 클리셰 덩어리라고 해도 그것을 잘 이용해서 보여주면 영리하게 만들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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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는 그것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클리셰 덩어리들을 단순하게 소모하기 바빠보이더군요. 조금 더 설정에 깊이감을 더했더라면 꽤 괜찮은 영화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화는 묵직함보다는 가벼움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몰입감은 나쁘지가 않죠.


그리고 다행이도 설정의 반복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결과가 주어지지 않는 과정의 반복이에요. 이러한 연출의 부재는 크게 2부분에서 느껴지는데 첫 번째는 주인공을 협박하던 회사 직원의 집에 갔을 때입니다. 여기서 주인공(무슨 요일인지 헷갈리는...)은 과연 그 직원이 무엇을 빌미로 협박을 하는지 알아내려고 하죠.


그리고 그 직원을 습격하자마자 그 원인을 알아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뒷 부분이죠. 그 뒤에 처들어온 정부 요원들에 의해서 쫓기던 주인공은 아주 죽을 고비를 넘기며 꽤 많은 분량을 도망칩니다. 그런데 결국엔 죽고 말죠. 그 많은 도망의 과정이 왜 필요했는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분량을 차지하고서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심지어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는 와중에 다른 요일의 자매들은 또 다른 일을 꾸미느라 정신이 없죠. 그 중간에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코미디스러운 연출도 살짝 넣은 것 같구요. 그렇게 죽을 고비를 다해서 도망을 갔으면 부상으로 마무리하든지 아니면 더 중대한 사실을 밝히든지 해야 되는데 아무것도 없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니면 차라리 초반에 건물 안에서 마무리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프라이데이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프라이데이는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컴퓨터 속 자료 밖에 없다고 하면서 다른 요일에게 보내주고 죽음을 맞이하죠.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나름 타당한 이유와 희생이었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다시 써먹지 않는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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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출 뒤에 살아남은 2명의 자매가 프라이데이가 보낸 사진을 다시 보거나 사용하는 연출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 왜 프라이데이를 굳이 거기서 사진 때문에 희생시킨 것인가요? 최소한 그렇게 희생을 시켰으면 그 과정에 대한 결론이 있어야 되는데 전혀 없어요. 그냥 그 순간의 신파를 위해서 희생시킨 것밖에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단점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개연성도 없고 비중을 완전히 쳐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장면들이었죠. 감독은 적당히 상영시간은 맞춰야 되는데 쓸 이야기가 없어서 이러한 과정을 생각 이상의 비중을 주면서까지 연출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설정의 깊이가 좀 더 필요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애초에 바보같은 정부 요원들이나 어색한 액션 연출은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다른 부분에 비하면 단점으로 생각되지도 않는 부분이니까요. 심지어 이 영화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지고 반전을 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탈 사이트의 요약된 줄거리와 영화 상영 20~30분만에 보이는 이야기로 반전조차 추측이 가능합니다. 총체적 난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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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누미 라파스의 1 7역 연기가 멱살잡고 끌고 가고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그녀의 연기가 인상깊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23아이덴티티의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에서 느껴지던 짜릿함(?) 같은 것이 없었어요. 물론 나쁘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누미 라파스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만큼 그녀의 연기가 몰입도 그 자체이긴 하니까요.


하지만 좀 더 한방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마 그랬다면 이 영화를 좀 더 재밌게 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거든요. 개인적으로 sf 영화를 많이 보셨거나 소설을 많이 읽으신 분들이라면 그렇게 추천을 못 하겠습니다. 너무 뻔하고 너무 가벼워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말이죠. 단지 누미 라파스의 1 7역 연기를 보고 싶으시다면 조조나 심야로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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