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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 09 / 28 / 035]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9번째 작품 '원스 어폰 타임 헐리우드' 보고 왔습니다. 제목 때문에 '원스 어폰 타임 아메리카' 무슨 관련이 있냐는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정말 아무 관계도 없는 별개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애당초 '원스 어폰 타임 아메리카' 정도의 작품을 아시는 분이라면 저런 질문을 하는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영화 얘기를 해보자면 작품은 시점(디테일하게는 세가지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의 전담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이야기와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 이야기로 진행이 되죠. 둘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옛날 옛적 헐리우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고도 있습니다.

 


 

먼저 달튼과 클리프 부스의 이야기는 당시 헐리우드에 불었던 웨스턴 무비의 열풍과 그런 열풍 속에서 잊혀져 간다고 생각하는 배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파트너의 이야기도 함께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둘의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로서의 의미보다 둘이 함께 겪어나가거나 각자 겪었던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테면 달튼의 경우 대탈주에 캐스팅 했다던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자신의 옆으로 이사를 왔다든지 하는 일종의 이벤트적인 내용들이 부각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달튼이라는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딱히 특별할 것이 없거든요. 그냥 그가 어떻게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가는가 정도의 이야기인데 그러다 보니 이야기 속에서 자기 스스로가 하거나 남들이 들려주는 당시 헐리우드의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클리프 부스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단순히 헐리우드의 상황이 아니라 당시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히피라는 집단과의 접촉을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영화의 본질적인 이야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집단이 히피(실제로는 히피를 모방한 것에 가깝지만) 만큼 클리프가 히피와 접촉을 통해서 분명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죠.

 

마지막으로 샤론 테이트는 영화에 등장하는 되는 실존 인물(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중에 명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앞서 인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죠. 앞서 인물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분위기라면 샤론 테이트가 나오는 부분은 그야말로 샤론 테이트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느낌입니다.

 


 

딱히 그녀가 무언가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완벽하게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임신하기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지내는 모습이라든지 극장에서 그녀 자신이 나온 영화를 보는 등의 모습과 임신 집에서 보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녀의 모습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영화는 어찌보면 그녀를 위해 만들어졌다고도 있으니까요.

 

특히 그녀가 극장에서 자신이 나온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을 스크린에 비추던 실제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그야말로 감독이 ' 영화는 샤론 테이트를 위해 만든 영화입니다'라는 느낌마저 들게 했습니다. 연출이 중요했던 것이 만약 극장에서 상영되던 영화에 실제 샤론 테이트가 아닌 마고 로비가 합성되거나 혹은 재촬영된 영상으로 상영이 되었다면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겁니다. 왜냐면 앞서 달튼이 대탈주에 캐스팅 했다고 했을 달튼이 합성된(혹은 재촬영된) 장면을 보여주었거든요.

 

하지만 샤론 테이트가 나온 장면에서는 마고 로비가 아닌 실제 샤론 테이트가 출연했던 렉킹 크루의 장면을 보여줍니다. 만큼 감독은 실제 샤론 테이트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장면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일상 생활을 하는 샤론 테이트의 모습은 마지막 엔딩에 다다라서 생각해 보면 여운과 감정을 느끼게 만들죠.

 


 

영화는 1960 후반의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과 동시에 당시 발생했던 찰스 패밀리 사건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초간단하게 설명해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샤론 테이트가 살던 집에 찰스 패밀리가 침입하여 당시 임신 중이던 샤론 테이트를 살해한 사건으로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이었죠. 따라서 만약 엔딩에서 현실과 동일한 사건이 발생한다는 생각을 대다수의 관객들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샤론 테이트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주는 것은 다른 편으로는 관객들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주는 연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클리프 부스가 그의 동료를 히피들이 사는 영화 촬영지에서 찾으러 가던 모습과 비슷한 결말을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영화는 어떻게 보면 감독의 전작 하나인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비슷한 노선을 타고 있는데 실제 사건에 if 대입하여 다른 결말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 전까지는 영화가 현실과 다른 결말을 맞이하게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합니다.

