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원작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지라 이 영화가 개봉된다고 할 때는 내심 기대를 했습니다. 원작을 꽤 재밌게 보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다른 관객들도 보기 전에는 상당히 흥미로워했구요. 하지만 개봉 후의 반응은 완전히 '이거 뭥미?' 라는 반응이더군요. 그래도 봤습니다. 보고 싶은 건 역시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결론적으로 그러한 판단은 나름 들어맞았습니다. 왜냐면 영화를 꽤 재밌게 보았기 때문이죠. 여기서는 소설과의 비교는 하지 않겠지만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영화는 충분히 영화적으로 값어치를 하는 작품으로 나왔다고 결론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더군요.

줄리안 무어의 연기도 괜찮았고 구성 자체도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이어져 나갔습니다. 적절하게 긴장감을 주는 연출도 괜찮았구요. 다만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나 캐릭터도 존재해서 극의 흐름이 끊기는 듯한 느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훌륭합니다.


눈이 실명(엄밀히 말하면 실명은 아니죠.)이 됨으로 인해 들어나는 인간의 추악함은 사실 눈을 뜨고 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추악함이 더 악화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죠. 힘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존재하였고 힘이 없는 자들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그러한 광경을 두 눈 부릅 뜨고 바라본다는 것 또한 지옥임에는 분명하다는 것을 영화는 잘 보여 줍니다. '눈이 먼 자들은 무엇을 느꼈고 눈 뜬 자들은 무엇을 느꼈는가?' 라는 마지막 나레이션(정확하지는 않습니다..;;)은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의미를 잘 축약해서 들려주었다고 생각됩니다.


집단 강간(여성들이 스스로 가긴 했지만 이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싶습니다.), 폭행, 살인.....어느 것하나 눈 뜬 자들이 사는 지금의 세상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단순히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인간의 감각 기관 중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시각'의 중요성은 사실 여기서는 별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어찌보면 '보이느냐 보이지 않느냐'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본성대로 행동할 뿐이니까 말이죠.

한 가지 이 영화가 더 독특한 것은 원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인데.....어찌보면 이름도 결국 '이성'에 치우쳤을 때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능적인 것에 치우친 눈먼 자들에게 이름은 필요없다는 뜻이죠. 그리고 영화 속에서나 원작 속에서 '이름이 없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없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속작 눈뜬 자들의 도시가 너무 정치적인 경향이 강하고 스릴러적인 부분이 감소해서 눈먼 자들의 도시보다 조금은 지루함을 느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눈뜬 자들의 도시도 영화화시켰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름 흥미진진할 것 같거든요.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