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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08 / 31 / 030]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고은과 밥 잘 사주는~, 봄밤으로 한창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정해인이 주연을 맡은 '유열의 음악앨범'을 보고 왔습니다. 예고편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추억 보정 작품이 될 것 같기도 했고 두 주연 배우가 스크린에서 어떤 멜로를 보여줄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얼른 보고 온 작품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추억 보정보다는 젊은 시절 겪을 법한 사랑 이야기가 메인이더군요.
영화는 1990년부터 2005년까지의 시간을 관통하면서 두 남녀의 얽힌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 사람 사이에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존재하죠.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은 제목이 '유열의 음악앨범'인 만큼 과연 당시 시대의 히트곡들을 얼마나 적절하게 이용할까? 그리고 얼마나 많이 들려줄까? 라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유열의 음악앨범이라는 제목이 조금은 부끄럽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당시 히트곡들이 많이 나오지도 않았고 추억 보정을 할 만큼 많이 들려주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에서 나온 노래들 중에 듣자마자 따라서 흥얼거릴 수 있는 관객이 얼마나 될지 그게 더 궁금하더군요. 그 만큼 영화 속에서 나온 노래들은 누구나 알 만한 히트곡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좀 아쉬웠죠. 90년부터 2005년까지 15년이란 세월 동안 히트한 노래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많은 히트곡들을 놔두고 기억이 날 수도 안 날 수도 있는 노래들을 BGM으로 사용했다는 것이요. 물론 감독이 원하는 연출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과연 관객들도 이러한 노래들을 생각하고 영화를 보러 왔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는 했습니다. 선곡된 노래들은 많이 아쉽더군요.
그런 아쉬운 선곡들에 비해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생각 이상으로 극적인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우연과 필연이 가미된 전형적인 멜로 이야기였지만 가끔은 이런 멜로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되더군요. 최근 멜로 장르의 영화도 거의 없었구요. 여튼 이야기는 달달하면서도 현실적인 모습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90년부터 2005년까지 있었던 큰 사건과 사고들도 두 주인공에게 작든 크든 영향을 주고 있었구요.
하지만 여운이 남는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워낙에 밝은 이미지가 많은 작품이었고 그런 이미지가 결국 엔딩으로까지 이어지더군요. 두 사람의 결말은 결국 해피엔딩이 될 것이었고 중간에 있었던 크고 작은 다툼들은 어쩌면 그러한 엔딩을 견고하게 만들기 위한 초석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뒤에 생각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없었습니다. 확실하게 끝내버렸거든요.
두 사람이 현우의 과거로 인해서 크게 싸운 후 세번째로 우연히 만나게 된 후 혹은 미수가 출판사 사장인 종우의 차를 타고 가다가 현우에게 뛰지 말라고 하고 돌아섰을 때 이 둘의 관계에 대해서 여운을 남길 수 있는 분기점은 꽤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감독은 확실한 엔딩을 만들어 버리더군요. 개인적으로 확실한 엔딩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우연히 마주치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 둘은 많은 우연이 쌓인 인연이었으니까요.
연기는 두 배우 모두 좋았습니다. 김고은은 확실히 연기를 잘 하는구나 라는 느낌을 꾸준히 받게 만드는 여배우였고 정해인은 밥 잘 사주는~이나 봄밤에서의 연장선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듯 했지만 더 입체적인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해인이라는 배우는 그 깨끗한 마스크로 반전 연기를 해 보면 어떨까 싶더군요. 싸이코패스나 그에 준하는 악역을요.
노래가 아쉬운 영화이긴 했지만 들려주는 이야기는 괜찮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은교와 영화의 이미지가 굉장히 닮은 듯 보이는데 엔딩은 은교 쪽이 좀 더 마음에 드네요. 이 작품은 너무 극단적으로 밟아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재밌는 작품입니다. 여성향이 강한 작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성 관객들이 즐기지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유열의 음악앨범이라고 해서 그 당시 히트곡들을 적절하게 삽입한 영화로 알고 가시면 조금은 후회할 수 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히트곡들은 많이 나오지 않거든요. 그 부분만 감안한다면 영화를 즐기는데 전혀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