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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 01 / 012 / 003]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작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기나긴 대장정을 마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신작 '닥터 둘리틀'을 보고 왔습니다. 올해 1월 개봉하는 작품 중에서 스타워즈 에피소드 9과 함께 나름 기대작 중 하나였는데 스타워즈는 앞서 얘기했듯이 그냥 똥이 되었고 이 작품도 개봉 후의 반응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서 여러모로 아쉬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영국 작가 휴 로프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총 15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2번째 에피소드를 영화화했습니다. 원작의 제목은 '닥터 둘리틀의 바다 여행'이죠. 그래서 영화는 시작부터 닥터 둘리틀이 동물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앵무새 폴리에게서 동물들의 언어를 배우고 동물들과 대화를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1편은 부득이하게 영화화가 되지 못 했는데 그건 구글에서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여튼 이 작품에서는 둘리틀과 그의 제자(가 아니었지만 제자가 되는) 토미와 함께 영국 여왕을 살리기 위한 약초를 구하러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애당초 영화의 설정 자체도 굉장히 동화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영화의 이야기도 그 이상으로 동화스러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원작 자체가 동화이다 보니 영화화를 성인용으로 만들 수는 없었을 듯 합니다.

 

영화가 동화 같다는 것은 단점이자 장점인데 단점으로서 작용하는 부분은 성인들이 보기에는 유치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화끈한 액션도 보이지 않고 화끈한 로맨스도 없습니다. 그리고 화끈한 배신이라든지 반전도 없죠. 배신이 있긴 합니다만 동화다운 설정으로 자기네들끼리 쑥덕쑥더거리면서 관객들에게 전부 알려주고 있습니다. 얘들은 비밀은 지킬 생각이 없나? 라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죠.

 

그래서 영화가 좀 유치할 수도 있습니다. 성인용이냐 어린이용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영화 자체가 순수해요. 정말 순수한 판타지 영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취향에 맞다면 영화를 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고 맞지 않다면 아마 큰 실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개개인의 취향 문제라고 생각되더군요. 저는 그냥 납득하면서 볼 만한 정도였구요.

 


 

여튼 영화는 '동물과의 대화'가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입니다만 제가 생각했던 '대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더군요. 저는 동물들이 말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아 듣고 자연스럽게 얘기를 할 수 있는 완벽히 판타지스러운 설정인 줄 알았는데 기본적으로 이 영화에서 닥터 둘리틀이 대화를 하는 것은 그가 동물들의 대화를 '습득'한 것에 대한 결과물이더군요. 마치 우리가 영어를 배우 듯이요. 

 

그런 지독히 개인적인 실망감을 뒤로 한다면 영화는 무난합니다. 어드벤쳐로서의 재미도 어느 정도 보장해 주고 있고 코미디 요소도 적절히 들어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그렇게 모난 부분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백두산이나 스타워즈가 뭔가 삭제된 듯한 이야기의 편집을 보여준 것에 비하면 아주 양반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무난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성인들이 보았을 때 실망하는 부분이라면 유치한 설정이 아니라 바로 이 밍밍한 연출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더군요. 마치 강에 물이 흐르듯이 막힘없이 술술술 흘러가는 이야기와 액션 그리고 반전 없는 결말은 성인들에게는 너무 무미하지 않을까 생각되었거든요. 사실 저도 설마 이렇게 끝나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진짜 그렇게 끝나 버리더군요. 

 

그럼에도 이 영화를 나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배우들의 몫이 큽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하여 보여주는 괴짜 수의사 모습은 어딘가 셜록의 느낌이 나긴 하지만 부인을 잃고 단절된 세상에서 살아 온 사람의 모습과 이후 주인공으로 인해 변화해 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톰 홀랜드를 시작으로 라미 말렉, 안토니오 반데라스, 마리옹 꼬띠아르, 존 시나, 셀레나 고메즈, 엠마 톰슨, 랄프 파인즈 등 이름만 들어보면 캐스팅을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의 배우들이 동물들 목소리를 연기하고 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성우로서 들려주어야 할 느낌을 잘 살리고 있더군요. 

 

영화의 전체 완성도는 떨어지는 편이지만 주인공들의 연기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만으로도 꽤 즐거웠던 작품입니다. 실제로 영화를 볼 때는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어색함을 느끼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홍보용이 아니라면 굳이 몸값 비싼 배우들을 캐스팅 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현재 영화평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닌데 (나쁜 편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이해 못 할 점수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의 동화적인 분위기가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유치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리고 대다수의 성인들이 유치하다고 생각 될만한 연출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구요. 

 

확실히 어린이들은 좋아 할만한 작품이긴 합니다. 대다수의 어린이들은 좋아 할 것 같구요. 그래서 성인들이 재미를 느낄 만한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저는 좋게 보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성인들이 즐겨 볼 영화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얘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국내에서는 스타워즈보다는 흥행이 될 것 같은데 아마 월드와이드는 어림도 없으리라 생각되고 생각 이상으로 흥행이 부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름 속편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물론 연출 스타일을 좀 바꿔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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