 


 

여튼 작품은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도 결과를 예측할 없었는데 히피 멤버들이 달튼의 앞에서 달튼과 마주치는 순간 깨닫게 됩니다. '아…..이렇게 바뀌는구나'라고 말이죠. 그리고 감독은 여기서 관객들을 농락합니다. 히피들이 달튼의 집에 쳐들어가면서 그들을 죽이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지만 오히려 LSD 섭취(?) 클리프 부스에게 죄다 얻어 터지다가 명은 묵사발이 되고 명은 통구이가 되어 버리죠.

 

그리고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되고 홀로 남은 달튼에게 인터폰을 통해서 들리는 샤론 테이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어쩌면 영화 상황이 현실이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만큼 찰스 패밀리 사건은 치가 떨리면서도 안타까운 사건이었죠.

 

하지만 결과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부분은 거의 실제와 동일하다고 있습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때문에 런던을 가서 집을 비운 것이라든지 원래 찰스 패밀리가 죽이려고 인물이 집주인이었던 음반 제작자 테리 맬쳐였다든지 그리고 샤론 테이트가 죽임을 당할 집에 있었던 인물도 대략 비슷하죠. 감독은 팩트와 픽션을 굉장히 조합해 놓았습니다.

 


 

사실 심심한 영화입니다. 쿠엔틴 영화 중에서 정도로 심심함을 느낀 영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 내내 캐릭터들의 말발이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루하지 않게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이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오랜만의 스크린에서 봤는데 다시금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오를 만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히스테릭하면서도 헐리우드 배우의 폼을 중요시하는 달튼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죠.

 

특히 트루디와의 만남에서 보여주는 모든 연기와 대사를 잊어 먹고 트레일러에서 스스로에게 울분을 토하는 장면은 굉장합니다. 왠지 스스로에게 말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말이죠. 번의 오스카 수상 이후 연기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정도로 그가 스크린에서 보여주는 연기는 몰입감이 대단합니다.

 

브래드 피트는 그냥 그의 존재 자체로 몰입감을 주고 있습니다. 애드 아스트라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자신감 넘치는 미중년의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의 탈의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자기 관리가 철저한 그의 모습은 다른 말이 필요할까 싶더군요.

 


 

마고 로비…... 영화에서 가장 밝은 존재를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대사가 많지도 않고 많은 액션이 있지도 않으며 그야말로 일상적인 생활을 연기하고 있을 뿐인 그녀의 모습은 아마도 샤론 테이트라는 실존 인물의 사건과 매칭되어 애잔하면서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느낌은 결국 마고 로비라는 배우의 연기에서 나오는 것이겠죠. 아마도 영화 마지막 인터폰에서 흘러나오던 그녀의 목소리의 여운은 길게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눈에 띄였던 배우는 트루디 역의 줄리아 버터스입니다. 아역배우로서 그녀는 영화 거의 모든 장면을 레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전혀 기죽지 않은 연기와 오히려 레오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레오가 보여주는 하일라이트 연기도 거의 대부분 그녀와의 호흡에서 나오고 있죠.

 

아직은 귀엽다고 만한 외모이지만 흔히 말하는 역변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매력적인 마스크의 배우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처럼 연기력을 유지하면서 발전시킨다면 앞으로 영화 속에서 자주 아역 배우가 아닐까 싶더군요. 이번이 데뷔작인데 정도라면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겠죠.

 


 

1960 후반의 헐리우드에 대한 헌사이자 당시 발생했던 안타까운 사건에 대한 복수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감독의 연출력을 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편으로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 장면을 넣고 거기다가 수습도 하여 욕을 먹기도 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감독의 역량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재밌었고 나름 신선하기도 했으며 그러면서도 역시나 쿠엔틴이구나 싶은 영화였습니다.

 

2시간 50분에 육박하는 상영 시간을 견딜 있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두말 필요없이 감상을 해야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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