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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 02 / 25 / 008]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길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을 보고 왔습니다. 거의 퍼시픽 림 이후로 처음 보게 되는 신작이 아닌가 싶은데 이 감독의 작품은 개인적인 호불호가 워낙에 강해서 감상을 하게 될 때마다 묘하게 신중해 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판의 미로가 수작이었고 퍼시픽 림은 졸작이었거든요. 헬보이도 그냥 무난한 히어로 영화였구요.


이번 작품은 아무래도 해외 평가가 끼친 영향이 꽤나 크다고 볼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워낙에 유명 매거진에서의 평가가 고득점이었던 데다가 주요 상도 몇개 시상을 했죠. 그래서 예고편에서의 느낌이 좋았어도 볼까 말까 갈등을 하고 있던 차에 그냥 냅다 결제를 하게 되었습니다. 재미가 있든 없든 일단 보자고 말이죠.


결과적으로 역시나 길예르모 델 토로의 작품은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습니다. 퍼시픽림처럼 졸작의 범주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판의 미로와 같은 수작의 반열에는 들어가지 못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헬보이와 같이 범작의 범주에 들어가는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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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는 친절합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개봉한 작품답게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냥 그걸로 끝이죠. (어쩌면 이종이 아닐 수도 있는) 이종 간의 사랑을 포함한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정이며 주인공의 비밀 등에 대한 부분도 전혀 숨기지 않습니다. 관객들에게 꽉 찬 직구 마냥 던져주고 있죠.


그래서 애초에 숨겨져 있는 의미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판타이면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장르적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반전 같은 것도 없습니다. 초반 주인공의 이름을 통해서 고아라는 설정을 얘기하면서 주변 인물이 설명하는 그녀의 과거사를 비롯하여 영화 내내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이후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과정이 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노출 수위만 조절했다면 이 영화는 19금으로 개봉할 이유조차 없어 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 내용의 어려움? 15세 관람가 이상으로 개봉해도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이해할 만한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숨기지 않습니다. 그냥 직설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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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한 재미는 주고 있죠.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분위기는 영화 내내 물씬 풍기며 주인공의 연기는 대단했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의 군더더기는 없었습니다. 간결하게 보여줄 것만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주인공의 감정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장면이 많은 것도 장점 중에 하나로서 작용하긴 합니다. 특히 욕실에서 그녀와 그가 보여주는 일종의 정사 장면은 그 전후 장면을 모두 합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매혹적인 장면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포진되어 있는 편이죠. 그래서 이 영화는 최근 본 그 어떤 작품보다도 여성향이 강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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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가 그렇게 고평가 받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인지 몰라도 이 영화 어디에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인지 저는 잘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어떻게 보면 단점이 없는 영화일 뿐이지 영화의 완성도가 극도로 높은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한 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리고 한 가지 의아한 점은 SHAPE OF WATER를 왜 사랑의 형태라는 제목으로 해석을 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영화의 내용과 완전히 다른 제목은 아니긴 하지만 물의 형태와 사랑의 형태는 제목에서 오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되거든요. 오히려 저런 제목으로 인해서 영화를 감상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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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영화입니다. 말 그대로 '무난'한 영화인데 영화의 소재상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종간의 사랑이라는 게 항상 그렇게 보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보여집니다. 신비로운 분위기와 영화의 연출, 배우의 연기들도 모두 좋았지만 그렇다고 영화가 수작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영화를 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영화의 정보를 숙지를 하고 가시는 편이 혼자 가시든 동행을 하시든 실망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만약 전혀 모르고 시간 맞다고 그냥 보러 가시게 된다면 생각 외로 후회를 하실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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