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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06 / 08 / 017]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 보고 왔습니다. '옥자' 이후로 2년만의 신작이면서 한국인 최초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대단하죠. 상을 하나쯤은 받으리라 생각했는데 황금종려상이라니….정말 뜬금없이 터졌던 소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영화를 감상하는데 시작전에 뜨는 황금종려상 로고가 그렇게 어색하게 보이기는 처음이더군요. 물론 악인전에서도 영화제 마크가 뜨긴 했지만 황금종려상은 아니었으니까요.

 

여튼 영화 얘기를 시작해 보면 영화는 자본주의의 세상을 정말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버지 기택(송강호) 중심으로 기우(최우식), 기정(박소담), 충숙(장혜진) 4명은 극단적인 빈곤계층으로 나오며 동익(이선균) 중심으로 연교(조여정), 다혜(정지소), 다송(정현준) 가족은 극단적인 부유계층으로 나오고 있죠. 그리고 부유계층에 기우가 과외선생을 대타로 뛰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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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개인적인 생각으로 도대체 기택네 가족은 어떤 노동활동을 하지 않는가? 였습니다. 몸이 불편한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머리가 모자란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4명의 가족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피자 박스나 접고 있습니다. 대타로 과외선생을 하러 기우와 기정의 행동이나 이후 기택이나 충숙의 행동들을 보면 그들은 머리가 나빠 보이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충분히 상황 파악을 하면서 상대방을 은근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게 만드는 능력들이 있죠. 물론 그들의 과거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여튼 현재의 그들의 모습은 '어째서 정도의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어떤 사회적 활동이나 노동을 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크게 남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죠.

 

그와 다르게 오히려 부유계층으로 나오는 동익이네는 다들 휘둘리기 바쁩니다. 막내 당송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가족원들이 기우를 중심으로 각각의 인물들에게 휘둘리고 있습니다. 다혜는 기우에게 콩깍지가 씌여버리고 연교는 기우와 기정에게 항상 휘둘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동익조차도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고 어느 정도의 눈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휘말리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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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화의 초중반까지는 완전히 블랙 코미디로서의 재미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돈이 없는 빈곤계층에 휘둘리는 부유계층 가족들의 모습은 물론 자체로 판타지이기도 하지만 빈곤=약자라는 느낌도 과감히 없애주고 있죠. 빈곤하다고 해서 착한 것도 아니고 부유하다고 해서 갑질만 하려고 하지는 않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동익이네가 캠핑을 가고 비오는 동익이네서 술을 진땅 마시면서 벌어집니다. 불쑥 찾아온 가정부 문광(이정은) 집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영화는 급격하게 분위기가 바뀝니다. 블랙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장르가 완전히 바뀌어 버리죠. 그리고 상상도 하지 했던 전개가 펼쳐지는 와중에 때문에 캠핑을 하지 했던 동익이네가 돌아오면서 영화는 코미디와 스릴러의 장르를 왔다 갔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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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반으로 수록 영화는 스릴러의 분위기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기우가 지하실에서 문광과 남편을 죽이려는 분위기를 풍길 때부터 영화는 급격하게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그리고 결국 막내 아들 다송의 생일 잔치 현장에서 모든 인물이 만나고 모든 사건이 발생하게 되죠. 15 관람가답게 그렇게 잔혹한 장면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칼이나 꼬챙이로 찌르고 찔리는 정도가 전부이죠.

 

마지막 유혈 사태는 많은 것들을 의미하는 장면입니다. 우선 처음부터 집에 기생하고 있던 근세(박명훈) 확실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확실하게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기우는 수술 살아있게 되며 반대로 칼에 찔리고 정신이 온전해 보였던 기정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가장 머리가 좋고 눈치가 빨랐던 동익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비슷하게 눈치를 있었던 막내 아들 다송도 실신을 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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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가장 계획적이거나 눈치가 빠르거나 머리가 좋았던 인물들은 모두 유혈 사태의 피해자가 됩니다. 영향이 크든 작든 말이죠. 하지만 무계획이 최고의 계획이라는 얘기를 만큼 무대책이었던 기택은 가장 피의자이면서도 살아남게 되고 잡히지도 않았으며 자식들의 계획을 따르기만 했던 충숙 역시 근세에게 꼬챙이를 꽂아 사망에 이르게 하지만 정당방위로 풀려나게 됩니다.

 

그렇게 영화가 엔딩에 다다르게 되면 결국 모두의 상태는 초반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기택은 다른 기생충처럼 지하에 은거하게 되고 기우는 여전히 계획이란 것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마치 여름 밤의 꿈처럼 전혀 현실적이지 하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영화는 모든 것이 본인의 자리를 떠나게 때는 번에 올라가서는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초반 기우가 반지하의 집을 나오고 나서 바로 다음 컷이 동익의 근처인데 중간 과정이 전혀 없죠. 차를 탄다거나 언덕 입구에서 길을 찾는 등의 장면이 전혀 없습니다. 급격하게 신분 상승을 꾀했다고 것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되더군요. 당연히 다른 가족들이 등장하는 장면도 마찬가지구요.

 

다른 한 편으로 영화는 영화 친구가 가져다 수석처럼 돌이든 사람이든 원래 있어야 자리에 있는 것이 본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본인의 자리를 떠나고자 한다면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반지하에서 올라오면 지상이 나오듯이 말입니다. 그러한 단계를 밟지 않았기에 결국 영화의 엔딩은 배드엔딩일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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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이기에 무겁고 따분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작품은 여전히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유머러스함과 메시지가 공존하고 있고 스릴러와 드라마가 공존하고 있죠. 그리고 그러한 장르의 결합을 감독은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봉준호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작품이죠.

 

그리고 역시나 배우들의 힘을 이끌어내는 감독이기도 합니다. 송강호는 여전히 상상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최우식은 근래 필모그래피들이 좋았듯이 여전히 좋은 연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박소담도 데뷔 이후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며 장혜진 배우도 가정부로 일하기 전과 후가 굉장히 다른 연기를 어색하지 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품에서 연기로 가장 놀란 인물은 조여정인데 근래 몇몇 작품에서 이상하리만치 노출로 승부수를 띄우던 그녀가 연기 자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죠. 원래 연기를 하던 배우였는데 그렇게 과한 노출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녀의 필모에 칸을 차지해도 좋을 만큼 연기가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연기로 승부수를 띄워도 충분히 캐스팅이 많이 것이라 생각되더군요.

 

만한 작품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무조건 봐야 하는 작품이고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보기에도 나쁘지 않은 작품입니다. 물론 속에 들어있는 메시지도 하나하나 파악하면 좋겠지만 굳이 용을 써가면서까지 모든 것을 파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영화 속에서 눈에 띄던 장면들이 있지만 의미를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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