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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서 주위 사람들은 아직도 내게 그 때의 일을 되묻고 한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는 어느 날 뉴스에서 열차사고를 보게 되는데 그 때부터 엄마와 아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날이 갈 수록 두분은 서로의 존재를 느끼지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다가 결국 내가 대화까지도 전달하는 입장이 되었다. 나는 속으로 열차 사고로 인해 두 분 중 한 분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나중에는 누군가와 살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엄마나 아빠 둘 중 한 명과 있을 때는 다른 분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다. 즉 엄마와 있으면 아빠가 보이지 않았고 엄마와 있으면 아빠가 보이지 않았다. 이 얘기를 엄마가 시장에 갔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아빠한테 말씀드렸더니 화를 내시면서 뺨을 때리셨다. 나는 울면서 놀이터에 혼자 앉아있었는데 그 때 엄마가 오시면서 왜 그러냐고 물으시길래 나는 "이제부터는 엄마하고만 살래요."라고 대답했다.......그리고 그 때부터 아버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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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의 이야기는 책의 단편 중 하나인 'SO - far'를 제가 생각나는대로 줄거리만 간단히 적은 것입니다. 그냥 어떤 내용이 있는지만 알려드리고 싶어서 말이죠. 저번에 읽었던 '용의자 X의 헌신' 이후 어쩌면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스릴러에 가까운 단편집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사실 제목을 처음에 보고는 '무슨 동물원 이야기야?'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글쎄요. 스릴러나 환상 문학 같은 것과 거리가 있으시다면 어쩌면 최악의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대체로 스릴러에 가까운 단편들이 많아서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아도 좋을 듯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섬뜩하거나 호러블한 단편들만 있지는 않고 의외로 따뜻함이 느껴지는 단편들도 꽤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인간의 '본능적인' 부분들을 하나의 단편으로 그려내고 있지 않나 싶네요.

그렇다고 해도 사실 장르를 구분짓기가 모호하네요. 책 표지에도 '장르불문'이라고 해 놓을 정도로 당췌 어디에 속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일본에서 그리 말할 정도니....그냥 '환상 문학'이라고 해야 할지도....;;

ZOO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오츠이치 (황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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