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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올 아카데미 시상식에 13부문 노미네이트라는 기록을 세운 데이빗 핀쳐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러 간다.'(줄여서 거꾸러)를 보고 왔습니다. 올 초 극장가에서 가장 기대되는 영화들 중 하나인 만큼 당연히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조디악의 무시무시한 런닝 타임을 그대로 가져왔던지라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다행이도 그러한 런닝 타임은 전혀 지루함을 주지는 않더군요.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성공했다 생각됩니다.


영화는 아시다시피 '노인'의 몸을 가지고 태어난 벤자민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액자 구성으로 구성된 이야기인지라 '현실'과 '과거'를 왔다리 갔다리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죠. 그러한 부분에서 '진실' 밝혀지기도 하면서 영화는 제법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단순해 보이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가 되었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에 유심히 영화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보여주고자하는 것도 단순하더군요.

'인간은 태어난 모습으로 삶을 끝낸다'라던가 '죽기 전의 보여지는 파노라마' 혹은 '남들과 반대의 인생을 삶으로 인한 잔인함'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흔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결국 결론이죠. 비록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는 부분은 역시 '남들과 반대의 인생을 삶으로 인해서 겪는 잔인함'이었습니다만 핀처 감독은 결국 영화 속에서 사람이란 어떻게 태어나든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렸을 때야 당연히 다른애들과 같이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아이'로의 회구로 인해서 자신이 한 평생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조차도 기억하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상태에서 죽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슬펐습니다. 거기다가 어렸을 때는 노인이라서 제대로 움직이지 못 하고 결국 제대로 돌아다녔던 시기 또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들은 그냥 '아이'로 태어나서 '노인'으로 죽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더군요.

조디악도 그랬지만 데이빗 핀쳐의 영화에서 느껴지는 점은 시선이 거의 한 인물에 집중되어서 보여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인물'을 다룬 영화들이 대부분 그럴지도 모르지만 유독 핀쳐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 그랬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패닉룸, 에일리언3, 세븐 등등...하지만 이러한 일방적인 시선은 오히려 한 인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들도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그러한 이야기들도 결국 주인공을 '통해서만' 그려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선의 제한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일방적인 시선에 더해서 주연들의 열연은 영화의 질을 확실히 높여주고 있습니다. 브래드 피트는 나이를 먹으면서 오히려 '연기력'으로 승부를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물론 케이트 블랑체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녀의 연기는 언제나 입방아에 오를만큼 개성이 뚜렷했으니까요.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렇게 개성이 느껴지는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배웠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발레 실력은 대단하더군요..ㅡㅡb

아쉬운 것은 주연들 외에 조연들이라고 부를 만한 캐릭터가 정말 없다는 것이 아깝더군요. 물론 주연들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감초의 역할을 하는 조연들이 있었다면 영화가 더더욱 재밌어 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것 또한 감독의 스타일 같이 느껴지더군요. 지금까지 그의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해 주었다고 생각되는 조연이 없었거든요..;;;

케이트 블랑체를 조연이라 보기에는 너무 비중이 큰 것 같고 말이죠.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들 중에서 처음으로 본 영화인데 과연 작품상에 오를만한 영화더군요. 그리고 부인(?)과 함께 남우주연상에 오른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일품이었고 조연상에 오른 케이트 블랑체의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과연 이 작품이 13개 부문에 오른 만큼 상을 많이 받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정도면 뭐 못해도 3,4개 정도는 받지 않을까 싶더군요.

하지만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지라 결과는 나오기 전까지 예측이.....가능할까요?

어찌되었든 영화는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체인질링, 발키리의 뒤를 잇는 수작영화군요.

내 맘대로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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