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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금요일에 조조로 혼자서 보게 된 월e(그냥 워리라고 적겠습니다.). 사실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 장르 자체를 사실 조금은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지라 약간의 웃음과 지겨움만 없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픽사는 그런 저의 과소평가를 무참히 깔아뭉개 버리더군요...한 마디로 two thumbs way up. 이라고나 할까요. 최곱니다. 제가 아직 라따뚜이를 보지 않아서 어느 쪽이 더 좋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보아 온 그 어느 애니보다도 심오하고 철학적이면 아름답습니다. 아니 애시당초 아름다울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생각도 못 했던 '로봇들의 사랑이야기'이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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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영상 미학에 박수를....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로봇들의 사랑이야기'는 잘못하면 전혀 관객들에게 어필을 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끝나버릴 수도 있는 재료라는 것이죠. 그 부분 때문에 제가 기대를 좀 안 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픽사는 그러한 부분은 완벽한 연출과 완벽한 스토리로 커버하는 것으로 모자라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버렸습니다.

초기 대사가 없는 30분에 그 운명이 갈렸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대사가 없다' 뭐 이렇게 글로 적으면 너무나도 쉽게 다가올 부분입니다만 영화를 보기까지 시작 후 30분 동안 대사가 없는 줄 몰랐던 저로써는 조금은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5분도 채 안 되어서 영화에 빠져버리게 되더군요.

워리의 마임같은 동작들을 보고 있노라면 단지 말을 못 할 뿐이지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었습니다. 기계지만 사람같고 사람같지만 기계같은.....애초에 처음부터 '인격'이란 것을 내장하고 있는 로봇인양 행동하는 워리를 보고 있으면 대사가 없더라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됩니다.

그리고 등장한 이브....네이밍 센스가 정말 죽인다는 생각이 들었던 캐릭터였습니다. 지구에 홀로 남겨진 워리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 준 이브...마치 아담과 이브의 그 이브와 같다는 생각을 끝까지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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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와의 콤비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상당히 신속하게 벌어집니다. 너무 빠른 전개라서 오히려 약간 거부감이 드는 부분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런 신속성이 오히려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높이는데 큰 효과를 준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식물을 찾음으로서 다시 엑시엄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이브를 따라간 워리 그리고 어떻게 보면 '외계 이방인' 정도로 분류될 수 있는 워리로 인해 조금씩 인간다움을 찾아가는 과정 등은 상당히 신속하고 깔끔하게 전개되어서 도저히 비판할래야 비판할 부분이 없더군요.

거기다가 생동감 있는 카메라 앵글도 연출은 정말이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을 주기도 합니다. 스펙터클하면서도 서스펜스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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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다시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영화는 비록 워리와 이브의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가 됩니다만 개인적으로 상당히 주목했던 점은 엑시엄에서의 인간들의 생활 모습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만약 인간들이 지구를 떠나 우주선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그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소설 '파피용'을 읽으면서 생각했었죠.

엑시엄에서의 생활 중 조금은 비현실적이었던 것이 바로 '너무 편하게' 인간들이 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만약 그런 폐쇄적인 공간에서 그렇게 많은 인간들이 살고 있었다면 분명히 그룹이 나뉘어서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뭐 이 문제는 이 영화가 아이들도 보는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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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승리자는...모!



어찌되었든 픽사는 정말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단한 그래픽, 대단한 연출, 대단한 스토리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걸작을 만들어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정말 이런 영화를 아직도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단정짓는 한국의 인식이 어떻게 보면 대단하다고도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장르를 배제하고 (아니 장르를 배제하지 않아도) 완성도만으로 생각한다면 지금 그렇게 잘난 듯이 칸 버전을 다시 개봉하고 있는 '세 녀석'보다도 100백배는 재밌었다고 생각됩니다. 누가 뭐래도 말이죠. 그리고 아마 이 영화로 픽사는 절대명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렇게 되었어야 했지만 말이죠.

이 영화가 불쌍한 점은 다크나이트와 케로로 극장판 사이에 끼어버렸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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