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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부산국제영화제 최고 화제작인 4개월..을 드디어 감상했습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말을 듣고 예매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수상작인지 확실한지 모르겠으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후 첫 영화인 것 같습니다. 여튼 보리밭...도 상당히 재밌게 보았던 영화였기 때문에 이 영화도 조금은 대중적인 면을 지니면서 재미를 선사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친구녀석(솔직히 이 녀석 때문이기도 하죠.)과 함께 보러 갔습니다.


영화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상당히 간단합니다. 룸메이트가 불법 피임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꽤나 육체적, 심리적으로 고생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만 물론 이런 식의 줄거리는 어디까지나 수박 겉 핥기 식도 안 되는 인터넷 검색만 해 봐도 다 나오는 내용이고 실제적으로는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의 연속이었다....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대중적인 면을 내심 바랬던 기대와는 달리 상당히 어려웠던 영화였다....라는 것이 결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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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 것 같은 장면이다....


영화의 배경은 루마니아의 공산주의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으로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당시 루마니아는 인구가 곧 국력이라는 이념을 지니고 있었어 낙태를 불법으로 치부하고 있더군요. 덕분에 주인공의 룸메이트는 불법 낙태 시술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영화 속에서 낙태라는 소재가 영화를 이끌어가고 있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낙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것을 처음 느낀 것은 낙태라는 소재가 나오고 나서지만 주인공이 불법으로 담배를 살 때부터 이 영화는 낙태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은 주인공이 호텔을 잡기 위해 호텔 로비를 갈 때마다 보이는 카운터의 반응이었죠. 고객에게 최대한으로 친절하게 보여도 모자랄 판에 그들이 보이는 반응은 정말 냉소적이고 무관심이라 할 수 있었죠.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내내 암울하고 칙칙했던 것이 공산주의 말 당시의 시대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봅니다...그러한 느낌은 나중에도 여러 곳에서 받게 되죠.


영화의 스토리로 다시 돌아가서 룸메이트의 낙태를 도와줄 사람을 데리고 오긴 했는데 임신 개월도 속이고 돈도 없는지라 시술자는 완강히 거부의사를 보이게 되고 하다 못해 주인공은 그 남자와 관계를 가짐으로써 친구가 낙태를 받게 하도록 합니다만 낙태를 위해서 데리고 온 사람과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 상당히 아이러니라 생각됩니다. 과연 이러한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낙태를 불법화한다고 국력이 얼마나 증가할까? 하는 반문도 들더군요. 영화 속에서처럼 그런 식이라면 임신과 낙태가 무한반복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에 결국 인구=국력이라는 공식이 틀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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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 속에서 자유를 찾는 여성들의 모습은 곳곳에서 보인다.


영화 속에서는 그러한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모습과 당시 루마니아의 모습들을 나타내는 표현들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친구의 낙태시술 이후 남자친구의 어머니 생신 파티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그 곳에 참석한 의사나 약사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공산주의에서 자란 어른들의 생각과 그에 반해 공산주의에서 점점 벗어나려는 청년들 사이의 생각의 차이가 다분히 보이는 대화들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몇몇 대화들은 오히려 현대의 모습에도 반영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비꼬아 대는 말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갈등이 상당히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공산주의 말기의 루마니아에서 청년들 특히 여성(주,조연이 모두 여자니 그냥 주가 여성이라고 하겠습니다.)들은 그러한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을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당시 시대 모습을 반영한 사람들의 반응, 대화들이 나타나고 아이러니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말이죠. 특히 마지막 룸메이트가 시술이 끝나자마자 내려와서 내장요리를 먹는 장면은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최고의 아이러니한 장면으로 꼽을 수 있지 않을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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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다 싶을 정도의 대우는 당시 암울했던 사회 모습일 수도.....


그리고 사람들의 연기 뿐만이 아니라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롱테이크 씬과 누군가의 시점으로 보고 있는 듯한 카메라 앵글, 그리고 과도한 침묵 장면들은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함과 동시에 당시의 변화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보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영화의 롱테이크 씬들은 정말이지 긴장감 있는 장면으로 당장에라도 주인공의 신변에 무언가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있고 이러한 분위기는 그대로 당시 사회 분위기로 이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칠드런 오브 맨의 마지막 롱 테이크 씬의 뒤를 잇는 상당히 몰입감 있는 롱 테이크 씬으로 기억됩니다.


루마니아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이 아니라 하나도 모르지만 왠지 이 영화의 타이틀인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단지 룸메이트의 임신 기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영화 속 시점에서 민주주의로 바뀌기까지의 시점을 의미할 수도 있고 공산주의 루마니아에서 가장 급변했던 기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물론 지극히 주관적이겠지만 말입니다. 나름 상당히 흥미롭고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과연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만 하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 감상해 보시기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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