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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01 / 13 / 001]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아르곤 비고 모텐슨과 한 아이의 정신적 아버지였던 마허샬라 알리가 주연을 맡은 '그린북'을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는 입소문에 비해 상영관의 수도 부족하고 상영시간도 부족해서 볼까 말까 고민을 하던 작품인데 때마침 집근처 극장에서 시간을 약간 늘려주어서 냉큼 보고 왔습니다.

 

확실히 이 영화는 입소문을 좋게 탈 수 밖에 없는 작품이더군요. 오히려 이 작품이 작년 연말에 개봉시기를 맞춰서 개봉을 하고 괜찮은 홍보를 했더라면 장기 흥행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데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지금 개봉 시기도 나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홍보와 극장수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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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간단합니다. 어찌보면 2류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클럽 웨이터를 하던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가 피아니스트인 돈 셜리 박사(마허샬라 알리)와 미국 콘서트 투어를 하면서 겪게 되는 일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적 특성 때문에 이 영화는 로드 무비이자 버디 무비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영화의 장르적 특성상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배우들의 호흡이 아주 좋습니다. 연기 잘 하는 두 배우의 만남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흥미진진하죠. 이 부분은 영화의 최대 장점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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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비고 모텐슨이라고 하면 당연히 반지의 제왕의 아르곤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 후의 작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폭력의 역사에서의 톰 스톨과 이스턴 프라미스에서의 니콜라이입니다. 아르곤이 생각나지 않는 냉기 풀풀 풍기는 갱의 모습을 소름끼치게 연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살을 찌우고 순둥순둥한 이미지를 보이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허세와 폼을 중시하는 묘한 2류 인생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비고 모텐슨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 만큼 영화에서 그가 보여주고 있는 캐릭터는 대단했습니다. 특히 살을 찌운 그의 모습은 뭔가....색달랐죠.

 

문라이트에서 인상적인 멘토의 모습과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인상적이 더빙을 보여주었던 마허샬라 알리는 이번에도 색다른 캐릭터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존 인물인 돈 셜리 박사를 연기한 그의 연기는 이전 작품에서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죠. 비고 모덴슨과는 반대로 살도 꽤 많이 뺀 듯 했구요.

 

1960년대의 미국에서 성공한 흑인 피아니스트인 그는 성공한 그의 외면적인 모습과 달리 여전히 차별 받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동성애자로서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흑인 배관공들이 마시고 간 컵을 버리고 갈 정도로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토니와 콘서트 투어를 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에피소드였죠.

 

돈이 되기 때문에 일을 시작했던 토니와 단순히 로드 매니저가 필요했던 셜리는 당연히 처음에는 어색어색하고 외모와 이념과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불화도 생겼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죠. 토니는 셜리에게 컨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나눠주면서 셜리는 토니의 편지를 도와주면서 둘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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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가지고 이런 재미를 줬다는 것은 순전히 각본과 연출과 연기의 힘입니다.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각색을 크게 손 볼 수도 없었을 텐데 자극적인 요소 없이 대단한 재미를 전달하고 있죠. 그래서 더더욱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연말에 더 어울렸던 이유는 제목인 '그린 북' 자체가 이미 인종차별과 관련된 당시의 상황을 방영하는 제목이며 영화 속에서도 인종차별과 관련된 내용을 수시로 꺼내고 있음에도 결코 그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심각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결코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상황을 가볍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전달을 하고 있다는 얘기죠. 인종차별에 대한 심각성과 그 피해를 겪는 사람의 심정 그리고 인종차별적 시선을 가지고 있던 한 인물이 그러한 시선에서 벗어나게 되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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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감독의 전작들을 보면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좀 의아하긴 합니다. 덤앤더머 1,2편과 미 마이 셀프 아이린 등을 보면 코미디적인 부분에 특출나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라는 작품을 보면 드라마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니까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감독 전작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풍기는 느낌은 상당히 달랐습니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묵직한 한 방이 존재하는 영화였죠. 그래서 누구나 쉽게 볼 만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강약의 조율을 굉장히 잘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죠.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는 부분과 웃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연말 영화로 좋았을 법한 영화인데 개봉 시기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입소문이 좋아서 상영관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개봉작 중에서는 가장 재밌게 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니 꼭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영화 제작에 관한 안 좋은 얘기가 있더군요. 따라서 해당 영화에 대한 이야기의 진실성 여부와 감상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관객 스스로가 선택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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